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우리 어린 학생들도 통일 문제에 대해 제법 깊은 생각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교나 가정에서 통일에 대한 교육과 대화가 이뤄진다는 증거다. 언젠가 다가올 통일을 위해 그 주역이 될 미래 세대에게 미리미리 교육을 해 두는 것은 절대 필요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학교에서 통일을 다루는 학생들의 교재는 같은 종류일 터인데, 그들이 써 낸 글의 내용, 즉 생각이 아주 판이하게 다른 것들이 있음을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른들 생각의 차이나 교육 현장의 다른 판단들 때문일까.
학생들이 부정확한 지식을 가진 점도 문제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고등학생들조차도 3·8선과 휴전선을 혼동하는 경우가 흔했다. 분단의 근본이 무엇이었는지, 당시 세계 속의 우리는 어떠했는지 하는 등에 대한 교육은 매우 부족한 듯이 보였다. 분단의 시작을 6·25전쟁으로만 알고 있는가 하면, 발발의 원인도 남북 쌍방의 책임이라는 식의 글들도 보였다. 그러면서 미·소에 의해 분단된 나라를 통일하자는 말뿐이었다. 통일이라는 담론을 어린 학생들에게 맞춤형으로 요약해 가르치기는 버거운 것일까. 다른 한편 체계적인 국사, 현대사 교육이 학교 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다.
학생들의 글은 대체로 평소 통일에 대해 무관심하다가 문득 어떤 사건으로 인해 깨달았는데 그래서 평소의 태도를 반성한다는 투, 통일의 이해득실을 따지는 손익계산서 투, ‘우리는 하나’이니까 서로 양보하고 무조건 통일을 하자는 감정 투의 글들이었다. 그러니까 대부분 인터넷, 학교 수업시간에 얻은 지식의 나열일 뿐, 자기 나름대로의 소박하고 독특한 이야기는 매우 드물었다.
그런 중에도 초등부 대상을 차지한 인천인동초등학교 5학년 권예민 어린이의 ‘통일이 된다면’은 독특하고 소박하면서도 능란하게 이야기를 꾸며갔다. 많은 사람들이 흔히 가보는 애기봉에서 남북이 ‘물을 사이에 두고 격해 있는 상황’을 담담한 어조로 그러나 현실감 있게 그려낸 태도, 월남하셨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이야기가 진솔했고, 더불어 머잖아 개통될 인천대교를 세계와 그리고 남북이 소통하는 상징으로 부각시킨 점이 썩 뛰어났다.

중고등부 대상작인 인천대건고등학교 권혁찬 군의 ‘듣기 위한 소리침’도 남북통일을 메아리로 상징한 우수한 글이었다. 교내 행사에서 느낀 동급생들의 통일에 대한 무관심을 일깨워야 한다는 것을 ‘메아리를 듣기 위한 소리침’으로 빗대어 썼다.
“산에 올라 크게 소리를 치면 들려오는 소리는 단순한 과학적 현상이 아니다. 우리의 울부짖음을 들어줄 수 있는 다른 산이 있기에 돌아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는 우리의 의식이 개방적이고 바라는 마음의 간절함이 있을 때 비로소 들릴 것이다.”라는 결구가 군계일학이다.

지면 관계상 두 편의 대상작만을 평했는데 선에 든 글들은 다 크고 작은 장점들을 보였다. 그러나 오늘 이 종합평을 참고로 자신의 글을 세밀하게 비교해 보기 바란다. 물론 선에 들지 못한 학생들에게도 격려와 함께 이 같은 비교가 자신의 글쓰기에 도움이 되리라는 점을 충고한다.
입상자들에게 다시 한 번 축하를 보낸다. 낙선한 학생들 역시 내년에는 반드시 입상의 기쁨을 누리기를 바란다.

        (심사위원=김윤식 인천문협 회장/시인·김진초 인천문협 이사/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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