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원 확보·대원 확보 등 성공 등정 요인

둘째, 성공을 위해 필요한 몇 가지 요인이 있다. 해외 원정은 국내 산행과는 달리 많은 시간과 재원 그리

   
 
고 체력을 필요로 한다. 이러한 원정을 준비하기 위해서 무엇보다도 치밀한 사전 계획이 필수적이다. 전문 등반가인 박영석 씨나 엄홍길 씨 등은 어김없이 이러한 일에 매우 뛰어나다. 특히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고도의 마케팅 기법을 운용해야 하고 필요한 인력 확보 그리고 끊임없는 팀원 훈련 등 치밀한 사전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 모든 일들이 오케스트라처럼 유연하게 움직여야 하는데 이것 중 가장 중요한 요인을 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재원 확보다. 재원은 대원들이 웬만한 해외 원정에는 자비로도 충당할 수 있으나 에베레스트와 같은 고가의 해외 원정의 경우는 어려운 노릇이다. 따라서 기업이나 다른 조직으로부터 충당해야 하는데 기업에 유리한 점을 내세워 설득 작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상당 기간 동안 친분과 협력을 통해 집요한 설득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유명세가 있다면 CF 등을 통해 기업에서 지원할 수 있지만 대학 산악부 같은 경우는 어림없는 얘기다. 충분한 가치가 있어야 기업도 예산 지원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 그렇다면 결국 대학 산악부는 소속 조직인 대학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돈 쓸 곳이 많은 대학도 원정에 대한 예산 지원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가장 힘든 부분도 충분한 재원 확보였다.

그 다음은 체력과 팀워크를 갖춘 대원의 확보 및 훈련이다. 대원들이 아무리 강인한 체력을 갖췄다 하더라도 명령 체계에 기반한 조직의 팀워크가 이뤄지지 않으면 그 조직은 준비조차 힘들다. 대장의 지시를 절대적으로 따라야 하고 필요하다면 극한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거나 자신의 등정을 포기하는 등 과감히 욕심을 버릴 줄도 알아야 한다. 에베레스트와 같은 고산에서는 언제 어떤 사고를 당할지 모르고 만약의 위급한 상황에서는 자신을 희생할 각오도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대원들의 특성을 잘 헤아려 원정팀을 구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대원들이 충분히 확보했다면 각각 대원들의 체력 상태에 맞춰 치밀한 훈련계획을 세워 이행해야 한다.

 # 장비 및 식량 준비·정보 수집도 중요

다음은 장비 준비와 식량 준비다. 해외 원정, 특히 에베레스트 원정 같은 경우에는 인원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장비와 식량의 무게가 몇t에 이른다. 이를 원정을 떠나기 전 몇 달 전에 정확히 수요량을 예측해 구입하고 원정지로 제 시간에 실어 보내야만 한다. 만약 정확한 양을 예측하지 못하면 높은 산에서 극한의 고생을 각오해야 하는 것이다. 필요하면 현지에서 구입을 해야 하는데 막상 구하기도 쉽지 않을 뿐 아니라 구입한다 해도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식량이나 장비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면 결국 실패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엄청난 장비 및 식량을 필요한 시기별로 분류하고 포장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같은 관리 도구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장비를 통해 어떠한 물건이 어느 카고백 속에 들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가 있고 적시에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관리가 돼 있지 않다면 필요할 때마다 산과 같이 쌓인 카고백을 일일이 열어 확인해야 된다. 이때 들어가는 시간 낭비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정보에 대한 수집이다. 장기간에 걸친 해외 원정에서 정보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다. 예컨대 현지 여행사에 대한 정보, 셰르파들에 대한 정보, 현지 루트에 대한 현지 상황 등 어느 하나도 소홀할 수 없는 것들이다. 특히 현지 날씨 정보는 성공은 물론 대원의 생명과도 직결되는 절대적인 것이어서 모든 촉각을 세워 가능한 많은 정보를 수집한다. 베이스캠프의 중요한 역할이 이러한 날씨 정보를 수집해 정상 공격 일시를 정하는 것이 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사다, 즉 셰르파 대장의 중요한 역할은

   
 
다른 원정팀의 사다들과 기상 정보를 토대로 공격 일시를 정하는 일이다. 따라서 사다는 원정대에서의 안테나 역할을 하게 되며 그의 결정이 원정의 성패에 직결된다.
그리고 원정 후원군이다. 스폰서가 있는 일반 전문 산악 원정팀과는 달리 대학과 같은 조직에 속해 있는 대학 산악부는 소속 대학의 재정 지원이 없다면 해외 원정을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 따라서 해외 원정을 준비하려면 소속 조직의 인원들이 원정에 대해 공감하고 응원하는 후원그룹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그룹이 조직 내에 없다면 원정을 계획하면서 이러한 그룹들의 조직과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인천대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경우에도 교수팀으로 구성된 에베레스트 트레킹 응원단이 조직됐고 이들에 의해 우리 원정대에 대한 관심과 함께 실제 원정 추진에 큰 도움을 줬던 것이다.

 # 치밀한 사전 준비와 훈련이 선행돼야

셋째, 원정은 리더십에 기반을 둔 경영시스템이다. 국내외의 어떠한 원정도 결국은 단장을 정점으로 하나의 목표를 가진 기업이라 할 수 있다. 흔히 원정단장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원정 출발 전과 원정 기간 그리고 원정 후 마무리까지 모든 작업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책임을 갖게 된다. 단장은 이와 같은 효율적인 원정 관리를 위해 기업 관리에서 필요한 경영 기능, 즉 마케팅·회계·인사·정보 등의 능력을 활용하게 된다. 어떠한 하나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기능이다. 만약 하나라도 어긋나면 원정에 대한 모든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모든 것을 담아 장기간에 걸친 기본계획과 실행계획을 세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치밀한 계획이 없으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지 못해 우왕좌왕하다가 원정을 떠나게 된다. 이러한 원정팀이 제대로 산에 오르기는 힘들다.

돌이켜보면 국내외 어떤 원정도 마찬가지겠지만 원정이라는 것은 성공을 100%로 봤을 때 50%의 치밀한 사전 계획과 준비, 30% 대원들의 운행 능력, 그리고 마지막으로 20% 하늘의 도움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어느 하나라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겠지만 보다 치밀한 준비와 훈련이 받쳐주지 않는다면 결국 등정은 고사하고 산 아래서 맴돌다 오게 되는 것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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