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시장인 하시모토 도루의 망언이 우리를 또 분노하게 했습니다. 악질적인 망언제조기입니다.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당시에 필요했다.” “미국이든 영국이든 프랑스든 더 말하자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이든 모두가 전쟁터의 성 문제로 여성을 이용했다”는 등의 궤변을 늘어놓았습니다.

 잘 아시겠습니만 일본처럼 정부와 군이 조직적으로 위안소를 설치하고 여성을 강제 동원한 나라는 없습니다. 일본의 지도자들이 과거에 대한 반성과 사죄는커녕 오히려 망언을 일삼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본의 작태에 대해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미국 등 세계 여러나라가 비난하고 나섰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두 분이 하시모토 도루와 면담을 하기로 했었습니다.

할머니들은 하시모토의 사죄와 망언의 취소를 요구하려 했지만 하시모토가 응할 태도를 보이지 않자 결국 면담계획을 취소했습니다. 궁지에 몰린 하시모토의 정치쇼에 이용당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던 것입니다. 이 소식은 하시모토의 망언 소식과 더불어 실시간으로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 있습니다. 일부 언론에서 ‘위안부 망언의 주인공 하시모토 도루’라는 표현을 썼더군요. 좀 이상한 점을 못 느끼셨습니까? ‘주인공(主人公)’이라는 단어는 긍정적으로 쓰여야 하는 표현입니다.

  이를테면 “청소년은 우리의 주인공이다” “그 배우는 첫 출연작에서 주인공 역을 맡게 되었다”처럼 사용하는 것이 바른 용례입니다. 영어로는 대개 ‘hero’ ‘heroin’ 등으로 표현합니다. 그러니 위의 기사 제목에는 적합하지 않은 말이 됩니다. 당치도 않은 망언이나 해대는 자가 절대로 ‘주인공’이 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럴 때 사용하는 표현으로 ‘장본인(張本人)’이 있습니다. 줄여서 ‘장본’이라고도 합니다. 김원일의 소설 ‘불의 제전’에 이런 글이 나옵니다.

“이렇게 되기까지 그 사달(사고 혹은 탈)을 일으킨 장본인은 김강보였다.” ‘어떤 좋지 않은 일을 꾀하려 일으킨 바로 그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주인공이 좋은 의미의 ‘중심이 되는 사람’을 뜻하는 반면 ‘장본인’은 나쁜 의미의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하시모토 도루는 ‘망언의 장본인’이라고 하는 것이 적합합니다.

이렇게 일상생활에서 서로 반대의 어감을 가지고 있는 표현을 혼동해 쓰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프로야구는 관중 700만 시대를 맞아 이제 대중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자리매김한 것입니다. 어느 스포츠 채널의 프로야구 중계방송 중 들은 표현입니다. “오늘 팀의 역전승에 크게 기여한 홈런의 ‘장본인’ 김 아무개 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제가 김 아무개 선수였다면 인터뷰를 거부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기껏 홈런 쳐 역전시켜 놓았더니 ‘장본인’이라니요. 당연히 홈런의 ‘주인공’으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돌잔치에서 “오늘 파티의 ‘장본인’인 아기를 소개합니다.”라고 한다면 어떨까요? “이번에 테러를 일으킨 ‘주인공’ 아무개는 경찰에 붙잡혔습니다”는 어떤가요? 꼭 기억해 두십시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의식적으로 잘못된 표현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때와 상황에 맞는 정확한 표현이 이해도를 높이고 스피치의 격을 높이게 됩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주인공’과 ‘장본인’을 잘못 사용한 경우는 없는지 생각해보고 그 밖에 잘못 쓰이는 표현을 찾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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