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오리 대신 우렁이를 방사해 벼농사를 짓는 친환경농법이 대세다. 이처럼 우렁이농법이 단기간 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지난해 AI 사태 이후 농가들이 오리농법을 꺼리기 때문이다.

  # 우렁이농법으로 벼농사

   
 

우렁이농법으로 벼농사를 짓고 있는 남양주시 수동면 수산3리 수산친환경농장 최용집(36)대표.
3년 전부터 우렁이를 논에 넣어 잡초를 제거하는 방법으로 친환경농업을 해 왔다.

제초제를 뿌리려면 일손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렁이를 선택했는데 수확량이 적기는 하지만 힘이 들지 않고 값도 높게 받을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최 대표는 “우렁이농법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의 먹이 습성을 이용해 제초하는 농법으로 토양, 수질 등을 오염시키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환경농업단체의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으며, 다른 농법에 비해 경제성과 제초효과가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우렁이농법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논두렁을 높게 쌓아 주고 평탄작업을 하는 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며, 물을 깊게 대주면 우렁이가 벼를 먹고 물을 낮게 대주면 제초효과가 떨어지며 논바닥이 드러난 곳은 우렁이가 활동하지 못하므로 제초효과를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렁이농법으로 초기 제초에 성공하려면 모포기가 물속에 잠기지 않을 정도로 깊게 물을 대주고, 배수로에 망울타리를 설치해 물길 따라 흘러나가는 것을 방지하고 백로와 같은 조류피해가 없도록 방제테이프 등을 쳐 주는 것이 중요하다.

최 대표는 “본래 우렁이는 아무거나 먹지만 제초효과를 위해 키우는 우렁이는 벼가 완전히 뿌리가 박힌 후 투입된다”며 “우렁이는 수면보다 아래에 있는 어린 싹만 먹기 때문에 모내기 후 벼가 충분히 자란 뒤 투입되는 시기를 조절하면 잡초만 먹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왕우렁이를 이용한 잡초 방제효과는 98.7% 정도로 화학제초제를 2회 살포했을 때보다도 효과가 더 우수해 생산비와 노동력까지 절감된다”면서 “여러 친환경농법 중에서도 잡초 방제효과가 매우 뛰어나고 생태계 보존에도 매우 적합한 우렁이농법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우렁이농법과 쌍벽을 이뤘던 오리농법은 배설물이 많아 냄새가 심한 데다 최근 AI 발생으로 친환경농법에서 퇴출 당하는 신세가 됐다.

최 대표는 “제초제를 주려면 그렇게 힘이 많이 든다. 우렁이는 알아서 잡초를 뜯어 먹고 살지만 오리농법은 벼에 스트레스를 많이 주기 때문에 농민들이 기피하고 있고 냄새도 심해 멀리한다. 특히 제초효과가 확실하니까 농민들은 우렁이농법을 할 수밖에 없다. 제초제 값이나 우렁이 값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왜 오리농법보다 더 인기가 많아졌느냐’는 질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병충해 방지면에서는 오리농법이 뛰어나지만 오리는 도망간다거나 오소리나 너구리 같은 천적으로부터 보호하는 용도로 논 전체에 망을 쳐주고 계속해 보수해줘야 한다. 또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사료를 계속 줘야 한다. 오리가 배고파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면서 먹을거리 찾을 정도만 먹이를 줘야 한다. 그렇게 논을 휘젓고 다녀야 잡초도 안 생기게 되고 병충해 방지도 된다. 이렇게 사료 주는 양도 노하우가 필요하고 이래저래 신경쓸 게 많다.

그렇지만 우렁이는 배수로 쪽으로만 못 도망가게 망 쳐주고 물 높이만 관리해 주면 끝이다. 준비해야 할 것이나 일손으로도 우렁이농법이 훨씬 편하다는 것이다. 그만큼 우렁이농법이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친환경 농작물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가운데 농촌의 부족한 일손을 덜어주는 우렁이 농법은 앞으로도 가장 주목받는 친환경농사법이 될 것으로 최 대표는 전망하고 있다.

 # 10년 전부터 농업에 투신, 유기농기능사 자격 획득

최 대표는 동화고교를 졸업해 10년 전인 1999년 아버지 최영춘(66)씨와 집안일로 시작한 논농사가 현재는 우렁이농업으로 수라벼를 논 5천289.28㎡(1천600평)에서 2천㎏을 수확하고 있으며, 참취 재배 비닐하우스 3동 495.87㎡(150평), 곤달비 재배 비닐하우스 3동 495.87㎡까지 영농 규모를 확대했다.

하지만 버섯 느타리는 2년째 쉬는 중이라며 겸연쩍은 미소를 짓는 최 대표는 올 상반기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하면서 자신감이 다시 생겨났다고 말한다.

그는 “낮에는 농사일을 하고 야간에 모여 힘들게 공부했지만 유기농업기능사 시험에 합격해 너무 기쁘다”며 “유기농업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한 만큼 친환경인증 자격증도 획득해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고 안전한 농산물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가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따게 된 데는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농업인대학이 큰 힘이 됐다.

경기도농업기술원 심사 결과 ‘2009 농업인대학 운영 우수기관’으로 선정된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는 2011년 세계유기농대회 개최 준비 등 친환경 유기농업과 새로운 기술 개발 보급 그리고 전문농업인 육성을 통해 고부가가치의 농산물 생산으로 농업 자생력과 경쟁력을 높여가기 위한 농업인대학 운영평가에서 남양주시 그린농업대학이 그 동안의 성과를 인정받아 우수 기관으로 선정됐다.
도농업기술원은 미래의 기술농업을 주도할 핵심 인력을 양성해 농업·농촌의 지속성을 꾀하고 성장동력을 창출하고자 도내 27개 시·군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업인대학 운영 전반에 대해 심사해 왔다.

   
 

지난해에는 1인 1자격 취득을 목표로 유기농업기능사, 원예기능사, 컴퓨터자격시험에 응시해 남양주시 그린농업대학 재학생 중 원예기능사 16명, 유기농업기능사 43명, 그리고 50여 명의 학생이 친환경인증을 받는 등 친환경농업 교육기관으로 기틀을 다졌다.
또한 남양주시 그린농업대학 학생들은 외부 및 자체 강사에게 10개월 동안 연 160시간의 이론과 실기교육을 받음은 물론 현장교육, 연찬교육, 해외농업연수 등 명실상부한 농업CEO로서 탄생하게 됐다.
최 대표는 “최근 환경오염과 함께 유기농업의 중요성 및 수요가 증대되고 있으며, 과거 저부가가치의 농작물에서 고부가가치가 가능한 농작물로 전환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이러한 고부가가치 작물 생산의 한 방안으로 최근 유기농업에 대한 관심 및 수요가 증가되는 추세에 있다”며 “유기농업이란 화학비료, 유기합성농약, 가축사료첨가제 등 일체의 합성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유기물과 자연광석 미생물 등 자연적인 자재만을 사용하는 농법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러한 유기농업은 단순히 자연 보호 및 농가 소득 증대라는 소극적 중요성을 떠나 WTO에 대응해 자국 농업을 보호하는 수단이 되며, 아울러 국민의 보건복지 증진이라는 의미에서도 매우 중요하다”며 “이러한 유기농업의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전문 유기농업인력을 육성·공급할 수 있는 자격 신설이 필요하게 되면서 남양주시농업기술센터의 권유로 유기농기능사 자격증을 따게 됐다”고 말했다.

“이제 농사도 새로운 영농기술을 배워야 경쟁할 수 있는 시대”라며 “힘들게 공부해 좋은 결과를 얻어 매우 만족하며, 내가 생산한 농산물에 유기농 표시로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남양주의 농산물을 접할 기회를 주고 싶다”는 최용집 대표의 강한 의지에서 오는 2011년 남양주에서 개최되는 세계유기농대회의 성공 모습이 농민들의 눈에 그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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