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김동언 인천대학교 남극 빈슨매시프 원정대 대원

- 2004년 12월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정(6천962m)
- 2005년 7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 등정(5천895m)
- 2006년 7월 중국 민산산맥 최고봉 슈에바오딩 등정(5천588m)
- 2006년 8월 오세아니아 최고봉 호주 코지어스코 등정(2천228m)
- 2007년 8월 중국 티벳 치즈봉 등반(6천201m)
- 2007년 12월 남극 최고봉 빈슨매시프 등정(4천789m)
- 2008년 7월 키르키즈스탄 레닌피크 등정(7천120m)
- 2009년 5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8천848m)

<원정대원>
유주면 대장(인천대학교 기계공학과 82학번)
김동언 대원(인천대학교 토목공학과 01학번)

<감수>
박정동 인천대중국학연구소 소장

# 미지의 대륙 남극을 향하여!

세계 7대륙 최고봉 등정을 위한 6번째 원정 대상지는 남극이다. TV를 통해 또는 책을 통해 듣고 보기만 했던 남극에 우리가 가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원정비용도 지금까지와는 달리 학생인 나로서는 생각도 못할 만큼의 비용 1인당 약 3천500만 원이 필요하다. 원정을 꾸리며 2개월 전까지만 해도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내부적으로도 말이 많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의심했던 일들은 현실이 돼 가고 있었다. 산악부 선후배님들의 응원과 후원, 지도교수인 김준우 교수님의 열정으로 학교와 기업체들에게 후원금을 얻어 꿈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었다.

   
 

남극으로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미국을 경유, 칠레의 푼타아레나스에서 남극으로 가는 전용기를 타는 것이다. 최근에 들어서야 많은 발길이 남극으로 이어지지만 이전에는 남극에 발을 내려놓는 것조차 매우 어려운 일이어서 조사하기가 매우 힘들었다.
남극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일반 배낭여행처럼 비행기 표를 끊는 것이 아니라 1년 전부터 남극으로 들어가는 전용비행기를 운영하는 미국의 ANI라는 업체를 통해 신청을 해야 한다. 인천대학교 산악부도 1년 전에는 남극에 가야 한다는 생각만 있었고 어떻게, 어떤 자금으로 가야 할지는 정해지지 않았었다. 하지만 일은 벌리고 봐야 한다는 생각으로 먼저 신청을 한 뒤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일단 계약금만 걸어놓았다. 이후 계속 나머지 잔금을 입금해 달라는 요청을 수차례 받았으나 자금 모금에 어려움이 있어 계속 연기와 사정 끝에 출발 1개월 전에나 입금을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여러 어려움 끝에 드디어 원정 출발 당일이 됐다. 미국 LA로 가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10시간의 하늘을 날았다. 비행기 안에서의 피로가 나에게는 더욱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 반을 온 것이다. 다시 칠레의 산티아고를 거쳐 가는 12시간의 비행이 끝난 후에야 남극으로 들어가는 전진기지 푼타아레나스에 도착할 수 있었다.

 # 지구상의 최남단 도시 푼타아레나스

푼타아레나스는 남미의 끝 마젤란 해협과 맞닿아 있는데 파나마 운하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가는 유일한 길목이어서 매우 번창했던 항구도시다. 하지만 파나마 운하의 개통으로 많은 배들의 왕래가 줄었고 지금은 14만 명이 사는 조그마한 항구도시로 변했다. 최근에 와서야 남극으로 가기 위한 전진기지 혹은 파타고니아 등의 수려한 관광지로 새롭게 부상하고 있기도 한다.

스페니시 계열의 남미 사람들은 시에스타라는 특이한 풍습이 있다. 이는 한낮에는 무더운 날씨로 인해 모든 관공서와 상점들이 문을 닫고 낮잠을 자는 풍습이다. 이러한 풍습이 이 땅의 모든 것들을 여유롭게 하는 것 같다. 푼타아레나스 시내는 한낮에도 붐비지 않고 한적하기 그지없다.

 # 얼음 위를 달리는 일류신!

푼타아레나스에서 머문 시간이 어느덧 4일이 지났는데도 아직 남극으로 들어가지 못했다. 남극으로 들어가는 전용기 일류신이 날씨가 좋지 않아 비행이 보류됐기 때문이다. 남극에는 비행장이 없기 때문에 일류신이라는 날개가 긴 군용기를 타고 평평한 얼음 위에 착륙해야 해 바람이 없는 날에만 운행을 한다. ANI에서는 하루에 4번 일류신의 출발이 가능한지를 알려준다. 그래서 그 시간에는 호텔을 지키며 전화를 기다려야 한다. 이러한 초조함이 익숙해질 무렵 반가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여객비행기가 아니기 때문에 비행기 안은 남극에서 필요로 하는 물자들과 우리들의 짐이 실려 있고 사람을 앉을 수 있는 자리는 양쪽에 조그만 의자에 간신히 몸을 맡길 수 있었다.

 

   
 
# 드디어 남극의 눈부신 설경을 보다!

남극대륙은 면적이 1천360만㎢로 한반도 전체 면적의 61배에 달하는 엄청난 넓이의 땅에 얼음이 덮여 있는 곳이다. 평균 얼음 두께 2천160m, 가장 두꺼운 곳은 4천700m나 된다. 유럽 알프스 몽블랑(4천807m)의 높이와 거의 맞먹는 두께다. 남극은 지구상에서 가장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가장 심하게 부는 곳이다.

4시간 반의 굉음과 함께 해가 지지 않는 땅 남극으로 향하는 비행은 빨리 남극 땅을 밟고 싶다는 초조함에 한국에서 이곳에 온 시간보다 더 길게 느껴졌다. 육중한 몸의 일류신은 착륙하는 느낌도 없이 사뿐히 남극의 빙판 위에 내려앉았다. 이곳이 바로 패트리어트힐이라는 빈슨매시프 등반과 남극점 여행의 출발점이 되는 곳이다. 일류신의 문이 열리는 순간 남극의 환한 빛과 하얀 설산이 우리를 맞이해 줬다. 남극에 도착하면 모두가 추울 것이라는 생각에 두꺼운 우모복과 털모자, 장갑까지 완전무장으로 첫발을 내딛는 순간 따가운 햇볕이 내 몸을 달궈 줬다. 날씨가 좋을 때는 뜨거운 햇빛에 영하 5℃ 정도의 기온이라 장시간이 아니라면 반팔로 돌아다녀도 큰 추위가 느껴지지 않는다.

 # 해가 지지 않는 남극

남극에서의 첫날 밤은 생각보다 매우 따뜻했다. 이곳은 현재 여름이라(우리나라와 반대) 24시간 해가 지지 않고 머리 위를 빙빙 돈다. 그래서 눈가리개를 하고 잠을 잔다. 다음 날 아침 눈을 떴을 때는 내가 어제 본 남극과는 매우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파랗고 포근하고 선한 얼굴이 갑자기 화가 난 듯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기 시작했다. 해가 구름에 살짝이라도 가리면 서늘해지는 느낌이 드는데 이런 흐린 날씨에 바람까지 부니 우습게 생각했던 남극의 추위가 실감이 났다. 또 우리의 목표는 이곳이 아니고 패트리어트힐에서 경비행기를 타고 1시간 하늘을 더 날아야 베이스 캠프에 도착하는데 날씨가 이러니 비행기가 뜨지를 않는다.
또다시 3일이란 시간을 대기하며 비행기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계속되는 대기로 인해 몸은 더 지치고 따분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빈슨매시프를 등반하러 온 다른 외국팀과 패트리어트힐의 주변 산을 탐사하기로 했다.
 
 # 기다림의 등반 빈슨매시프

   
 

처음으로 외국인과 함께 등반을 하는데 다리 길이가 달라서인지 속도가 매우 빨랐다. 왜 이렇게 속도가 빠르냐고 물었더니 이것이 자신들의 보통 속도라고 한다. 나도 180㎝의 작은 키가 아닌데 약간 버거움을 느끼는 것 같아 자존심이 상해 죽기살기로 같이 해 보기로 맘먹고 얼굴에 미소를 띄우며 산행을 같이 했다. 결국 이렇게 빠른 운행 때문에 나는 그 춥다는 남극에서 땀범벅이 됐다. 다시 패트리어트힐로 돌아오니 3시간 반이 지났다. 출발할 때는 5시간을 예상했었는데 빨리 움직이긴 했던 것 같다. 그렇게 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45분 후에 베이스 캠프로 출발한다는 연락이 왔다.
짐도 안 싸 놓고 맘 편하게 있었는데 갑자기 출발한다니 맘이 급해졌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산에서는 급한 마음이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미리미리 준비하는 습관과 빠른 대처 능력이 필요하다. 트윈오터라 불리는 경비행기는 남극의 지형에 맞게끔 바퀴가 없고 스키로 이착륙을 한다. 과연 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지만 금방 남극 하늘 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날카로운 남극의 산맥을 통과하니 저 앞에 여러 개의 텐트가 보인다. 베이스 캠프다. 그 뒤로 빈슨매시프봉이 구름에 가려져 있다. 이제 내 두 발로만 걸어가야 하는 등반이 남았다. 근엄한 기운 속에 우리를 빈슨매시프로 안내해 줄 가이드들이 반갑게 맞아 준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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