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이 기준금리를 연 2.75%로 5개월째 동결했다. 대북 리스크가 고조되고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졌지만,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의 긍정적인 경기 흐름에 따라 경기가 개선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결정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정부조직 개편 작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한 새 정부의 재정정책과 공조하고자 금리 인하를 유보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은은 14일 김중수 총재 주재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리 동결은 작년 11월 이후 5개월째 선택이다. 한은은 작년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각각 0.25%p 인하한 바 있지만 이후 현 금리수준을 고집하고 있다.

 이번 결정은 일부 경기지표가 좋지 않지만 미약하나마 경기 개선의 기미가 있다는 회복론에 무게를 실은 결과다.

 국내 경제를 보면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8.6% 줄었고, 수입액은 10.7% 감소해 2011년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1월 광공업생산은 한 달 전보다 1.5% 줄었다. 작년 8월(-2.4%) 이후 첫 감소세다. 서비스업 생산(-0.9%), 소매판매액(-2%), 설비투자(-6.5%) 등도 모두 부진했다.

 2월 고용사정은 취업자 수 증가 폭이 두 달 만에 20만 명대에 그쳤으나 실업률은 4%로 1년 전보다 0.2%p 떨어졌다.

 이에 대해 김중수 총재는 금통위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소비 및 설비투자는 일시적 요인으로 감소함에 따라 미약한 수준의 성장세를 지속했다”며 “2월에는 구체적인 숫자를 말할 수 없지만 적어도 마이너스에서는 벗어나 1월보다 개선되는 추세”라고 말했다.

 김 총재는 또 올해 1분기 성장률 전망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수치는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올해 1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0.4%)보다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리 동결은 추가적인 악재에 대비할 여력을 비축한다는 의미도 있다. 유엔의 대북제재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지만 금리를 인하할 만큼 금융시장에 충격이 가시화하지 않은 점 역시 고려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1분기 경기가 기대만큼 회복하지 않고 ‘무제한 통화완화 정책’으로 대변되는 아베노믹스의 본격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 금통위가 조만간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 내정자도 지난 13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기본적으로 기준금리를 금통위가 결정하지만, 어느 정도 회복 정책은 필요하다고 본다”며 인하 전망을 내비친 바 있다.

 김 총재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할 새 정부와의 정책 공조 차원에서 한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에 대해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금리를 동결할 것”이라며 “향후 상황에 따라 정책 조화가 필요하면 (재정정책과)공조할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 뒀다.

 한편, 김 총재는 하나금융지주와 외환은행 간 주식 교환에 따른 한은 보유 외환은행 주식 처분 문제와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라 외환은행 주식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변은 피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