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초 인천시가 주최하고 인천여성단체협의회가 주관한 ‘2013 인천여성신년인사회’가 열렸습니다. 새해 인사와 함께 인천을 녹색도시로 만들기 위한 5R운동 실천 결의를 하는 등 뜻깊은 순서들이 있었습니다. 인천지역 여성계 인사들을 비롯해 각계각층에서 정말 많은 분들이 참석하셨더군요. 저는 그 행사에 사회자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행사가 행사이니만큼, 또 때가 때이니 만큼 저는 행사를 시작하면서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2013년 계사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새해는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바야흐로 명실상부한 ‘여성의 시대’가 왔습니다. 이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새 정부가 출범을 준비하고 있는데 미국에도 없는 여성 대통령의 시대를 우리 대한민국이 열어가게 된 것입니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이신 인천 여성계 인사 여러분 모두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올 한 해에도 왕성한 활동을 기대합니다.” 그러고 나서 식순에 따라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 중 몇 분에게 축사를 듣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여러분이 좋은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만 특별히 기억나는 축사가 있었습니다. 실명을 거론하는 것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당사자들에게 실례가 된다면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인천지방검찰청 정병두 검사장이 축사를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기 바랍니다. 사회자가 이제 여성의 시대가 왔다고 했는데 사실 저희 집은 제가 결혼하던 25년 전부터 이미 여성의 시대는 도래했습니다.(후략)” 여러분, 청중의 분위기가 상상되시지요? 다소 딱딱했던 분위기가 축사 첫 마디에 일순 화기애애하게 바뀌었습니다.
이어 축사를 한 홍일표 국회의원은 마이크를 잡자마자 “남존여비를 실천하고 있는 홍일표입니다. 여기서 ‘남존여비’란 ‘남성의 존재 이유는 여성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이다’라는 뜻입니다.(후략)”라고 말해 역시 청중들에게 웃음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스피치에서 첫 마디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행사의 성격과 상황에 맞는 오프닝 멘트 하나가 청중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습니다.
몇 주 전 이 란을 통해 ‘스피치의 기회가 있다면 원고는 준비하시고 숙지하시되 현장에서는 주요 내용 메모만을 참고해 자연스럽고 자신있게 말씀하시면 된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이때 원고 준비에 오프닝 멘트는 꼭 잘 챙기셔야 합니다. 영화감독들에 따르면 영화 시작 후 첫 5분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합니다. 그때 관객들의 눈을 사로잡아야 영화의 흥행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스피치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청중은 여러분의 첫 마디에 집중합니다. 분위기에 맞는 유머도 좋고 현장에서 느낀 점 등도 좋습니다. 가능하면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아울러 클로징 멘트도 중요합니다. 오프닝 멘트를 통해 마음을 사로잡으셨다면 마무리를 잘하는 방법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스피치 내용을 요약해 핵심만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든지 명언·속담 등을 활용해 덕담이나 당부의 말을 하는 것은 좋은 예가 될 수 있겠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스피치에서 오프닝과 클로징 멘트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반드시 따로 준비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이 앞서 말씀드린 여성신년인사회에서 축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지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 원기범 아나운서의 ‘세·바·스·찬’은 ‘세상을 바꾸는 스피치 찬스’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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