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승철 경기본사

【양주】지난 19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 양주시 ‘시민과의 대화’가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양주시는 현안을 파악하고, 시정에 관한 시민 의견을 청취한다며 하루에 두 곳의 읍ㆍ면ㆍ동을 순회하며 시장과 시민의 대화의 ‘장’을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시민들은 ‘현재 도로상황이 좋지 않아 통행이 힘들다’, ‘도시가스 설치가 시급하다’ 등의 불편사항을 호소했으며, 해당 질문은 시장의 입을 거쳐 참석한 실과소장 등에게 돌아갔다.
이에 실과소장들은 ‘현재 관계법령에 의거해... 검토 중입니다’ 혹은 ‘해당 내용은 본청이 아닌 해당 공기업과 관련된 일로 해결하기 어렵습니다’ 등 의례적인 대답을 늘어놓는다. 이때 시장이 “왜 빨리 못하는 겁니까! 빨리 처리하세요”라고 일갈한다. 이에 실과소장들은 “예...”라는 힘없는 답변을 하고는 다시 지정된 자리에 앉는다. 실로 놀라운 능력이라 할 수 있다.
물론 법령 및 소관이 아니라는 말로 민원인들의 의견에 대해 무책임해 보이는 실과소장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무엇보다 시장의 한마디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는 듯한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이 놀라웠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라도 시장의 ‘해결하세요’라는 말 한마디에 구구절절했던 해명은 사라지고 ‘예’라는 대답이 등장한다. 전지전능한 시장의 능력이라 할 수 있겠다.

명확한 선과 악이 구분되는 역할극의 씁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았다. 민원인들에게 불가함을 설명해야 하는 실과소장들이 민원인들의 악역이라면 시장은 명확한 선, 즉 영웅의 역할을 한다. 뭐 그렇다는 말이다. 문제를 해결해주는 영웅에게 보내는 환호와 경외심이 그렇듯 보이는 것만으로는 시장의 능력에 절로 박수를 보내고 싶어질 지경이다.
지도자의 한마디는 확신이 동반되어야 한다. 전결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입에서 나온 말은 ‘반드시’라는 단서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말부터 해놓고 ‘안 되면 마는 거지’가 아닌 ‘반드시 하겠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지도자는 결정권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지고 있다. 인기에 편승해 즉흥적인 대답에 급급하기 보다는 ‘노력하겠습니다’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진짜 민원인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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