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라는 TV 프로그램에 ‘갸루(girl을 일컫는 일본어)상’이라는 캐릭터가 나옵니다. 선생님의 질문에 엉뚱한 대답을 하는 학생 역할입니다. 선생님과 갸루상과의 대화입니다.
“너는 나중에 결혼하면 아들 낳을 거니?”
“아들 낳고 싶지 않스무니다(않습니다).”
“그러면 딸 낳고 싶니?”
“딸 낳고 싶지 않스무니다(않습니다).”
“아들도 딸도 아니라면 대체 누구를 낳고 싶다는 말이냐?”
“엄마를 낳고 싶스무니다(싶습니다).”
“아니, 세상에 엄마를 낳는 사람이 어디 있니?”
“사람이 아니무니다(아닙니다).”

정말 말이 안 통하는 대화 상대입니다. 솔직히 생방송 인터뷰에서 이런 사람 만날까봐 걱정됩니다.

방송 아나운서로 활동해오면서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이(인터뷰에 응하는 사람, 즉 출연자)들의 화술은 그야말로 각양각색입니다. 핵심만 간단히 말하는 사람, 장광설을 늘어놓는 사람, 본인이 말하면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한 대답을 하는 사람, 중언부언 반복하는 사람, 내용과 상관없이 소리 지르듯이 말하는 사람, 너무 자신 없게 말하는 사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질문 내용과 다르게 준비한 답변만 읽는 사람 등 방송에 출연한 사람 숫자만큼 다양한 유형의 화법이 존재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유형입니까? 말할 때 주위 분들의 반응을 유심히 살펴보면 본인의 유형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모 정당의 전 대표가 정계은퇴를 선언하면서 인용했던 ‘行有不得 反求諸己(행유부득 반구제기)-남 탓하지 말고, 자기 자신을 돌아보라’는 말처럼 말입니다. 나의 언어습관과 화술의 형태를 분명히 파악하는 것이 올바른 화법을 익히는 첫걸음이 될 것입니다.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요소가 필요합니다. 호흡·발성·발음·억양·속도 등의 언어적 요소와 표정·몸짓·태도 등의 비언어적 요소가 있습니다. 같은 말을 하더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받아들여지게 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위의 여러 요소들을 어떻게 활용했느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계획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 말을 잘 하기 위해서는 먼저 ‘듣기’부터 잘 해야 합니다. 역설적으로 들릴지도 모르겠습니다. 미국의 학자들에 따르면 학생들이 하루 동안 사용하는 언어활동을 분석해 본 결과 듣기 45%, 말하기 30%, 읽기 16%, 쓰기 9%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사람의 귀는 2개이고 입은 1개인 것은 ‘더 많이 들어주고 말은 신중히 하라‘는 뜻이라는 탈무드의 글도 있습니다만 말하기와 듣기는 한 쌍으로 이루어져 있고 일상 언어생활에서 ’듣기‘의 비중이 더 큰 것을 보면 잘 듣는 연습 역시 대단히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의 말을 가장 잘 들어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배울 점은 무엇입니까?
(※ 이 칼럼의 제목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라는 뜻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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