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득표(객원논설위원/인하대 교수)

 총선도 끝났고 여야는 비대위체제를 벗어나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19대 국회가 임기를 시작했으나 아직도 원구성을 못하고 있다. 여야 새 지도부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현안이 아닐 수 없다. 다음은 무엇보다 12월 대선을 앞두고 여야가 어떤 방식으로 대통령후보를 선출하느냐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통합민주당은 후보 경선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새누리당은 대통령후보 경선 룰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경선관리위를 출범시켰다. 비박근혜계 김문수 경기지사와 이재오·정몽준 의원 등은 완전국민경선제(open primary) 룰을 확정해야 후보로 등록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은 정당이 공천한 후보 중에서 대통령을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정당의 경선 룰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새누리당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경선 룰이 어떻게 결정되든 비박계 3인방 중에서 후보가 나올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런데 새누리당 지도부와 친박계에서 완전국민경선제에 소극적인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있던 2007년 자신에게 불리한 경선 룰 개정을 수용했던 일을 되돌아 보면 더욱 그렇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에서 현재의 경선 룰을 만들 당시 발제를 맡아 그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다. 민심 30%와 당심 70%를 반영하게 돼 있었던 경선 룰을 여론조사 20% 포함한 민심 50%와 당심 50%로 바꿨다. 박근혜 의원이 당 대표로 있던 상황에서 친이명박계 의원들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민심 반영 비율을 확대하지 않으면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심에서 뒤지고 있던 박 전 대표는 자신에게 불리한 혁신위 안을 받아들였다. 결과는 여론조사에서 근소한 차로 밀려 경선에서 패배했다. 현재 어떤 경선 룰을 채택하더라도 박 전 대표가 유리한 상황에서 완전국민경선제를 수용하지 않고 갈등으로 치닫게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완전국민경선제는 대통령후보 선출과정에 국민 참여 기회의 확대 및 개방, 경선과정의 투명성 보장, 본선 경쟁력 있는 후보의 선출 가능성, 유권자에게 의제 설정기능 부여, 국민의 정치적 관심 증대, 정치적 흥행성 제고, 당내 계파의 기득권 불식 등의 장점이 있다. 완전국민경선제는 특히 100% 민심 반영과 흥행성이 뛰어난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문제점도 많다. 완전국민경선제의 경우 당원 개념을 파괴하고 당원을 소외시킨다. 정당의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소속 정당의 정체성을 약화시켜 정당발전과 정당기능을 저해한다. 가장 커다란 문제점은 무엇보다 경선비용이 많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대통령 선거를 사실상 두 번 치르는 것과 다름없이 엄청난 비용이 든다. 경선비용 조달이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차떼기 정당의 오명 때문에 경선과정에 돈 봉투 사건 같은 것이 터지면 국민들은 새누리당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역(逆)선택도 우려된다. 새누리당을 반대하는 세력들이 조직적으로 경선과정에 참여해 본선 경쟁력이 떨어지는 후보를 역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을 지지하지 않는 세력들이 SNS나 다른 매체 등을 총동원해 조직적으로 대통령후보 경선과정에 개입한다면 엉뚱한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민경선과정이 과열혼탁과 흑색비방 및 네거티브 공방으로 변질될 경우 경선에서 승리하고도 깊은 상처를 입어 본선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다. 친박계에서는 완전국민경선제를 도입할 경우 패배를 두려워하기보다는 경선과정의 이전투구 때문에 상처를 받아 본선에서 힘이 빠질 것을 우려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완전국민경선제의 장점보다는 문제점이나 후유증을 더 많이 염려하는 것 같다.
이 세상에 완벽한 제도란 없다. 경선 룰을 놓고 갈등을 빚는 것은 본선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대선 주자들 간 절충점을 찾아 2007년 전당대회에서 보여 주었던 아름다운 동행과 아름다운 패배를 재연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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