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돈맛은 ‘돈을 쓰는 맛’이다. 반면 부자들은 ‘돈을 벌고 모으는 맛’으로 이해한다. 이것이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돈맛의 개념에 대해서는 세계 경제학자들조차도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된다. 돈벌이에 미쳐 있으면서도 돈 벌 욕심을 버리라는 낡은 도덕을 강조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돈벌이와 도덕성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세상에는 돈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있고,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 있다. 건물·토지·사람 등 이 세상에 현존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다 돈으로 살 수 있다. 심지어 명절이나 생신날에 부모님들도 선물로 받고 싶은 것 일순위가 현금이 된 시대다. 그러나 농촌의 산업적 공간적 가치 등은 돈으로도 살 수가 없다. 특히 농촌커뮤니티를 이루고 있는 농업인은 농촌에 대한 사랑과 희생을 내포하고 있어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가 없어 더욱 소중한 것 같다.

최근 로하스바람으로 건강과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증가하면서 다양한 형태의 농촌체험이 확산하고 있고, 주말농장이 각광받고 있다. 주 5일 근무제가 정착되고 소득수준이 늘어나면서 휴양과 체험 등을 위해 자연과 함께할 수 있는 농촌을 찾는 수요도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

농촌과 농업이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역할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더 많은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는 어떤 나라를 막론하고 농업은 국민에게 필요한 식량공급이라는 본원적인 기능 이외에 식량안보, 환경보전, 농촌사회의 유지 및 국토의 균형발전, 전통사회와 문화의 보전, 생물다양성 유지, 토양보전 및 수자원함양 등 비시장적이고, 비교역적인 공익적 기능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농산물 수입국 입장에서 무역자유화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국내 농업생산 활동의 위축은 지금까지 우리 농업과 농촌사회의 유지를 통해 비시장적으로 수행되어 온 국토의 균형발전을 통한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감소시킬 것이다.

식량은 평상시 돈으로 살 수 있는 재화이지만 위기상황에서는 한정된 재화로 인해 거래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식량이 부족해지면 언제든 외국에서 사다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국제적인 식량위기가 닥쳐오면 돈으로 살수 없는 재화가 될 수도 있다.

선진국일수록 농업이 발달하지 않은 나라가 거의 없다. 농업과 농촌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고 발전해야만 우리나라가 진정한 선진국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 농업과 농촌 같은 다원적 가치를 시간이 흐르면 약화되는 소모품으로 보기보다는 단련시키면 커지는 근육과 같은 존재로 바라봐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과연 있을까?」. 「정의란 무엇인가」로 화제를 모은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가 올해 4월에 펴낸 책이다. 저자는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과 돈으로 살 수는 있지만 그 재화의 가치보존을 위해 돈으로 사서는 안 되는 것들에 대한 명쾌한 논리를 펼친다. 모든 것을 돈으로 해결한다면 농업 농촌의 다원적 가치 등 공익적 가치 덕목은 오래되지 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다. 특히 효율성만 추구하기보다 무엇이 정말로 소중한 것인지,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 우리는 답해야 한다.

불과 몇 해 전만 하더라도 부동산 투기 붐이 일어 대도시 인근 농촌지역의 땅값도 들썩들썩 한 적이 있었다. 돈과 인간의 인식이 뒤엉겨 사회적 혼란을 가져오고 있다고 해도 정작 가치의 대상인 농업 농촌을 배려하진 않고 이용의 대상으로 삼았다가 실망하며 불행해 것이다. 돈 그리고 삶. 그 우선순위를 재삼 고민해봐야 할 때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