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제 인천귤현초등학교장

연이어 발생하는 학교폭력과 그로 인한 학생 자살 사건, 치유와 봉합의 시간적 여유조차 없이 계속 발생하는 성폭력 사건, 상아탑이라는 대학교에서조차 ‘얼차려’라는 명목으로 이루어지는 폭력 사건 등으로 우리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심지어 판단능력은 물론 간단한 의사표현조차 불가능한 유아들의 보육을 담당하고 있는 어린이집의 유아학대와 폭력은 우리 사회에 불신을 넘어 충격과 분노까지 불러오고 있다.

중의학의 효시로 일컫는 편작(扁鵲)은 화타와 더불어 중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명의로 손꼽힌다.

어느 날 위나라 문왕이 편작을 불러 “자네 집안의 세 형제가 모두 의술에 능하다고 하던데, 자네가 생각하기엔 누가 가장 고명한가?” 물었다.

“큰 형님이 가장 뛰어나고, 그 다음이 둘째 형님이며, 제가 가장 부족합니다.”

“그런데 어째서 자네의 명성이 가장 높은 것인가?”

편작이 이렇게 대답했다. “큰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나타나기도 전에 그 원인을 제거해 치료합니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무슨 병을 미리 치료해 화근을 막았는지 느끼지 못합니다. 작은 형님은 병이 발생하는 초기에 치료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의술을 그저 작은 병을 치료할 만한 정도로만 여깁니다. 이에 비해 저는 병세가 아주 위중해진 다음에야 비로소 병을 치료합니다. 사람들은 제가 환자에게 침을 놓고 피를 뽑아내며 큰 수술을 하는 것을 지켜보게 됩니다. 그래서 저의 의술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입니다.”

의학이 병을 치료하고 인간의 몸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일을 담당한다면, 교육은 인간의 마음을 바르고 건강하고 만드는 일을 담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교사와 의사 모두 전문직인 것이다.

몸과 마음, 즉 정신과 육체는 우리 인간 형성의 근원으로 그 어느 한편도 소홀하거나 문제가 생겨서는 안되는 중요한 영역이다.

편작의 큰형은 사람들이 병의 증상을 느끼기도 전에 얼굴빛만 보고 장차 병에 걸릴 것을 알아내어 미리 그 원인을 제거해 주고, 작은형은 사람들의 병세가 미미할 때 이를 알아채고 치료해 주는데, 편작 자신은 사람들이 고통을 느낄 때 비로소 병을 찾아내어 치료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신의 고통을 덜어준 편작을 명의로 섬길 뿐, 두 형의 솜씨는 알지 못했다는 것이다.

편작의 말대로 발병하기 전에 그 원인을 찾아 제거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명의일 것이다.

발병 후에 아무리 치료를 잘한다 해도 치료과정의 고통과 위험, 경제적 심리적 부담과 흔적마저 없앨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갈수록 치유가 어려운 병리현상이 많아지고 있는 교육에도 명의가 필요하다.

눈여겨 살펴보면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이나 상황 속에서도 교육문제를 슬기롭게 처리하고 헤쳐가는 사람들이나 단체들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그들이 바로 교육계의 편작 같은 명의일 것이다.

그러나 교육의 본질적 측면에서 볼 때 정말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겉으로 드러난 병을 치료하는 편작같은 명의가 아니라 비록 알려진 이름은 없을지라도 사전에 원인을 제거해 발명 자체를 막는 편작의 형일 것이다.

교육당국과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행정가들은 교육문제와 병리현상을 치료하기에 급급하기보다는 편작의 큰형 같은 안목으로 교육에 접근하고 정책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학교는 물론 여러 교육의 현장에서 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교사들 또한 편작의 큰형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바라보고 지도와 가르침에 정진해야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아직 우리 교육은 병이 커지고 고통이 심해진 후에야 치료를 시작하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상황이다.

조금 더 앞서 생각하고 신경을 쓴다면 병이 나기 전에 그 원인을 알아내어 제거할 수 있고, 발병 초기에 발견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다.

교육은 진정으로 우리의 미래이며 희망이다.

아무리 우수한 치료를 한다 해도 병이 난 다음에 치료하는 방식에 우리의 미래를 의존할 수는 없다.

편작 같은 명의의 출현이 힘들다는 것은 그만큼 큰 병이란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는 방증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때로는 편작같은 명성 높은 명의도 필요하지만 이름 없는 다수의 편작의 형들이야말로 진정한 명의이며, 우리의 미래와 희망인 것이다.

교육정책을 수립하는 전문가들은 물론 일선학교·유치원·어린이집 등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들, 그리고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우리 사회 각계각층에 편작의 형들이 많아질 때 진정 우리의 미래는 밝은 희망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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