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렁탕은 우리네 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 먹거리다. 무쇠로 만든 두터운 가마솥에 소의 온갖 부위를 넣고 하루종일 고아내야만 비로소 맑은 국물이 우러나고 그 맛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감친다.

그렇게 우러난 국물을 질감 가득한 국그릇에 한가득 담아 밥을 말아 내놓는 푸짐함은 춘궁기 배고픔에 시름찼던 우리네 서민들의 큰 위안이 아닐 수 없었다. 오죽하면 조선시대에는 임금들이 선농단을 세워 제를 올리는 자리에서 이를 끓여 백성들에게 나눠 주며 잠시나마 배고픔을 잊게 했을까?

굳이 역사적 고찰을 하지 않더라도 아직도 설렁탕은 국민적 사랑 속에 변함없는 대표적 먹거리란 사실에는 아무런 이견이 없다.

그런데 그제 국민들은 때아닌 저질 설렁탕 파문으로 큰 충격에 빠졌다. 국내 유명 설렁탕 업체가 설렁탕 원재료인 소의 뼈와 부산물을 원산지도 속인 것은 물론 유통기한까지 조작해 무허가 재가공을 일삼으며 무려 6년 동안 사기행각을 벌여오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그 양만 해도 7천200t, 시가 216억3천만 원 어치가 체인점에 공급됐다. 비밀 유지 또한 얼마나 철저했던지 해당 업체의 총 39개 체인점 업주들조차 이런 사실을 모른 채 감쪽같이 속았단다.

우리네 대표 먹거리인 설렁탕마저 이처럼 저질로 추락한 사실에 지금 시민들의 분노는 들끓고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해당 업체를 공개해야만 한다는 거센 비난의 목소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향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민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식품안전의 날(5월 14일)까지 만들어 대규모 기념식을 가진 지 불과 보름 남짓밖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때 터진 이번 저질 먹거리 사태, 그것도 우리네 전통음식인 설렁탕의 추락을 지켜보는 당국은 도대체 무슨 이유로 시민들의 선택적 안전을 지키는 길까지 가로막고 있는지 납득하기 어렵다.

예전에 일파만파로 퍼져 해외에까지 망신살을 샀던 만두파동 때도 당국은 이를 감췄다가 소상공인들만 다 죽였던 뼈아픈 경험을 정녕 잊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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