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질문이 있어야 좋은 대답이 나올 수 있습니다. 나쁜 질문에는 좋은 대답 나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당연히 좋은 대화로 이어지기 어렵겠지요.

리포터 : “오늘 이렇게 야외 나오시니까 기분 좋으세요?”
출연자 : “네”
리포터 : “혼자 오셨나요?”
출연자 : “네”
리포터 : “와 보니까 좋으세요?”
출연자 : “네”
리포터 : “다음에 또 오실건가요?”
출연자 : “네”

방송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여러분도 느끼셨겠지만 하나마나한 인터뷰입니다. ‘네/아니오’가 아니라 본인의 느낌과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질문해야 합니다. 질문이 잘못되면 대화를 제대로 끌어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질문의 내용에도 당연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지금 막 결혼한 신랑에게 헤어진 여자 친구 이야기를 묻는다든지, 빚이 많아 고민하는 친구에게 우리나라 총 가계부채 문제를 묻는다든지 하면 절대로 좋은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인간관계론’ 등 자기계발 관련 다수의 저서를 쓴 미국의 작가이자 강사인 데일 카네기는 그의 저서에서 “상대방이 대답하기 좋아하는 주제를 끄집어내십시오. 그들 스스로가 이루어 놓은 성취에 대해 말할 수 있도록 하십시오. 당신이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은 당신보다는 자기 자신의 문제나 앞날에 대해 백배나 더 흥미가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본래 인간이란 수백만 명을 희생시킨 다른 나라의 기근보다는 자신의 치통이 더 중요한 법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수십 번의 지진보다 스스로의 이익을 더 소중히 여깁니다.”라고 썼습니다.
100% 공감이 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세상 그 누구도 본인이 가장 관심있는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기 마련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질문이 필요한 것입니다. 어떤 질문을 어떤 순서에 따라 하느냐는 이후의 대화 방향을 결정하는 데 대단히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책을 지금 막 출간한 사람은 책 이야기를 하고 싶을 것입니다. 지금 막 홈런을 친 야구선수에게는 홈런에 관련된 질문을 하는 것이 유용할 것입니다. 선거에 출마하려는 사람은 자기가 어떤 사람인지, 왜 출마하려고 하는지 질문해 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막 사랑에 빠진 연인들은 그들의 연애담에 관심을 가져주기를 원할 것입니다. 자수성가한 기업인에게는 성공 비결을 묻는다면 좋아하겠지요.
제가 진행하는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에서는 국회의원이나 시의원, 도의원들을 인터뷰하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저는 그분들을 인터뷰할 때 방송에서 반드시 지역구를 말해 줍니다. 청취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말을 대신 해준다는 의미도 있습니다. 자신의 지역구가 어디인지, 또 그 지역구를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를 얼마나 알리고 싶겠습니까!
화자(話者)가 하고 싶어 하는 말을 마음대로 하게 하고 또 그것을 잘 들어주는 것, ‘좋은 화법’의 비결입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의 가까운 주변 인물이 가장 하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질문해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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