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경주마 한 마리가 지진과 방사능 누출로 고통받고 있는 1억2천 명의 일본 국민을 울렸다. 총상금 1천만 달러로 세계 최대 상금을 자랑하는 ‘두바이 월드컵 클래식’ 경주에서 일본 경주마가 1위와 2위를 차지한 것이다.

한국시간으로 27일 새벽 2시 UAE의 두바이 메이단 경마장에서 열린 ‘두바이 월드컵 클래식’에서 일본 경주마인 ‘빅토아르 피사(Victoire Pisa)’가 1위를, ‘트랜센드(Transcend)’가 2위를 차지했다.

2천m 경주로 펼친 이날 경주에서 ‘빅토아르 피사’는 우승확률이 12대 1에 불과했다. 미국과 영국 등에서 출전한 다른 경주마를 위협할 복병 정도로 평가받았던 ‘빅토아르 피사’는 초반부터 선두권에 자리를 잡고 경주를 펼쳐 나가 결국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이로써 ‘빅토아르 피사’는 총상금 1천만 달러 중 600만 달러(한화 약 67억 원)를 차지했다. 올해로 16회째인 ‘두바이 월드컵 클래식’에서 일본 경주마가 우승을 차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빅토아르 피사’는 올해 4살짜리 수말로, 작년에 일본의 최정상급 GI 경주인 ‘사츠키쇼(皐月賞)’ 경주와 ‘아리마기넨(有馬記念)’ 경주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국제경주인 프랑스 개선문상(Prix de l’Arc de Triomphe) 경주와 재팬컵(Japan Cup) 경주에서는 각각 7위와 3위에 그쳐 국제무대에서는 경쟁력이 다소 떨어질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이번 두바이 월드컵 우승으로 일약 세계 수준의 명마로 등극했다.

세계 최대 상금을 자랑하는 ‘두바이 월드컵 클래식’에서 일본 경주마가 1·2위를 차지하자 일본 내 반응도 폭발적이다. 요미우리신문·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언론사는 홈페이지에 톱 기사로 ‘빅토아르 피사’의 우승 소식을 전했다. AFP·ESPN 등 외국의 주요 언론도 대지진의 참사로 실의에 빠진 일본 국민에게 용기를 북돋우는 희소식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새벽에 숨을 죽이며 두바이 월드컵 경주를 시청했다. 빅토아르 피사가 세계 최고의 경주에서 우승한 것이 너무나 감격스럽고 눈물이 난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지진 피해로 고통받는 일본에 쾌거를 선사해 준 ‘빅토아르 피사’를 칭송하는 분위기다.
‘빅토아르 피사’의 마주인 요시미 이치카와 씨는 “이번 우승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일본 국민에게 큰 힘이 되는 기적”이라며 감격해 했고, 조교사인 가츠히코 스미이 씨 역시 “일본 국민 모두가 우리 뒤에 있음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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