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안성시 대덕면 내리 한가운데 자리한 광덕초등학교는 인근에 중앙대학교 안성캠퍼스가 위치해 있어 아이들을 교육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학군으로 손꼽힌다.

학사마을이라는 명칭이 생겼을 정도로 지성을 상징하는 대학생들이 모여 살며 학구열을 불사르고, 지역 지식인들과 문화·예술인들의 교류도 빈번해 지역교육의 허브로 통한다.

그러나 내리 지역이 본격 개발되면서 학생들을 상대로 한 유흥업소와 원룸이 밀집하고 외지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우범지대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광덕초등학교는 이러한 변화의 한가운데 서서 학군의 특성을 살린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며 전통 명문의 명성을 이어 가고 있다.  <편집자 주>

 

 광덕초등학교의 전체 학생 수는 고작 196명이 전부다. 학급 수도 9개 학급밖에 되지 않는다.

   
 

학생 수와 학급 수가 적다는 것은 그 학교의 규모가 작다는 의미로, 학부모들은 규모가 큰 학교에 비해 학생들이 교육받을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좁아지는 것을 염려한다.

규모가 작다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규모가 큰 학교들이 가질 수 없는 나름대로의 장점이 있다.

항상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는 14명의 교사가 대표적이다.

학생 수가 적다는 것은 교사들이 학생 개개인의 성격이나 학습 능력, 잠재된 적성, 나아가 가정환경까지 모두 손바닥 보듯 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여러 문제요소들을 차단해 학생들이 학습에 전념하고 올바른 자아를 형성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참교육일 것이다.

광덕초는 학군의 특성을 학교 교육에 접목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맞벌이가정의 경우 방과 후 학생들이 부모에게서 교과학습 지도를 받는다거나 다양한 취미활동을 통해 적성을 찾고 발전시킨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러한 가정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방과 후 부모가 없는 가정으로 돌아가 무의미하게 방송을 보거나 컴퓨터게임에 몰두하거나, 못된 아이들과 어울려 탈선에 이르기까지 한다.

광덕초교는 이러한 학군의 특성을 파악하고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고충을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고 있다.

고학년 학생 20여 명과 저학년 학생 20여 명이 리모델링된 교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다양한 교육과 취미활동이 가능한 ‘방과 후 종일돌봄교실’과 ‘보육보금자리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고학년은 오후 9시까지, 저학년은 오후 7시까지 운영되는 방과 후 교실에서는 아이들의 지적 능력과 창의력, 독립심, 협동심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교육이 실시된다. 담당 교사와의 일대일 맞춤 학습교육은 보너스다.

이와 함께 학교와 근접한 아동보호센터와 연계해 30여 명의 학생들에게 바이올린 교습 등 학원에 버금갈 정도의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돈이 없어 학원에 보내지 못하는 학부모들의 표현할 수 없는 아픔을 어루만지는 것은 물론, 보살핌이 부족한 맞벌이가정 학생들의 취약점을 보완하기에 충분하다는 평이다.
광덕초교는 또 학생들의 바른 인성과 건전한 정서 함양을 위한 다양한 음악체험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서 학교특성화운영학교로 지정·운영되고 있는 사물놀이패와 리코더 합주단, 합창단이 대표적이다.

15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풍물놀이패는 지역사회 연계교육의 일환으로 현재 중앙대학교 국악과의 도움을 받아 신명나는 우리 가락을 전수받고 있다.

그 동안 시립 바우덕이풍물단 단원들을 강사로 초빙해 지도받는 타 학교에 밀려 수상하지 못하고 참가하는 데 의의를 뒀으나 올해는 안성시 청소년 예술제에 참가해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이와 함께 37명의 학생들로 구성된 리코더 합주단과 57명의 합창단도 주로 연습을 수업 시작 전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할 정도의 악조건에도 불구, 안성시교육청이 주관하는 학생예능대회에 참가해 모두 우수상을 거머쥐었다.
풍물패는 오는 9월 수원시에서 개최되는 경기도 청소년 예술제에, 합주단과 합창단도 오는 9월 열리는 경기도 학생예능경연대회에 시 대표로 참가한다.

광덕초교 학생들은 적게는 1가지에서 많게는 4가지 음악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특색이다. 그만큼 선택과 배움의 기회가 많다는 것으로, 학생들이 폭넓은 음악의 세계에서 다양한 악기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와 함께 아침 등교시간과 점심시간, 기타 시간들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동요를 가르치고 있다. 연 34곡 정도로 매주 한 가지의 동요를 새로 배우게 된다.

동요라는 것이 어린이들의 생활감정이나 심리를 정확하게 표현한 것으로, 가사나 음정을 외우다 보면 자연스레 건전하고 풍부한 정서가 길러지는 효과가 있다.
음악은 배려와 양보심이 부족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 다투거나 고성을 지르며 분노를 표출하던 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악기를 함께 연주하고 합창을 연습하는 작은 기적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다.
화단에 사계절 꽃이 피어오르고 아이들이 진한 꽃의 향기를 맡으며 해맑은 소리를 내며 뛰놀 수 있는 천국을 점점 닮아가는 학교.

   
 

지난 3월 정연택 교장이 취임하기 전까지 광덕초교의 교정은 흙바닥의 운동장과 향나무 몇 그루가 심어진 볼품없는 화단이 전부였다. 또한 건물 벽에 칠해진 도색도 빛이 바래 있었고 어지럽게 널린 교육재료들이 복도와 교실 여기저기에 널려 있었다.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알고 있음 직한 꽃과 나무의 이름조차도 생소해 했으며, 관찰활동은 아예 생각지도 않는 듯 보였다. 몇 그루의 향나무가 전부였던 화단에는 나무들이 심어졌다.

대형 화분과 개화 시기가 다른 다양한 종류의 꽃과 수생식물, 야생화까지 심어져 저마다 간직한 아름다운 색체를 1년 내내 뽐내는 아름다운 화단이 됐다.

교자재가 무질서하게 쌓여 있던 복도는 꽃을 담은 80여 개의 사진액자와 저마다 이름표를 단 100여 개의 화초들이 화본과 화병에 나뉘어 자리를 대신했다.

대형 수목식물들도 이름을 가로 새기고 복도와 현관에 한 자리씩을 차지하고 앉았다.

사계절 아름다운 꽃을 보고 진한 꽃의 향기를 맡으며, 밝고 감미로운 음악이 귓가를 간질이는 학교에서 학습하며 뛰노는 아이들의 미래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짐작이 간다.

광덕초교는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명문 학교다. 군과 정·재계에서 이름을 알리며 국가 방위와 경제 발전을 주도한 위대한 인물들을 다수 배출했다.

광덕초교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작은 변화의 물결은 전 세계를 누비며 국가의 위상을 높이고 경제 발전을 이루기 위한 큰 파도의 태동임을 기억하자.

학교 연혁
1956년 5월 대덕초등학교 광덕분교로 개교
1957년 4월 광덕초등학교로 승격
2010년 2월 제52회 졸업식(졸업생 2천182명 배출)
2010년 3월 제19대 정연태 교장 부임

◇정연택 교장 인터뷰
   
 

지난 3월 부임한 정연택 교장은 아이들은 모두 천사라고 말한다.

3집 정규앨범을 내고 4권의 책을 펴냈을 만큼 음악과 문학에 조예가 깊은 그이지만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고 한다.

정 교장은 학교를 천사들이 훨훨 날 수 있도록 힘찬 날갯짓을 가르쳐 주는 곳이라고 정의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그것은 하나의 필요조건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론이다.

학습의 기초를 다지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인격 형성 과정에 있는 학생들이 바른 인성과 건전하고 풍부한 정서를 기를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장은 “아이들이 간직하고 있는 순백의 심성이 때 묻거나 변형되지 않은 원형 그대로의 모습으로 간직돼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교육”이라고 강조한다.

성장기에 형성된 인성과 자아는 아이들이 어른으로 성장해 살아가게 될 삶의 질을 결정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오랜 경험을 통해 알게 됐단다.

그래서 정 교장은 천사들이 이른 아침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학교는 천사들이 사는 낙원을 뜻하는 천국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사들이 뛰노는 학교는 우선 아름다워야 하고, 깨끗하고 포근해야 하며, 무엇보다 밝고 맑은 음악소리가 끊이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이다.
아이들은 순식간에 물을 머금는 스펀지와 같아서 주변 환경을 여과 없이 받아들여 사고하고 행동하기 때문에 아이들을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시켜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다.
자연의 경치가 맑고 아름다운 곳에서, 밝고 아름다운 선율이 귓가를 간질이는 곳에서, 해맑은 웃음소리를 내며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그가 꿈꿔 온 학교의 모습이다.

정 교장의 부임과 함께 광덕초등학교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그 변화는 아직도 진행 중이다.
부임 초기 학교 주변 여건과 가정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마련한 맞춤형 교육 프로그램도 호응을 얻으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들은 아이들다워야 한다”는 정 교장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학교에서 천사들이 뛰놀게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정 교장은 “부임과 함께 시작된 작은 변화의 물결은 아이들의 변화시키는 값진 결과를 얻었다”며 “이러한 작은 물결들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파도의 태동이 될 것이다”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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