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제 의왕시장

지난달 중국을 다시 찾았다. 몇 차례 갔던 곳이지만 다시 중국을 방문하게 된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의왕시 백운호수와 왕송호수의 본격적인 개발을 앞둔 상황에서 얼마 전 김문수 경기지사가 중국 항저우(杭州)시 서호(西湖)에 대한 벤치마킹을 적극 권유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중국 호수 중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갖고 있는 ‘서호 벤치마킹’은 호수개발에 대한 새로운 시야를 넓혀주는 계기가 되었다. 수천 년 역사와 전통에 걸맞은 풍부한 스토리텔링과 문화적 콘텐츠, 생태환경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수려한 경관을 관광자원화해 지역경제에 크게 활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압권은 「붉은 수수밭」으로 유명한 장예모 감독이 서호 호수 면적 가운데 10분의 1인 33만㎡(약 10만 평)의 호수 전체를 무대로 활용해 펼치는 「인상서호(印象西湖)」 공연이었다. 자연속에서 물과 빛, 소리와 색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공연은 화려하면서도 웅장하고, 한편으로는 애절한 느낌마저 주었다. 중국의 4대 전설인 ‘백사전’이 주제인 이 공연에는 400여 명이 출연하는데 지역주민들이 낮에는 생업에 종사하다 밤에 공연에 출연하고 있었다.

호수 면보다 10㎝ 정도로 낮춘 무대에서 배우들이 물을 튀기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마치 중국 무협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였다.

 공연장의 객석 수는 1천360개, 하루 1회 공연으로 한 번에 1천여 명이 관람해 연간 100억 원 이상의 매출액을 기록할 정도로 세계적인 명품 공연으로 자리를 잡았다.

「인상서호」 공연으로 인해 서호는 세계 각지의 관광객들이 몰려드는 관광지로 유명세를 더하게 되었다. 인간의 창의력과 상상력이 결합한 문화의 힘을 다시금 실감했다.

서호의 수질개선 노력도 눈길을 끌었다. 서호는 2002년 수질 투명도가 43.2cm 였으나 2012년 테스트 결과는 82.8cm로 10년에 걸쳐 배로 증가했다.

인근 전단강과 연계해 수로를 개설해 정수한 물을 정기적으로 교체, 환수 주기를 앞당겼고 유람선은 전기모터만을 사용하도록 하는 등 철저한 수질보호 방안을 시행 중이었다. 호수 안에 제당을 만들어 유속을 보다 빠르게 해 유량을 배출시키는 것도 수질 유지 비결 중의 하나였다.  

실제로 호수 개발 과정에서 가장 문제점으로 대두되는 것이 수질 관리이다. 의왕 왕송호수의 경우 수질등급 최하위인 6급수 판정을 받았다가 최근 지속적인 정화노력에 힘입어 농업용수로 사용 가능한 4급수 수준까지 끌어올렸으나 여전히 주변지역 도시화에 따른 수질관리가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하천변에 여울과 소 같은 유량 배출이 수월한 시설을 설치해 유속 환경을 개선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도 얻었다.

공연 수변무대도 호수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큰 볼거리가 되었다. 비단 서호뿐만 아니라 인근에 있는 상호(相湖) 등 중국의 대부분의 대형 호수는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대형 야외무대를 개설해 문화콘텐츠와 결합한 관광상품을 내놓고 있었다.

 야외무대는 단순한 시설에 그치지 않고 음향과 경관조명 등을 활용해 지속적인 볼거리를 확대 재생산하는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백운호수에 계획 중인 수변무대 조성에도 큰 도움이 되었다.

중국은 서호와 같은 호수를 국가습지공원으로 지정하고 있다. 서호가 소속된 서계국가습지공원은 도시습지·농경습지와 문화습지가 하나로 모인 국내 첫번째 국가습지공원이기도 하다.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는 탓인지 생태재생구와 생태보호구와 같이 철저히 영역을 구분해 그에 맞는 체계적인 생태보호 정책이 적용되고 있었다.

 아직까지 대다수 습지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관리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에서 국립공원과 같은 형태로 습지공원을 발굴, 육성하는 것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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