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성도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

1970년 11월 13일 서울 동대문의 평화시장 앞에서는 한국 노동운동의 역사를 바꾼 사건이 일어났다. 평화시장 피복 공장의 재단사이자 노동운동가로 활동하던 22살의 전태일이 온 몸에 휘발유를 붓고 불을 붙여 “근로기준법을 지켜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외치며 평화시장 앞을 달리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는 외마디 말을 남기고 쓰러진 뒤 끝내 일어나지 못하고 숨을 거둔 사건이 바로 ‘전태일 분신자살 사건’이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고 외침이 계속되고 있다. 바로 사회복지 근로현장이다.

우리도 사회복지계의 ‘전태일’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근로자보다는 전문가답게(?) 고상하게 대처해야 하나, 아니면 근로자이기를 아예 거부해야 하는가, 그럼 우린 누구인가 하는 고민을 하며 자괴감이 든다. 사회복지 종사자의 정체성의 혼란 속에 과연 제대로 일을 할 수 있을까,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저버릴 수 없다. 우리는 누구인가? 근로자라면 왜 최저근로기준이 되는 근로기준법조차 적용받지 못하는가? 전문가라면 왜 그만한 금전적 대우와 사회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인가….
우리는 사회복지 전문가이면서 근로를 대가로 금전적 보상을 받고 생계를 유지하는 근로자인 것이다. 이유는 일정한 수준의 교육과 기술습득, 윤리의식, 국가시험 등을 통해 전문성을 요구하는 노동을 제공하는 것이기에 일반 근로자와는 달리 전문성이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우리는 전문성 인정은 둘째 치고 근로자로서의 대우도 못 받고 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그럼에도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근로기준법을 지켜라’라는 짧은 외침의 소리가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다.

그럼 사회복지 근로자들의 근로기준법 준수의무는 누구에게 있을까? 기관(시설)장도 아니고 사회복지법인도 아닌 바로 국가에 있다.
헌법 제34조 ①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 ②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 ③국가는 여자의 복지와 권익의 향상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④국가는 노인과 청소년의 복지향상을 위한 정책을 실시할 의무를 진다. ⑤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 ⑥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사회복지사업법 제4조(복지증진의 책임) ①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복지를 증진할 책임을 진다. 제15조의3(지역사회복지계획의 수립) ①시장·군수·구청장은 지역주민 등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들은 후 지역사회복지협의체의 심의를 거쳐 당해 시·군·구의 지역사회복지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도지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이 경우 「지역보건법」제3조 제1항에 따른 지역보건의료계획 및 「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에 따른 사회보장 증진을 위한 장기발전방향과 연계되도록 해야 한다. 제15조의4(지역복지계획의 내용) 지역복지계획에는 다음 각 호의 사항이 포함되어야 한다. 6의2.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하는 자의 처우개선에 관한 사항.
위의 헌법과 사회복지법을 보더라도 대한민국의 사회복지에 관한 의무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처우개선에 관한 책임 또한 국가에 있다. 단지 사회복지법인은 그 업무를 위임(탁) 받아 대행할 뿐이다. 적어도 사회복지기관(시설) 운영과 사업에 관련한 비용은 국가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중앙정부이건 지방자치단체이건 말이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사회복지만은 중앙정부에서 책임지는 것이다. 그래야 지역별 차별된 복지서비스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같은 의무이행을 한 국민이 지자체 재정자립도에 따라 다른 사회복지서비스를 받아야 하는 것이 과연 옮은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사회복지 근로자들도 국가가 정한 근로자의 최저기준인 근로기준법 이상의 더 좋은 환경과 처우 속에서 국민들에게 질 높은 사회복지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약력>
▶신명보육원 원장
▶인천시아동복지협회 회장
▶인천시사회복지사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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