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택상 인천시 동구청장

 얼마 전 김중미 작가의 「괭이부리말 아이들」이 어린이 단행본으로는 처음으로 200만 부를 넘어섰다는 기사를 보았다. 구청장이 되기 전 TV 프로그램에서 국민필독서로 선정되고 난 후 한 권을 구매해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구청장 입장에서 동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소설속의 어린 주인공들이 서로 사랑하고 의지하면서 꿋꿋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책에 묘사된 우리 동네가 너무 가난하고 초라한 빈민가의 모습으로 비춰져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작품 배경인 ‘괭이부리말’은 인천시 동구 만석동 달동네의 별칭으로 6·25 직후 피란민과 1970년대 산업화 시기에 농촌을 떠나 노동자가 된 이농민들이 모여들면서 형성된 빈민가로 사람들이 모여 들었던 이유는 만석동이 소위 돈이 모이는 곳이고 돈을 벌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만석부두는 화수부두와 함께 50~60년대 어항기능을 담당했던 수도권을 통털어 몇 안 되는 항구로 70년대 말 연안부두지역이 매립되면서 비록 그 기능을 상실했지만 사람들은 그곳에서 장사를 하고, 배도 타며 돈을 벌었던 곳으로 이제는 이 지역에 살고 있는 나이 지긋한 몇몇 분들만이 인천 어항의 태생으로서 싱싱한 수산물로 가득 찼던 두 부두를 기억하고 있다.

구청장 취임 후 향수와 현재가 공존하는 이런 지역적 여건을 십분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한 낙후된 원도심의 이미지를 지우고 지역사회에 활력을 불어 넣고자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한 것이 바로 이들 부두에 서민생활형 어항을 조성해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일이라 생각했으며, 이것이 바로 항구도시 인천에서 다시 한 번 도약하려는 동구의 의지와 바람이라고 생각했다.

이를 위해 해양문화공간과 함께 자연산 수산물시장, 전통젓갈류 특성화 등 종합적인 친환경 친수공간을 조성하기로 결정하고 지난 2011년 11월 만석·화수부두 일대를 어항구로 지정받았으며, 지난해에는 ‘만석부두 수산물직매장’과 ‘화수부두 수산물유통센터’를 건립하고 이용객 편의를 위한 진입도로 개설과 주차장도 완공했다.

또한 화수부두 연안어촌계 소속 어민들이 연근해에서 잡은 신선하고 질 좋은 수산물을 직접 값싸게 판매할 수 있도록 물양장에 ‘어민 수산물직매장’도 설치하는 등 어항기능을 회복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관광명소로까지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주변의 기반시설 조성에 행정력을 결집시켜 나가고 있다.

만석·화수부두는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서울 및 수도권 시민들도 이용하기 편한 교통여건도 갖춰 이런 지리적 이점을 살려 나간다면 그 옛날 인천경제의 중심으로 주목받았던 영화는 아니더라도 싱싱한 수산물을 구입하려는 관광객이 북적이며 포구 풍경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발돋움하리라 기대한다.

물론 아직까지 미흡한 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고 천리길도 한걸음부터 이듯이 주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개선책을 찾고 사업추진의 기본방향을 점검해 지역주민이 만족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고 있다.

동구는 이야기꺼리가 있는 스토리텔링적인 소프트웨어가 풍부한 도시임에도 주변 환경 등 하드웨어가 부족한 실정이다. 이제 그 하드웨어마저 갖춰지고 소프트웨어와 결합해 상호 유기적으로 작용을 한다면 사람이 모이고, 젊은이들이 모이고, 살기 좋은 동구가 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물론 그 구성은 과거와 같이 터전을 밀어버리는 일방적인 개발 방식으로 조성된 마을이 아닌 소설 속 주인공들이 꿈과 희망을 영위하는 삶의 공간이 될 것이다. 우리가 꿈꾸는 만석·화수부두의 모습은 주말이면 잘 정돈된 작은 부두에서 시민들이 바다를 산책하고 막 들어온 어선에서 싱싱한 생선을 사 집에서 가족끼리 오손도손 저녁을 즐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그 가운데 주민들은 열심히 일을 하고, 배도 타며, 서로 정을 나누게 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사람들이 떠나가는 동네가 아니라 마음의 고향으로 다시 찾아오는 동구를 꿈꾸고 있다. 이것이 동구의 미래이며 만석·화수부두는 그 변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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