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문이 열렸다.

거리에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란 현수막이 눈에 띈다. 입춘대길(立春大吉)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길하라’는 뜻으로 건양다경(建陽多慶)과 흔히 같이 쓰인다. ‘입춘대길 건양다경’이라고 하면 ‘새봄의 만사형통을 기원’하는 뜻이 된다.

하지만 도심은 아직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봄은 왔건만 사람들의 마음에선 따뜻함을 찾기가 힘들다. 온통 ‘어렵다’는 말뿐이고 경기불황이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차갑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춥긴 마찬가지다. 못 먹어서 추운 게 아니라, 학원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이고 식습관 영향 또한 크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튀김, 피자, 햄버거 위주의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외형적 신체는 과거에 비해 크게 성장했으나 체력이 뒷받침을 못하고 있다.
이와 같은 서구문화 지향적 세계화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는 젊은 세대 역시 사고와 행동에서 서구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이 식생활 패턴의 변화이다. 바로 식생활의 서구화이다.

최근에는 우리 아이들이 피자나 햄버거를 즐기면서도 그것이 남의 것인 줄도 모르고 먹는다. 맛있으면 그만이지 굳이 국적을 따질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이와 같이 서구화 물결 속에서 우리 아이들은 우리 것과 남의 것을 분간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굳이 분간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이것은 우리 문화에 대한 모독이며 자학(自虐)이다. 아무리 자라나는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쌀로 지은 밥은 우리 것이고, 햄버거와 피자는 우리 것이 아니라는 것을 분간할 줄 알아야 한다. 식생활을 통해 우리의 문화와 전통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요즘에 아이들에게 많이 나타나는 비만,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질환, 소아당뇨, 각종 소아암을 비롯한 치아질환은 요즘 아이들이 섭취하는 인스턴트 음식, 설탕, 탄산음료, 각종 과자류 등 서양화된 식습관 탓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먹을거리가 몸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병들게 한다는 사실이다. 즉, 과잉행동장애, 정서불안, 스트레스, 성격장애 등이 바로 그것이다.

다행히 우리나라에는 서구 지향적 문화의 이면에 농업과 농촌으로 대표되는 전통부문이 남아 있다. 구수한 된장 맛과 매콤한 김치찌개를 우려내는 바로 그 맛이다. 그런데 서구주의를 지향하는 일부 지식인들은 전통부문을 거추장스런 부담으로 생각한다. 첨단과학 중심의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일부 학자들이나 고위 관료들이  농업에 대한 비하발언을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좀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들이 설령 그러한 생각을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싶어도 국민들의 정서 때문에 드러내놓지 못하는 것이 그들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때 머리를 잠시 비우고 마음을 놓아둘 탈출구를 찾아 농산어촌으로 눈을 돌려 보자. 회색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농산어촌에서 새소리 물소리 들으며, 정겨운 체험을 해보자.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우리 조상들의 생활모습과 삶의 지혜를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별이 꽉찬 밤하늘 아래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온 가족이 모여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워보자. 색다른 추억과 고향의 정취를 흠뻑 느끼게 될 것이다. 사람과 정이 그리울 때는 자연을 찾아 삭막한 도심을 탈출해보자. 분명 진한 감동과 만족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농산어촌은 마음의 고향이다(언제나 돌아가 안길 수 있는 어머님의 따스한 가슴). 농산어촌은 연인이다(힘들고 지칠 때 위로해주는 사랑). 농산어촌은 희망이자 등불이다. 이런 희망과 등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중심에 농산어촌 체험이 있다. 주말 농산어촌으로 떠나보자. 마음 푸근한 체험이 만사형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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