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재정난으로 코너에 몰렸던 인천시가 시름을 덜 수 있었다. 행정안전부가 올해 시를 ‘재정위기단체’로 지정하지 않겠다는 공식 발표가 나왔기 때문이다.

시의 고위공직자들은 이런 행안부의 입장에 “당연한 결과”라며 입을 모았다. 시가 내다 팔 재산이 없는 것도 아니고 다만 현금유동성 위기에 따라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뿐인데 재정위기단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다.

그러나 눈앞의 장애물을 하나 넘었다고 해서 기뻐하기는 아직 이르다. 시는 시 재정 정상화를 위해 올해 안으로 반드시 1조2천여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데다 자력으로 치러야 마땅한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개최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공유재산 매각, 고위공무원 수당 삭감, 인천도시철도 2호선 완공 2년 연장 등 살기 위해 여러 자구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사회는 여전히 시가 못 미덥다.

신규 사업은 물론 있던 사업까지 없애야 하는 시의 현 재정상태, 시가 호언장담하는 것처럼 난관을 헤쳐 나갈 수 있는지 살펴본다.

 # 망가진 인천시 재정
인천시는 재정 문제 발생의 주원인을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와 ‘잘못된 시 재정 운용’ 등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본다.

지방재정의 구조적 문제는 현 조세제도가 중앙집권적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실제로 국세와 지방세 비율은 7.5대 2.5지만 세출 규모는 6대 4로 지방의 부담이 더 크다. 바닥을 친 부동산 경기에 의존적인 거래세 중심 지방세 구조도 시 재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취·등록세 50% 감면, 도시계획세 등을 자치구세로 전환한 것도 시 세수 감소에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점은 잘못된 재정 운용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다.

시는 지난 2009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재정 확대 정책에 따라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재정 확대 운용을 했다. 당시 시는 타 회계 전입금 중 일반재원 부족분 조달을 위해 도시개발사업특별회계에서 4천억 원을, 지역개발기금 특별회계에서 240억 원 등 4천302억 원을 전입시켰다. 자금의 일시 차입을 통한 조기 집행으로 세출 감축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세수 결손을 방지하기 위해 8천386억 원의 지방채를 추가로 발행했다.

이 밖에도 지방채 발행 재원을 바탕으로 한 투자사업 전개, 세수결손 4천67억 원 등으로 발생한 법적·의무적경비의 미부담액 해결을 위해 2010년 세입을 과다 계상한 것도 시의 재정을 어렵게 했다.

그 가운데 인천도시철도 2호선과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시의 양대 골칫거리였다. 당초 2018년 완공을 목표로 한 도시철도 2호선은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2014년 조기 준공한다는 계획에 따라 현금으로 6천억 원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시 채무 증가의 주요인으로 작용하며 향후 원리금 상환에 따른 재정 압박 유발 요인으로 떠올랐다.

시는 이런 결과에 따라 본예산에 반영하지 못한 필수경비 7천63억 원, 지방세 결손 5천440억 원 등 당장 1조2천503억 원을 마련해야 하는 위기에 처한다. 말 그대로 사면초가였다.

 # 시의 위기 돌파. 5·30 재정위기대책
인천시는 이런 위기상황에 따라 지난 5월 30일 재정위기대책을 내놓게 된다.

재정위기대책의 주요 골자를 보면 송도 6·8공구, 인천터미널부지 등 공유재산 매각과 인천도시철도 2호선 완공 2년 연장이다.

시는 송도 6·8공구 일부 부지와 인천고속버스터미널 부지를 매각한다면 1조2천억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도시철도 2호선 공사기간을 2016년으로 연장할 경우 당장 필요한 현금 지출 4천억 원을 미룰 수 있다.

   
 
시 재정난의 주범으로 꼽힌 인천아시아경기대회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수준의 국비를 지원해야 한다는 게 시의 주장이다. 현재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주경기장은 지원 특별법에 명시된 내용에 따라 건설 비용 30%를 정부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으나 법에 명시된 대로 받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는 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기 위해서는 국가가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시의 의견을 뒷받침하는 것이 지난 2005년 당시 기획예산처가 작성한 재정적 지원에 대한 보증서다.

 # 또 다른 희망
최근 개원한 제19대 국회는 인천시가 기대할 만한 소식을 안겼다. 시가 줄기차게 건의한 ‘지방재정대책특별위원회’와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해 보다 많은 국비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제경기지원특별위원회’ 설치 합의가 바로 그것이다.

지방재정대책특위에서는 지방재정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중앙과 지방의 불합리한 세입구조를 개선하고 지방소비세율 인상, 부동산거래세 성격의 양도소득세 지방 이양이 검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경기지원특위는 국회가 직접 나서 인천의 골칫거리인 아시아경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가 지원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보다 강한 국비 지원의 근거를 마련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더불어 인천시민들도 ‘인천시 재정위기 비상대책 범시민협의회’를 발족시키고 시민 200만 명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돌입했다. 시민들은 만약 8월까지 국비 지원 약속을 받지 못할 경우 반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선은 아시아경기대회를 위한 국비 지원 요청에 주력하겠다는 생각이다.

 # 명확한 로드맵 부제는 문제점
그러나 시는 대책만 내놓았을 뿐 그에 따른 구체적인 실천 방안은 없다. 시의 재정대책에 로드맵이 없다고 비판이 가해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게다가 송도 6·8공구 부지 일부, 인천터미널 부지와 같은 노른자위 땅 매각을 통한 재정난 극복, 세출 구조조정은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게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시가 올해 1조2천여억 원을 마련해 올해 필요한 세외수입을 마련한다 할지라도 2015년부터 2030년까지 15년간 갚아야 할 6조8천억 원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데 있다.

이 때문에 김송원 인천경실련 사무처장은 “시는 대책도 중요하지만 그에 대한 명확한 실천 방안이 필요하다”며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독려만 할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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