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엄마, 우리 아빠가 왜 저런 나무상자에 들어가서 어디로 가는 건데. 말 해봐.”
새벽부터 굵은 빗줄기가 흩뿌린 24일 오전 8시께 고양시 일산 복음병원 앞마당에서 열린 고양시청 감사실 기술감사팀 고(故) 정준모(42)씨의 영결식장.
동료 공무원들의 손에 이끌려 나가는 아빠의 주검을 뒤따르며 하염없이 흐느끼는 엄마의 새하얀 옷고름을 꼭 쥐어 잡은 6살짜리 아들의 투정 아닌 투정에 모두들 순식간에 울음바다로 뛰어든다.

마치 하늘도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안타까운지 마냥 굵은 빗줄기를 쏟아 냈다.

지난 1997년 3월 18일자로 고양시 토목직 공무원으로 공직에 첫발을 내딛고 감사담당관실 기술감사팀에서 근무하던 2007년 ‘결합 및 연조직 악성신생물’이라는 희귀성 암 판정을 받았던 고인.
한 차례 수술 후 회복세를 보이며 업무에 복귀했지만 2010년 9월 병이 재발하면서 지금까지 국립암센터에서 병마와 싸우던 정 씨는 끝내 22일 오전 9시 어린 두 아들 민수(11)·민규(6)와 아내 이순임(37)여사를 남겨 놓은 채 그렇게 하늘로 먼저 갔다.

평소 원칙을 중시, 매사 밝은 웃음을 지으며 성실히 업무에 임해 동료 및 선후배들에게 매우 두터운 신망을 샀던 그는 ‘늘 같이 근무하고 싶은 직원 1순위’로 뽑힐 정도였다.

이날 영결식에 참석한 이들은 ‘좋은 친구야! 모든 미련 버리고 하늘나라에서나마 못다 한 꿈 이루고 잘 가게나’, ‘지난날 함께 웃었던 시절이 주마등처럼 스쳐 가네요. 정 주사님은 좋은 곳으로 가셨을 거예요’, ‘개인적으로 도움을 받기도 했는데요… 그때 너무너무 감사했습니다’ 등 안타까운 사연을 담아 내며 추억의 끈을 놓치 않으려 애를 썼다.

결국 그는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시립승화원 화장장에서 “공무원이 된 사실이 스스로에게 늘 자랑스럽지만 저와 애들에게 윤택한 삶을 향유시키진 못해서 미안하다면서 어린아이처럼 웃으며 작은 속삭임을 전하던 당신에 대한 그리움을 이제 난 어찌해야 하나요”라는 아내의 절규 속에 한 줌 재로 남겨져 유난스레 퍼붓는 빗줄기를 타고 전북 고창에 있는 선영을 향해 영면의 길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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