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블랙박스로 촬영돼 유명 웹사이트를 중심으로 빠르게 유포되는 교통사고 동영상 상당수가 여성 운전자를 비하, 새로운 여성 차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12일 인천지역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차량에 설치돼 24시간 내내 차량 전·후방 촬영이 가능한 차량용 블랙박스가 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주차 중 차량 훼손이나 사고 발생 때 주요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점 때문에 20~30대 젊은 층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블랙박스 영상물 상당수가 운전이 미숙한 여성 운전자를 지칭하는 이른바 ‘김 여사’라는 제목을 달고 유포되면서 자칫 대다수 여성 운전자들을 비하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형성한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실제 ‘보XX림’ 등 중고차 관련 사이트의 영상게시판에는 하루에도 수십 건에 달하는 교통사고 영상이 업로드되면서 많은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이 가운데는 ‘무개념 김 여사’라는 제목으로 역주행·주차 등 운전 미숙에 따른 사고 유발 영상들이 심심치 않게 탑재되면서 유명 포털사이트를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었다.

지난 6월 13일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의 한 도로변에서 A(55·여)씨가 졸음운전으로 인해 현금수송차에서 작업 중이던 B(38)씨를 치어 숨지게 한 블랙박스 영상과 이에 앞선 4월 21일에는 부평구의 한 고등학교 운동장에서 C(46·여)씨가 운전 미숙으로 D(17)양을 친 영상이 ‘인천 김 여사 동영상’이라는 제목을 달고 빠르게 유포돼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이처럼 각종 사고사례가 담긴 영상은 포털사이트 검색을 통해 쉽사리 열람할 수 있지만 법적 제재사항은 아니라는 것이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선정적이거나 타인을 협박하는 내용이 아니라면 사고영상을 올리는 것을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인천대학교 박옥주 강사는 “이른바 김 여사 동영상으로 인해 객관적 근거없이 여성들이 운전에 미숙하다는 편견을 조장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남성 초보운전자 역시 운전 미숙으로 사고를 유발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교통안전에 대한 균형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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