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1910년에 독일의 노동운동가였던 클라라 제트킨이 남성에 비해 차별적 대우를 받는 여성을 위해 코펜하겐에서 열린 여성운동가대회에서 제창해 세계여성의 날을 만들었다. 3월 8일을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한 이유는 여성의 정치적 지위나 사회적 지위뿐만 아니라 임금을 포함한 노동조건에서도 차별이 심했던 당시 미국 여성들이 의연히 일어나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를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날이라 이 날을 뜻깊게 만들자는 마음에 3월 8일을 기려 세계여성의 날로 지정했다. 그 후로 여성의 날은 진화해 여성문제뿐만 아니라 세계대전 반대운동, 군부독재 반대시위 등으로 힘이 지배하는 세상을 사람이 중심 되는 세상으로 변화시키려는 여성성의 운동으로 가치를 더해가고 있다.

여성의 고난사(苦難史)는 가슴을 짓누르는 압박으로 역사한다. 삶의 무게가 남성보다 훨씬 더 컸던 여성은 남성 체력의 80% 정도의 약한 힘으로 아이를 키우고 직업적 노동을 하고 집안일을 했다. 남존여비는 전 세계 여성의 지위를 고정하는 차별이었고 지금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암묵적으로 차별이 진행 중이다. 힘이 숭상 받고 승자가 옳다고 믿는 파워게임이 존재하는 한 쉽게 무너질 것 같지 않다.
언젠가 모임에서 나이 지긋하신 남자분이 남성 역차별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남성은 강해야 대접 받는다. 체력도 정신도 합체로봇처럼 탱천해 눈물을 보여서도 안 되고, 가족부양 능력도 있어야 하고 대범해서 작은 일에 희로애락을 드러내도 안 된다. 그러니 안팎으로 받는 스트레스를 견딜 수 없어 일찍 죽는다.’고 했다. 알고 보면 불쌍한 남자의 일생이라고 해서 좌중을 웃게 만들었다.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다. 출생 시 여성과 남성은 100:105 정도로 남성의 출생이 과잉인데 성인이 될 무렵이면 비율이 같아지고 80세가 넘어서면 여성이 남성보다 통상 2배 정도 생존율이 높아진다고 한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결여와 지나친 승부욕과 개인 성취에 집착해 스스로 자연수명을 단축시키는 결과를 만들었다고 하면 억지일까? 감정을 공유해 안아주고 다독이고 상처받은 가슴을 위로받고 위로해주는 정서가 부족한 결기는 강할지는 몰라도 유연성과 적응력이 약해 부러지는 것이리라. 사람의 염색체수 46개 중 남자와 여자는 고작 성염색체 2개만 다른데 성징(性徵)은 물론이거니와 심리 상태도 사회적 특성도 크게 다르다. 작은 차이가 결과적으로 이렇게 큰 차이를 만들어냈다.
여성성은 환경에 적응하고 마음을 나누고 상대의 말에 공감하면서 상호 우호적 관계 개선을 지향하는 전지적 사랑에 기초한다. 터를 잡고 터를 닦고 터를 키우는 역할이 모성이다. 돌려서 생각해 보면 체력적으로 남성에 비해 열등한 여성이 오래 사는 데는 모성애적 성향이 있어서라고 생각한다. 미래학자들은 이 여성성에 주목한다. 권위와 일사분란의 명령체계는 박물관에 고정된 유물처럼 박제가 되고, 심미·유연·창의·교감으로 대표되는 여성성이 미래사회를 주도할 것이라고 한다. 무한한 여성의 능력이 이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어 분쟁도 파괴도 없는 세상이 될 날을 기대한다.
과거의 여성의 날이 여성의 정치적 평등과 남녀차별 철폐, 여성해방을 목표로 시작된 것이라면 앞으로의 여성의 날은 풍요와 평화를 품고 키워나가는 사람들을 격려하고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 차별 없는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날로 승화되기를 소망한다. 잔인한 범죄를 예방하고 시린 가슴을 녹여줘 자살로 가지 않게 지켜주고 지도자의 탐욕과 승부욕으로 야기되는 전쟁을 막아주고 더 많이 가진 자의 착취를 순화시켜주어 힘의 논리로 세상이 굴러가지 않게 완급으로 조절하는 힘이 모성이다. 모성은 사랑이고 여성성이 누릴 수 있는 귀한 특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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