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효성 소설가

수년 전에 마음 맞는 몇 사람이 모여 조촐한 모임을 시작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르고 나이도 위아래 30년 층이 나 자칫 어색해질 수 있는 구성인데 의외로 마음이 잘 통했다. 맛집순례도 하고 전시회도 다니고 봉사활동도 하는 모임이다. 다솜회가 생겨난 배경이다.

올해는 강원도 양구군 정림리에서 의료봉사를 하기로 했다. 그곳에 박수근 화백의 기념 미술관이 있다.

다솜회에서 가장 연장자인 박인숙 화백이 그분의 맏따님이다. 박수근기념 미술관 명예관장으로 계시는데 아버지를 기억하는 고향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어 하셨다.

박 보건지소장이 행정업무와 약품 준비를 담담하고 수간호사 이 선생이 진행 총괄을 맡고 그 외 필요한 물품은 노인요양센터장이자 다솜회 회장인 이 회장과 김 차장이 수고를 하고 윤 유치원장과 몇 분이 물품 수송을 도왔다.

그래도 10여 명 회원으로는 일손이 많이 부족했다. 주변에 도움을 청했다.

한의사 김 원장이 선뜻 동참하고 의료기 사업을 하는 이 사장이 의료용품 찬조를 해주고 100인 분의 소머리국밥은 한우야 김 대표가 정성껏 고와 보내주었다.

함께 온 보건소 간호사 두 분이 큰 역할을 해주었고 의료보험공단 구구팔팔 동호회원 여러분들이 와서 일손을 도와주었다.

전날 출발한 팀은 펜션에서 화기애애하게 친목을 다졌고 나처럼 꼭두새벽에 출발한 이들은 새벽잠을 설쳤다.

정림리 마을회관에 도착하는 즉시 의료봉사를 시작했다.

시골분들 대다수가 오랜 농사일로 퇴행성관절염을 앓고 계셨다. 한방진료팀에서 쑥뜸 뜨는 일을 보조하며 노인들을 안내했다.

침 맞고 뜸뜨는 시간이 환자마다 최소 30분은 족히 걸리다 보니 9시에 시작한 진료가 점심때를 한참 넘겨서야 끝났다.

마을회관 2층에서 소머리국밥으로 점심을 드신 노인분들은 양·한방 치료 잘 받고 맛있는 점심까지 대접해줘 고맙다며 기분좋게 돌아가셨다.

처방해 줄 약과 파스가 동이 나고 뒷정리를 하고 나니 해가 기울고 있었다.

늦은 점심을 먹고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며 미술관 관람을 하고 이 지역에서 문화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는 분이 운영하는 카페로 초대를 받아갔다.

향 좋은 커피를 내리는 동안 사는 것에 대한 가치를 어디에 둘 것인가 얘기가 나왔다.

삶의 등급과 의문부호는 마음먹기 나름이라 쉬운 것처럼 쿨하게 말하지만 속내는 복잡하다.

동석한 어느 분의 말처럼 자의식에 상처받는 일도 타인의 눈길을 의식하는 불편함도 벗어 던져버릴 내공이 쌓인 세월을 살았다에 공감한다. 인고하는 삶을 기록하지 말고 즐겁게 살다 가자 한다.

6명이 둥글게 커피 잔을 모아 원을 만들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나중에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을 보는데 뭉클했다.

위안을 누가 주겠나, 따뜻하고 향 좋은 커피를 나눠 마시며 마음을 모아 좋은 시간을 만들어가는 지금이 행복이고 위로이면서 교감의 결정을 만드는 것이겠지.

이 자리 우리를 좋은 사람 6명이라 했다. 원탁에 둘러앉아 소담스런 웃음을 한 바구니씩 서로에게 선물했으니 좋은 사람 맞다.

독특한 삶을 사는 카페 여주인은 이타적인 삶이 몸에 배인 분이다. 친아들은 하나, 가슴으로 키운 아들은 넷. 아들 다섯이면 백그라운드는 볼 것 없이 든든하다. 아들들이 보내 준 선물은 꼭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고 한다. 물건의 가치를 알아주고 제대로 쓸 수 있는 이가 있다면 그이가 물건의 주인이라 한다.

만능 엔터테이너인 카페 여주인이 ‘양구의 별 헤는 밤’ 시간을 만들 테니 여름밤을 함께 하자 제안을 한다. 그이의 시골집과 냇가에서 별 헤는 밤을 맞을 생각에 모두 행복한 기다림을 선물로 받았다. 시와 음악과 맛있는 음식과 밤하늘의 별을 보며 좋은 사람과 나눌 교감이 기대된다.

양구는 개인적으로 처음이다. 박인숙 화백과의 인연으로 방문했지만 수고로운 얼마의 시간이 이렇게 큰 만족으로 되돌아오다니, 수지맞는 일이다. 다솜회 멤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오늘 봉사에 참여해주었다. 자발적으로 휴일을 반납한 분들이다.

오늘 봉사 온 25분 모두의 가슴에도 충만한 선(善)이 가득 차, 집으로 가는 길이 뿌듯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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