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일월드컵 4강신화는 ‘꿈은 기필코 이뤄진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남겼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라는 족집게 강사 덕택도 있지만, 준비 기간 동안 집중적으로 훈련해 얻어낸 성과가 더 클 것이다. 2년 전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 한국 소녀들의 우승은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했다. 20세 이하 독일 여자월드컵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17세 이하 여자월드컵에서도 태극 여전사들이 한국축구 역사를 새로 썼기 때문이다. 대표팀은 월드컵 결승전에서 일본을 물리치면서 세계를 경악시켰다. 남녀를 통틀어 우리 대표팀의 월드컵 우승은 17세 이하 여자팀이 처음이다.
불과 반세기 전, 남자축구가 스위스월드컵에 처녀 출전해 헝가리와 터키에 9대 0, 7대 0으로 각각 패하며 세계 축구와의 간극을 참혹하게 맛봤던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놀랍도록 성장했다. 특히, 앳된 선수들이 세계적인 선수들을 거침없이 요리하는 광경은 두고두고 봐도 감동적이다.

우리 축구가 ‘뻥 축구’의 오명을 떨쳐 버린 데는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과 타고난 재능을 한껏 발휘한 측면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전 국토의 85%에 해당하는 푸른 농촌의 환경과 먹을거리가 밑천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태극 소녀들의 우승 마력에 힘을 보탠 건 역시 김치와 된장이었다. 태극 소녀들은 결승을 앞둔 점심시간 된장국과 김치, 감자볶음 등 고향식 반찬으로 맛깔나게 식사를 했고, 이는 결전을 앞둔 소녀들에게 고기로 배를 채운 것보다 몸을 가볍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고 한다.

그런 맥락에서 한국축구처럼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방화(Globalization, 세계화와 지방화의 신규 합성어)의 수용의 용기는 최근 정보기술, 바이오기술, 녹색기술의 융합체로 그 영역을 무한대로 넓혀 가고 있는 농업 분야에서도 절실히 요구되는 덕목이다.

월드컵 진기록 달성을 터트릴 방안으로 신토불이 정신을 보완전술로 활용하면 어떨까. 우선, 뜀뛰기의 챔피언 메뚜기 전술이다. 메뚜기는 자기 몸길이의 20배나 되는 운동장을 뛴다. 곤충의 뒷다리는 몸을 끄는 일을 하지만 메뚜기의 뒷다리는 몸을 미는 역할을 하면서 대략 75㎝ 정도를 뛴다. 즉 공격라인, 미드필드, 포백수비라인 모두가 그만큼 많이 뛰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기습작전의 명수 나나니벌 전술이다. 나나니벌은 몸 빛깔은 검지만 날개는 유리처럼 투명하며 배는 실처럼 가늘고 그 끝이 볼록한 게 특징이다. 나나니벌의 사냥 대상은 꿀벌. 꿀벌이 나타나면 순식간에 돌진해 침으로 꿀벌을 찔러 버린다. 즉, 공격라인은 물론 미드필드의 삼각편대가 방어 및 기습 작전에 능하면서도 무서운 골 결정력을 지녀야 한다.
셋째, 수비수의 달인 귀뚜라미 전술이다. 귀뚜라미는 자기 구역 안에 다른 귀뚜라미가 침범해 오면 발로 차고 입으로 물어뜯으며 싸운다. 그래서 옛날 중국에서는 귀뚜라미 싸움을 붙이는 노름이 있었다고 한다. 이처럼 포백수비라인은 상대방 공격수를 방어하는 데 악착 같아야 한다.
넷째, 백발백중 사격선수 폭탄먼지벌레 전술이다. 작지만 강한 선수인 폭탄먼지벌레의 배 뒤쪽에 붙어 있는 대포 한 방의 위력은 가히 폭발적이다. 즉, 연거푸 전후좌우 방향을 마음대로 조절해 대포를 쏜다. 4분 동안 29번이나 대포를 쏜 기록도 있다고 한다. 이처럼 공격라인은 상대방의 허점을 노려 어느 방향에서나 슈팅 스피드는 물론 유효 슈팅이 가능해야 한다.
축구도 또 하나의 신토불이 경영이다. 매운 김치가 몸에 밴 튼튼한 체력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김치 맛과 메뚜기·나나니벌·귀뚜라미·폭탄먼지벌레를 꼭짓점으로 하는 신토불이 시스템 방식이 이번 런던올림픽 축구에서도 신화창조를 계속 이어가게 만들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