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실 공히 명문고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고등학교, 꿈을 이룰 수 있는 여건을 가장 잘 갖춘 고등학교, 이 학교가 바로 제물포고등학교다.’

   
 

인천 지역 토박이들의 마음의 고향인 자유공원을 마주하고 뒤로는 응봉산 자락이 감싸고 있는, 그 이름만으로도 자부심이 느껴지는 인천의 대표적인 명문 제물포고등학교(인천시 중구 자유공원로·이하 제고). ‘학식은 사회의 등불,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란 교훈 아래 반세기가 넘게 인천교육을 이끌어 온 제고는 지난 1935년 인천부립중학교로 개교한 뒤 1945년 11월 27일 민족교육가이자 무감독고사라는 신화를 만들어 낸 길영희 초대교장이 이끄는 인천중학교로 재도약했다.

이어 길 교장과 함께 인천중 졸업생들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1954년 11월 1일 ‘제물포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문을 열게 됐다.

이런 역사와 전통을 가진 제고에는 그 역사와 함께 맥을 이어온 ‘무감독고사’는 물론 최상의 교육환경, 다양한 교육제도 및 활동, 자랑스러운 선배, 인천체육의 중심 야구부 및 농구부 등이 있기에 여전히 제고를 명문고로 칭할 수 있다.
  
# 전통의 무감독고사
50여 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학교 터’만큼이나 제고하면 제일 먼저 손꼽는 것이 바로 ‘무감독고사’다.
초대교장으로 민족교육에 평생을 헌신한 고(故) 길영희 선생은 ‘제물포고등학교’라는 이름으로 학교 문을 연 지 3년 만인 지난 1956년, 학생 스스로 시험을 보는 무감독고사를 시행했다.
처음으로 감독교사 없이 치러진 시험에서 53명의 무더기 낙제생들이 발생했지만 당시 길영희 선생은 양심을 지킨 낙제생들을 오히려 격려해 줬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고교 평준화시대로 전환되면서 무감독고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이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등 전국에서 처음으로 무감독고사를 치른 제고에도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때마다 학생들 스스로가 양심에서 우러나는 진심으로 무감독고사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그 맥을 이어왔다.

‘양심의 1점은 부정의 100점보다 명예롭다’고 무감독고사 전에 외치는 이 구호는 제고가 강조하는 교육의 지향점을 보여 준다.
 
# 최상의 교육환경 ‘도서관과 면학실’
1956년 완공된 제고 도서관은 그 당시 최고 수준의 시설이었다. 타 지역에서 제고를 다니던 학생들이 도서관 이용을 위해 학교 주변에서 하숙이나 자취를 할 정도로 도서관의 인기는 대단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면서 시설이 낡아 정비가 불가피했고 이런 소식을 전해들은 21회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8천800만 원의 기금을 조성,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3학년 2실, 1·2학년 각 1실 등 총 4실(138석 규모)의 최신 설비를 갖춰 면학실로 탈바꿈시켰다.

이어 올 3월에는 1·2학년 각 2실을 추가로 정비해 현재 6실 총 198석이 최신 설비의 면학실로 새롭게 단장했다.

# 다양한 교육제도 및 활동
인문계 고교인 제고도 매년 대학입시에 시달리지만 많은 우수 학생이 좋은 대학으로 진학할 수 있도록 다양한 교육제도 및 활동을 개발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과학기술부에서 ‘교과교실제 학교’로 지정된 제고는 정부로부터 많은 예산을 지원받아 각 교과 전용 시설 구축과 최첨단 기자재 구입을 위해 학교 교육력을 집중하고 있다.
각 교과마다 특성화된 전용교실을 갖추고 학생들이 교과교실로 이동해 수업을 듣는 방식인 ‘교과교실제’는 교과의 특성과 학생의 학습 능력을 반영해 수준별·맞춤형 수업을 지원하는 학생 중심의 교실 운영 방식을 말한다.
이에 제고는 모든 교과의 교과전용교실을 구축, 1·2학년의 국어·영어·수학은 학생의 학습 수준을 고려한 2+1수준별 수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제고는 입시제도 중 대학 입학사정관제를 대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우선 결연을 맺은 중국 베이징(北京) 대흥일중학교 교사와 학생 19명이 지난 7월 5일부터 9일까지 4박 5일 동안 제고를 방문해 제고 학생들과 트라이볼 백남준 특별전시회, 송도센트럴공원 수상택시 탑승, 롯데월드 방문, 인사동 거리 탐방, 이민사박물관 관람, 은율탈춤 시연 및 체험 등을 통해 다양한 한국문화를 배웠다.

   
 
이에 제고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교류와 방문을 통해 자매학교로 양교 간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하는 토대를 마련하고, 양국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또 지난 7월 17~18일 1·2학년 학생 38명은 1교1촌 자매마을인 염촌마을(옹진군 북도면 신도3리)을 찾아 팜스테이를 실시했다.

전통적인 생활문화와 관련된 ‘떡메치기’와 ‘짚을 이용한 공예품 만들기’, ‘감자 캐기’, ‘염전 체험’ 등을 통해 도시와 농촌이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라는 인식을 갖는 소중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 자랑스러운 선배
제고의 또 다른 자랑거리는 바로 선망의 대상인 선배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금도 제고 졸업생들은 인천을 비롯해 전국 각지의 중요 자리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이런 선배들과 현재 재학생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선배와의 시간을 마련해 ‘제고인’이라는 끈으로 엮어 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6월 3일 인중 6회·제고 3회 졸업생 70여 명이 50주년 기념 모교를 방문했는데, 여기서 남수우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지구의 종말을 예고하는 지구환경 변화의 원인과 예방’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실시해 후배들에게 환경의 소중함까지 깨닫게 해 주는 기회를 가지기도 했다.

또 제고 동문들은 다른 학교보다 다양한 장학금 제도, 많은 액수의 장학금 등 학교에 대한 애정도 각별하다.
매년 2억 원에 달하는 인중·제고 동문 장학금으로 학교는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성적 향상 학생, 우수 대학 진학 학생,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 등에게 다양한 장학금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16회 졸업생 조규승 동문은 매년 자신의 이름을 붙인 장학금을 학교에 지원, 후배들의 사기를 높여 주고 있다.

# 인천체육의 중심 야구부 및 농구부
제고를 이야기할 때 야구부와 농구부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우선 야구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 제8회 미추홀기전국고교야구대회 연속 우승, 지난해 제90회 전국대회 3위, 올 제65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우승 등의 성적으로 전국에 ‘제고 야구의 짠맛’을 톡톡히 보여 줬다.

그리고 농구부도 지난해 제14회 대통령배 전국중고농구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며 높은 실력을 뽐냈다.

예나 지금이나 인천 고교체육의 중심이 되고 있는 야구부와 농구부를 더 빛나게 하는 데는 학교 식구들의 열렬한 응원도 한몫했다. 청룡기 야구대회 때는 1천200여 명의 전교생이 경기장을 찾아 열띤 응원전으로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주기도 했다.

 #정상갑 제물포고교장 인터뷰
   
 

“역사와 전통, 선후배 간의 끈끈한 정, 꿈을 이룰 수 있는 최적의 여건 등을 가장 잘 갖춘 학교가 바로 ‘제물포고등학교’라고 자신합니다.”
제고를 나오지 않고도 그 어느 제고 출신보다 더 제고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정상갑(61)제물포고등학교장이다.

‘제고 출신’ 아닌 ‘제고인’으로 불리는 정 교장은 지난 1971년 교직을 시작한 후 1973년 인천과 인연을 맺을 당시 첫 부임학교가 바로 제고로 평교사, 교감, 교장 등 40년 교직생활 중 절반에 가까운 17년을 제고에서 보냈다.

이제 내년 2월이면 정든 교단을 떠나게 되는 정 교장은 “꼭 모교에서 교직생활을 마무리하는 것 같다”며 “비록 지금은 구도심권에 위치한 탓에 학생들의 성적 등이 좀 떨어지는 등 슬럼프에 빠져 있는 제고지만, 다른 학교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학생의 본분을 다한다면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역사와 전통은 단시간 내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닌 소중한 가치다. 그런 재산을 가졌기에 제고는 언제든 비상할 수 있다”는 정 교장은 “제고가 양심교육과 전통을 지금처럼 지키면서 과거의 명문 고교로 거듭날 수 있는 면학 분위기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나의 사명이고 할 일이다”라며 남은 교직생활의 계획을 말했다.

또 “그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온 것이 좀 아쉬웠다”는 그는 “기본적으로 교사의 열의와 학교의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학교에서 할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구도심의 학교들을 육성하고 활성화시킬 수 있는 지역의 지원과 관심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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