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우리 집 나무가 노래를 하면/ 이웃집 나무가 대답을 하고/ 탐스런 나뭇잎만큼 가득 열린 참새들/ 열린 참새만큼 고운 노래 들려주는 나무…”. 최신영 작사, 김동신 작곡의 ‘나무의 노래’가 교정 가득히 울려 퍼지는 등교시간. 흥겨운 노랫소리에 맞춰 가볍게 발걸음을 옮기다보면 어느새 가지런히 정돈된 책걸상이 아이들을 반긴다.

   
 

이렇게 맞이하는 첫 시간은 책을 읽는 데 할애한다. 34학급 1천2명의 전교생이 아침 자습시간을 이용해 마련한 알토란 같은 시간이다. 책을 펴는 순간 마음이 차분해지고 점점 책 속으로 빠져들며 자신이 보지 못한 세상으로 한 걸음씩 다가간다. ‘내’가 아닌 ‘너’를 이해하게 되고 따뜻한 시선으로 주위를 볼 수 있는 안목도 생긴다. 무엇보다 학생들은 책을 읽는 동안 행복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낀다. 용인 상갈초등학교에서는 하루하루 이렇게 행복과 꿈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상갈초교의 최대 교육목표는 학생들이 글로벌 인재로 자질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교육 프로그램이 ‘ACE 명품 상갈교육’이다.

Ability(글로벌 언어능력), Creativity(창의적 사고력 신장), Emotion(감성과 의지력 신장) 교육을 통해 글로벌 인재를 키운다는 것이 교육목표다. 영어일기 쓰기, 한자노트 등은 ACE 명품 상갈교육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상갈초교는 사교육 없는 학교 만들기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달에는 사교육 없는 학교에 공모해 선정되기도 했다. 방학 기간 준비과정을 거쳐 2학기부터 시작하는 사교육 없는 학교는 정규 교육과정의 내실 있는 운영과 방과후학교 활성화, 물적·인적 자원의 지원을 통해 현실화할 계획이다. 학력 향상 프로그램으로 교육과정의 내실을 기하고 주말과 방학 특별 프로그램 운영 등을 통해 창의적인 체험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교 측은 전통문화 의식 함양에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매년 어린이날을 맞아 실시하는 전통문화 체험놀이 한마당은 전통문화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게 하는 자리다. 땅뺏기·깡통차기·고무줄 놀이·구슬치기·팽이치기 등 30여 종의 전래놀이를 전교생이 체험하도록 함으로써 소중한 전통문화에 대한 의식을 심어 주고 협동심과 우정을 키우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동아리 활동도 상갈초교의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다. 지난해 바이올린 10명으로 창단한 현악 오케스트라는 용인시 예능경연대회에서 최소 참가 인원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동상을 차지한 데 이어 올해는 향상된 실력과 확대된 악기 편성으로 금상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신종플루로 많은 활동을 하지 못한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에는 많은 대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상갈동 주민자치센터 1주년 기념식에 초청받아 아름다운 선율을 선사했고, 지난 2일 학내에서 열린 달빛 속삭임 음악회에서 멋진 연주로 전교생과 학부모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방학 중에는 천안의 한 초등학교와 음악캠프를 계획하고 있다. 3~6학년으로 구성된 현악 오케스트라는 오는 2012년까지 40명 규모로 확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교의 행사 촬영과 방송을 담당하는 방송부도 대표적인 동아리다. 지난해에는 2주에 한 번씩 아침방송을 하고 행사 촬영만 한 게 전부였지만 올해는 아침방송이 없는 월요일에 학생들이 손수 촬영·편집한 방송을 내보내고 아나운서 멘트도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다.

고학년 위주로 꾸려진 방송부 회원들은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과 카메라 사용법에 대해 익히고 직접 기사를 작성하면서 글을 쓰는 요령도 터득한다.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층 자녀들을 위한 종일돌봄교실 운영은 기본이다. 종일돌봄교실은 수요자 중심으로 선택·맞춤형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양질의 보육 프로그램을 적용, 학부모들의 만족도와 공교육 신뢰도를 높이는 데 주안점을 뒀다. 악기, 체조, 원어민 영어, 영어 챈트, 색종이 접기 수업이 운영되고 있으며 개인별 수준에 맞는 문제집 풀이와 숙제 지도, 그림그리기, 만들기, 모래놀이 등 다양한 창의력 계발 수업이 진행되고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학교 측은 덩치가 커진 반면 체력이 저하된 학생들의 체력 증진에도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금화산 자락에 위치한 지리적 특성을 십분 활용, ‘멀리 걷기’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연 4회 토요일 전일제로 운영되는 멀리걷기 행사는 2시간 정도 체력단련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행사가 끝난 뒤에는 학급별로 소감문을 작성한다.
상갈초교 학생들은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일에도 앞장서고 있다. ‘작은 정성이 큰 사랑으로’라는 이름의 사랑의 저금통 모으기 행사가 바로 그것이다.

매년 전교어린이회의에서 결의해 전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사랑의 저금통에 작은 정성을 모아 불우이웃돕기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홀몸노인들이 모여 사는 성신양로원에 고사리손들이 모은 사랑을 전달한 데 이어 올해도 사랑의 저금통 862개를 양로원 측에 건넸다.

상갈초교의 대표적인 자랑거리 중 하나가 ‘내 나무 가꾸기’ 행사다. 자연을 쉽게 접하지 못하는 도심 학생들의 감성지수가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 자연과 가까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 행사다.

해마다 이뤄지는 이 행사는 학교 숲에 있는 나무에 나무이름, 관리학년, 학교명을 지정하고 표찰을 부착해 학년별로 정해진 구역 내에서 내 나무를 선정해 가꾸는 것이다.

‘내 나무 가꾸기’ 활동으로는 내 나무 그리기, 내 나무 탐구하기(특색, 꽃의 색깔과 피는 시기 등), 내 나무와 대화하기, 내 나무에 관한 글쓰기 등이 있다.

특히 상갈초교는 교사들의 잡무를 줄이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 제 아무리 교육환경이 제대로 갖춰졌더라고 교사들이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면 별무소용이라는 박준호 교장의 소신 때문이다.

박 교장은 “선생님들은 가르치는 일에 전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선생님들의 잡무가 하나도 없도록 해 수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만들겠습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이를 위해 상갈초교는 교무실에 교무보조와 방과 후 코디네이터를 두고 공문처리를 도맡게 하고 있다. 교사들에게 공문 자체가 가지 않도록 함으로써 업무를 대폭 줄였고 2학기부터는 교무보조 인력을 추가로 배치할 계획이다. 인력 증원에 따른 비용은 사교육 없는 학교 지원금에서 충당할 계획이다.

가르치는 일에만 전념하는 교사, 배우고 익히고 실천하는 일에만 전념하는 학생, 이것이 바로 상갈초교가 꿈꾸는 학교 본연의 모습이다.

#박준호 용인상갈초교장 인터뷰
   
 

“교육의 중심은 선생님이어야 하고, 선생님은 존경받아야 마땅합니다.”
상갈초교 박준호 교장의 교육철학이다. 경기도교육청 장학사 등을 지낸 박 교장은 단국대학교 교육과정 전공 박사과정을 수료한 교육 전문가다.

박 교장은 교육의 3요소인 교사, 학생, 교육과정 중 교사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교사의 역량에 따라 교육의 질이 달라진다는 소신 때문이다. 박 교장이 교사가 교육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교사들에 대한 일부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것도 현실이지만 학생들의 인성을 바르게 키우고 학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존경받는 교사상을 확립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게 박 교장의 일관된 주장이다.

“학부모와 일반 사회인 모두가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면 학생들도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존경하게 되면 교육은 성공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박 교장의 말은 얼핏 듣기엔 지극히 단순한 논리이지만 늘 교사들에게 책임만 지우는 사회 현실에 대한 서운함도 배어 있다.

물론 박 교장은 교사들에 대한 맹목적인 존경을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이 교육의 중심으로 우뚝 서고 존경받기 위해서 역량을 높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때문에 상갈초교는 HRM 연수와 신규교사 멘토링, 학부모 수업공개 등을 통해 교사들의 자질 향상에 남다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노력에 힘입어 지난해 2학기 시범 운영한 교원능력개발평가에서 학부모의 담임학급 경영만족도(1~3학년) 91.26%, 학부모의 자녀 학교생활 만족도 87.77%, 학생의 담임 만족도 91.70%, 동료 평가 96.97%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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