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상대방에게 적지않은 위안이 된다면 그것 만큼 보람된 일도 없을 것이다. 또 이럴 때 `천직'이라는 말을 갖다 붙여도 결코 지나치지 않을 터.
 
살아온 날들이 더 많은, 삶에 지친 노인들의 손과 발을 자처하는 김숙자(55)씨도 지금의 간호사 생활을 천직으로 믿고 살아가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다.
 
인천 사할린동포복지관(연수구 연수3동)에서 4년째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그녀는 추석 명절이라고 해서 `특별한 휴식'을 취할리 없다. 한 집안의 며느리요, 아내인 그녀도 추석 차례상 준비에 걱정이 태산같지만 그 보다는 하루라도 자신의 간호 없이는 먹고 거동하는 것 조차 힘에 부치는 할머니, 할아버지 생각이 더 앞선다.
 
복지관에서는 3명의 간호사와 6명의 생활보조원이 3교대 근무를 하고 있는데 96명에 달하는 노인들이 모두가 고령의 나이로 치매 환자에서부터 크고 작은 질병들을 한 두가지 쯤은 앓고 있다보니 김 간호사를 비롯한 복지관 직원들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특히 치매환자들은 마치 한 몸이 되어 생활해야 하는데 김 간호사의 경우 환자를 자신의 옆에 모셔두고 식사를 거들어주며 뜻도 알 수 없는 이런저런 말들을 열심히 맞장구 쳐가며 들어주곤 한다.
 
“몸이 병들어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돌본다는 것은 단순한 간호만은 아닌 것 같아요. 노인들을 이해하고 이들과 생각을 같이 하지 않는다면 제가 하는 일도 그저 직업으로만 그치겠지만 이 분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는 자체가 즐겁기만 합니다.”
 
김 간호사는 적성만으로는 이 일을 할 수 없다며 그 보다는 노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야 `천직'이라고 자신있게 말 할 수 있다는 것.
 
무려 30년간을 간호사로 살고 있지만 얼마남지 않은 정년을 채우고 나서도 지금처럼 살아가고 싶다는 게 김 간호사의 소망이다.
 
`사랑이 없으면 결코 가질 수 없는 직업'을 가진 그녀. 평생을 노인들과 함께 보내고 싶다는 그녀는 “젊은 시절 타국에서 온갖 고생을 다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여생 만큼은 아무 걱정없이 편히 지냈으면 한다”는 바람이 누구보다 간절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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