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여성문화회관은 나의 삶에 뭉클한 감동을 준 장소다. 회관이 개관하고 초창기 무렵인 1995년 이곳에서 문학 강의를 들었다. 이것이 계기가 되어 지금 작가라는 이름을 달고 있다. 설렘과 두려움, 열정과 좌절 사이를 오가면서 내 자아를 마주볼 수 있게 해 준 곳이라 늘 관심이 가는 장소다.

여성문화회관의 운영이 인천시로 이관이 된다고 한다. 인천YWCA에서 수탁운영했던 10년 민간위탁 기간에 대한 평가회 겸 앞으로 발전적인 운영에 대한 바람 등을 들어보는 세미나가 있었다. 지금 이곳 관장으로 재직 중인 김자영 관장의 사회로 여러 전문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었다.

사람이나 기관이나 쭉 일관되게 파고 없이 오랜 세월을 이어가는 경우는 드물다. 여성문화회관의 지금은 안정기라 여성의 평생교육을 위해 설립된 취지대로 역할을 잘 해왔는가에 대한 평가는 긍정적이다. 80여 개 강좌에 하루 수강생 1천500명 선이면 성공적인 운영이다. 5년 전 관장으로 취임하면서 하루도 마음 편히 자 본 적 없다는 김 관장의 말이 허투루 들리지 않는 이유다.

여성문화회관의 1년 예산이 21억 원이라 한다. 작은 돈이 아니다. 7억5천만 원의 시 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체 운영비로 꾸려진다. 만만치 않은 액수다. 여가프로그램의 비중이 높았던 과거에 비해 현재는 양성평등시대를 사는 여성들의 자아발전과 자기 삶에 주체성을 가지는 여성으로 자존감을 높이는 교육이 중요해졌다. 가정과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을 인식하고 그 역할을 긍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성숙한 시민으로 참여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의 힘을 키우는 교육이 필요한 데 정착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성성이 가지는 위로·돌봄·사랑은 우리에게 평화를 준다.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열고 맞닥뜨릴 때 여성성이 가지는 위대함은 이해와 배려이며 격려이다. 기능 향상과 실용성에 치우친 여성 성인교육 프로그램에서 내 삶의 주인이 되는 철학 있는 여성을 주제로 한 프로그램을 자리 잡게 하는 데는 운영자로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기획과 강사 섭외, 수강생 모집 등이 쉽지 않았기에 이곳 여성평생교육의 차별성이 빛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늦게 교육학을 공부하고 여성평생교육에 투신한 의지가 열정을 만들고 사명감을 자극해 민간위탁기관인 YWCA에 누를 끼치게 되지 않을까 늘 긴장하며 최선을 다한 게 위안이 된다는 김 관장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여성가족재단이 만들어져 여성정책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16개 시·도 중에서 여성가족재단이 설립되지 않은 곳은 6곳이고 광역시로는 유일하게 인천시에만 없다고 한다. 인천발전연구원 안에 여성정책센터가 있긴 하나 통합된 여성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려면 여성가족재단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시의 입장이다. 여성회관의 자산과 시 보조금 등을 인천시가 출연재원으로 해 가족재단을 만들고 행정적인 지원과 전문인력 배치로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한다.

시에서 생각하는 시너지효과도 분명 있을 것이고 민간위탁의 효율성도 폄하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얼마만큼 열심히 지속적으로 적절한 창의성을 발휘하면서 정책을 만들고 진행하느냐, 그것이 시대가 요구하는 혹은 갈망하는 여성·가족·사회·국가, 더 나아가 세계시민으로 성숙해 가는 데 도움을 주고 힘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여성특화란 말이 양성평등시대에 오히려 남성에 대한 역차별이란 항의를 들을 만큼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은 역차별이라기보다는 평등을 행해가는 중이라고 해야 맞다. 그래서 여성평생교육은 시대에 맞게 현명한 방향으로 진화해 나간다.

김 관장이 맡고 있는 여성문화회관의 임기만료는 올해 말까지다. 오랜 세월 전문성을 발휘해온 직원들의 고용 승계가 잘 마무리되고 민간위탁을 넘겨받은 시에서 빨리 체계를 잡도록 업무 인계인수에 최선을 다해 마무리 하고 나면 수고한 그녀와 햇살 따뜻하게 비추는 카페 창가 자리에서 차 한 잔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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