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 (인천경실련 공동대표/인하대 로스쿨 초빙교수)

 1748년 프랑스의 법률가 몽테스퀴외는 권력을 입법부·사법부·행정부로 분산하여 권력 간에 상호 견제를 해야 시민의 정치적 자유가 온전해질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나라의 헌법 제정보다 정확히 200년을 앞선 선각자의 주장이었다. 현대의 헌법학자들은 이 이론을 삼권 분립론이라고 하고, 이 삼권 분립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에 따라 성숙한 민주정치체제인가를 판단하고 있다.
권력이 제 아무리 자기통제력이 강하고 시민의 정치적 자유를 위하여 헌신한다고 해도 권력을 분산하여 상호 간에 견제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서양에서의 민주주의 발달 역사에서 이미 충분히 경험한 바이다.

그 동안 인천의 정치권력은 행운인지 불행인지 정치적 신념을 같이 하는 세력이 독차지하여 왔으며 이는 입법권력과 행정권력을 특정 정치세력 집단이 독점하면서 삼권 분립과는 어울리지 않는 비민주적인 정치형태를 유지하여 왔다.

문제는 이러한 정치권력의 집중화 현상으로 인하여 시민들의 교육과 복지 등 지역 발전에 사용되어야 할 소중한 세금이 헛되이 낭비되었다는 것이다.

‘짓는데 853억, 부수는 데 250억’이라는 기사는 어느 일간지에 대표적인 세금 낭비 사례로 실린 것인데, 2008년 안상수 시장의 재임 시절에 도시축전을 앞두고 벌어진 인천 월미도의 은하철도에 대한 기사의 제목이다.

안전성 때문에 개통식도 못해 보고 고철 덩어리로 전락한 853억 원짜리 인천 월미은하레일 이야기라고 소개하면서, 이 은하철도를 철거하려면 다시 250억 원이 든다는 것이다. 무리수와 불법이 빚은 거대한 세금 낭비 현장의 하나로 기사화되었다.

과거 1995년부터 인천의 정치세력들은 인천 앞바다의 천연 갯벌을 돌로 매립하기 시작하였다. 행정부의 투자행위에 대하여 이를 견제하여야 할 시민의 대의기구인 의회는 이에 동의하여 주었다.

그 결과 인천시민의 복지수준과 삶의 질은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거의 최하위로 곤두박질을 하였고 인천의 미래를 짊어질 아이들의 교육 현장은 투자 부재로 인한 교육환경의 악화로 인하여 거의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전락하였으며, 고용을 담당해야 할 많은 기업들도 인천을 떠나기 시작하였다.

오직 외지의 투기꾼들이 매립된 송도신도시 부동산 시장으로 몰려들었을 뿐이고 매립이 시작된 지 16년이 경과했지만 과거 정치세력이 시민들에게 약속한 복지인천의 구현은 아득한 메아리로 들릴 뿐이다.

지난 2007년, 정치집단은 정치적 행사용으로 무리하게 은하철도 사업을 시작하였고 이를 통제하고 견제하여야 할 시민의 대표 기구인 의회는 같은 정치집단이라는 이유로 이를 묵인하여 사실상 시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데 가담하였다.

사업 시작 후 겨우 4년 만에 1천100억 원의 혈세가 낭비되어 엉뚱한 사업자들의 주머니만 채워 주고 시민들에게는 분노와 비통함을 가져다 주었다.
그러나 과거 이 사업에 관련된 정책 담당자는 물론이고 이 사업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 채 사실상 방조행위를 자행한 시민의 대의기구 구성원 중 그 누구도 반성한다는 소리를 지금껏 들어 본 적이 없다.
한마디로 내 돈이 아니므로 물 쓰듯 세금을 낭비하여 놓고 법적·정치적 책임마저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님은 목민심서에서 관리들의 작은 잘못도 용서하지 말라고 가르치셨다. 작은 잘못을 용서해 주면 더 큰 잘못을 저질러 국민에게 큰 고통을 주기 때문이란다.
정치적 업적을 위하여 세금을 낭비하지 않는 책임 있는 지도자, 정치이념을 초월하여 시민을 위하여 진정 봉사할 수 있는 책임있는 의회 구성원을 제대로 선출하지 아니한다면 제2의, 제3의 월미은하철도 사건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인천의 발전은 우리 인천시민들의 의식이 투명하게 깨어 있을 때 이루어질 것임을 명심하고 또 명심하여야 한다.
그리고 1천100억 원의 혈세를 낭비한 어처구니없는 사업의 진상을 명명백백히 밝혀 내고 책임자를 엄히 문책하여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나의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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