실버 취업 박람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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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취업 박람회
(소설가)
  • 기호일보
  • 승인 2009.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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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인생에 도전하고 싶습니다. 내 손으로 벌어서 떳떳하게 살고 싶습니다. 내 입 덜어 우리 가정의 웃음을 찾고 싶습니다. 자신감과 활력을 얻고 싶습니다. 밝은 빛을 주신다니 고맙습니다. 취업이 되든 안 되든 희망을 가지고 기다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습니다.’
인천시에서 취업을 원하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실버취업박람회장에 오신 어르신들이 행복 메시지 게시판에 써놓은 짧은 문구들이다. 필체가 좋은 글도 있고 맞춤법이 엉망인 글도 보인다. 이곳 실버취업박람회장에 오신 수많은 노인분들을 안내하면서 나는 아름다운 노년을 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실감했다.
취업을 원하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전문직에서 퇴직한 분들은 자신의 경험이나 지식을 활용하기 위해서, 또는 여생을 보람있게 보내기 위해서 취업을 원하시는 분들이라 번역일이나 통역, 문화재 해설, 주례 등 취미와 여가 활용을 위해 일자리를 찾는다. 반면에 생계를 위한 노인분들의 구직은 단순노무직이라 급여도 적고 장기적인 취업도 힘들어 보인다. 그나마 조금 나은 것이 경비, 청소, 주차 관리원, 간병인 같은 직종인데 경쟁도 치열하고 나이가 더 많아지면 일할 수 없는 분야들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아도, 좀 힘들어도, 조건에 상관없이 일하겠다는 노인분들의 입사 지원서와 설문지 대필을 해드릴 때는 가슴이 아팠다. 그 중에는 경제력을 상실해 눈칫밥 먹으며 짐스런 존재가 되신 경우도 있다. 쇠락한 노년의 모습이 가슴 아프다. 지금, 급속한 고령화 시대를 살고 계신 대다수의 노인들은 미처 자신을 위한 투자에 눈 돌릴 여유가 없었던 삶을 사셨다. 고생한 청장년기를 대물림해 주지 않으려고 모든 경제력을 들여 자식을 키우신 분들이다. 그런데, 자식이 노년을 위한 종신보험이었던 시대는 이미 지나가 버렸다.

이 행사는 인천시에서 노인복지사업의 일환으로 해마다 열고 있다. 나는 행사진행을 돕기 위한 일손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햇수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봉사가 아니라 내가 더 많은 인생살이의 교훈을 배우고 얻어 가는 셈이 됐다.

취업을 희망하는 노인분들과 즉석 면접을 보는 구인업체의 부스에 함께 가서 상담했던 노인 중에 생각나는 할아버지가 있다.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깡마른 체구의 정 씨 할아버지다. 68세. 국졸. 제조업체에서 반장으로 퇴직. 모아 놓은 재산도 없고 아들과 딸이 셋이나 되지만 제 살기도 바빠 부모를 부양할 형편이 못 된다. “내 몸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내가 벌어 먹어야지. 남들처럼 번듯하게 부모 노릇 해 주지도 못했는데 뭔 염치로 손 내밀어.” 경비일도 하고 고물을 팔아서 생계를 잇기도 하면서 살았는데 끌고가던 리어카가 내리막길에서 굴러 허리를 다친 후 힘든 일을 못하게 되셨다는 할아버지시다. 눈이 침침해 글씨를 못 쓰겠다며 이력서 대필을 부탁하면서 미안해 하셨다. 이력서 5장을 복사해 할아버지를 모시고 지하철 택배와 주유 등의 구직관을 찾아가 상담을 도와 드렸다. 구인업체에서는 모두 신체 건강한 분을 원했고 대부분이 임시직으로 파트타임이 대부분이었다. 그나마도 취업이 확정된 곳은 없었고 나중에 연락드리겠다는 똑같은 말만 듣고 부스를 나서면서 할아버지는 오히려 나에게 고맙다며 미안해 하셨다.
유급도 좋고, 형편이 된다면 무보수의 봉사도 괜찮다. 오랜 세월 축적된 노인분들의 인생경험을 사회 참여 확대로 활용한다면 노인분들에게 여러 가지 이점이 있을 것이다. 뒷전으로 밀려난 소외감에서 벗어나 가치있는 사회 구성원으로 살 수 있게 도와드리는 것이 진정한 노인복지라고 생각한다. 일자리를 가지게 된다면 보충적 소득 지원의 효과도 상당할 것이고 어르신들 또한 자신감으로 당당한 노년을 보낼 수 있어 건강에도 좋을 것이다.

학계 재계 사회단체의 의식있는 저명인사들이 본격화될 고령사회에 대비하자는 취지로 ‘미래사회대비 장수문화 포럼’을 발족해 정년 없는 고령사회를 만들자며 단체를 구성했다는 소식도 들린다. 누구나 건강하게 장수하면서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고령에 대비한 교육 훈련 사업을 펼치기로 했다는 활동 내용이 기대된다. 이 모임의 주최자들은 삶의 마지막까지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과제라는 이분들의 말에 절대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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