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오후 10시 35분께 루원시티 사업이 한창인 인천시 서구 가정동 일원.
창문이 깨지고 담벼락이 무너져 내린 빈집들이 모여 있는 골목길을 순찰하는 5명의 방범대원들은 4월 중순의 날씨와는 어울리지 않는 입김을 내뿜고 있었다.

개미 한 마리 찾아보기 힘든 골목들을 지나 옛 기동대 건물 뒤편 골목길에 들어서자 몸을 잔뜩 구부린 채 발걸음을 재촉하며 한 여성이 귀가하고 있었다.
5명의 방범대원과 마주치자 여성은 안심한 듯 발걸음에 여유를 두며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주민의 대부분이 떠나버린 ‘유령도시’ 루원시티에 남아 있는 주민들의 불안을 덜기 위해 루원시티 사업지구 인근 주민들이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10대부터 50대까지 10명의 가정1·2동 주민들로 구성된 주민 방범대원들은 지난 14일 발대식을 갖고 본격적인 방범활동을 시작했다.

인천서부경찰서와 서구청은 현재 루원시티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고용한 50여 명의 직원이 밤낮 순찰을 실시하지만 주민 불안을 덜기에 역부족으로 판단, 지역 지리에 밝은 주민들로 구성된 방범대를 구성했다.
서구청의 일자리 창출사업의 일환으로 운영되는 방범대는 오는 9월 30일까지 활동하게 된다.

서구청 관계자는 “지난해 희망근로 자율방범대 150여 명을 운영하며 범인 검거 등 효과를 입증했다”며 “올해에는 최근 김길태 사건 이후 주목받은 가정동 일원에 지역 주민들을 투입해 주민들의 불안을 덜어 주겠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10시 봉수치안센터에 집결한 10명의 주민방범대는 장비 지급과 간단한 교육을 실시하고 2개 조로 나눠 새벽 2시까지 순찰을 실시했다.

손전등과 경광봉을 들고 골목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주민 방범대원 한기성(19)씨는 “재수생 생활을 하며 낮에는 공부를 하고 밤에는 용돈을 벌려고 방범대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루원시티 사업지구 경계지역에서 이발소를 운영한다는 또 다른 방범대원 윤희설(52)씨.
지난 1일 본격적인 공가 철거 진행으로 주민들과 시행사 간 큰 마찰이 벌어진 가정1동 주민센터 인근을 지나 그가 운영하는 이발소 인근에 들어서자 윤 씨는 “우리 같은 경계지역 자영업자들은 모두 죽을 맛”이라며 “2년 전부터 주변 단골손님들이 모두 떠나자 생계가 막막해져 방범대에 지원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어 그는 “텅 빈 도시에 혹시 발생할지 모를 범죄 예방에 우리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루원시티 치안 전담반’인 봉수치안센터의 임한용(47)순찰3팀장은 “가정동 인근은 사업 시행 초반에 비해 점차 치안 안정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남아 있는 주민들을 위해 치안 강화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루원시티 사업지구에는 현재 보상에 합의하지 않은 약 10%의 주민, 1천여 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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