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집에 8~9명이 산다는데 불편할 게 뻔하지. 피난생활이라 어쩔 수 없이 가는거야.”
연평도 피난 주민들의 임시 거주지가 김포시 양곡 LH 아파트로 정해진 가운데 주민들은 안도감보다는 앞으로 펼쳐질 임시 거주지에서의 생활을 염려했다.

연평주민비상대책위원회는 인천시가 임시 거주지로 제시한 김포 양곡 아파트와 인천시 다가구주택을 비교해 살펴보고 대책위원 투표를 통해 김포 양곡 아파트로 이주하기로 결정했다고 9일 밝혔다.

김재식 부위원장은 “인천시가 제시한 다가구주택(용현동 8가구, 구월동 6가구 등)을 살펴본 결과 공간이 매우 협소해 많은 인원을 수용하기엔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언덕에 위치한 곳도 많아 겨울철 노인들이 빙판사고 등의 가능성이 있어 안전한 양곡 아파트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임시 거주지 이주가 신속하게 진행됨에도 연평도 피난 주민들은 앞으로 겪을 임시 생활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정모(45)씨는 “지금부터가 본격적인 피난생활의 시작이 아니겠느냐”며 “생활권인 연안부두에서 차로 1시간 30분 가량 소요되는 양곡까지 다닐 생각만 해도 답답하다”고 한숨을 쏟아냈다.

정 씨는 이어 “당장 있을 곳이 없어 김포로 쫓겨나듯 가는 상황이지 그곳이 마음에 들어서 가는 것은 아니다”라고 앞으로의 험난한 피난생활을 걱정했다.

지난달 23일 북의 포격 당일 연평도를 떠난 권영희(52)씨는 “일부 주민들이 임시 거주에 필요한 짐을 챙기러 연평도에 잠시 들어간 것 같다”며 “무서워서 연평도에 짐 챙기러 가기도 싫고 뭍에 계속 있겠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울먹였다.

대책위는 생활용품 준비를 마치는 대로 다음 주 초 김포 양곡 아파트로 이주하기로 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여전히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영구 이주”라며 “앞으로 정부와 인천시에 협의할 사안들이 많아 임시 거주지에서 지내는 동안 하나씩 해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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