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출산장려정책에 다자녀 가정이 골탕을 먹고 있다. 다자녀 가정의 경제적 부담을 덜기 위해 인천시가 도입한 우대카드인 ‘아이모아 카드’로 이용할 수 있는 혜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20일 인천시에 따르면 아이모아 카드는 3자녀 이상 다자녀 가정의 생활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줄여 출산·양육이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이모아 카드로 받을 수 있는 할인 혜택이 적을 뿐 아니라 공공기관에서 받을 수 있는 혜택도 거의 없어 다자녀 가정 부모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부평구 십정동에 사는 A(37·여)씨는 2009년 아이사랑 카드를 신청하면서 다자녀 가정에 혜택이 많다는 아이모아 카드를 함께 발급받았다.

A씨는 아이모아 카드로 분유를 사려고 했지만 할인 혜택을 따져 보니 인터넷으로 사는 게 더 저렴했다. 또 큰아이를 태권도 학원에 보내면서 학원비 혜택을 받으려고 했지만 집 주변이 아닌 먼 곳의 학원이 혜택 대상에 해당되면서 자연스레 아이모아 카드를 이용하는 기회는 사라지게 됐다.

A씨는 “남편의 월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1천 원이라도 할인을 받는 게 다자녀 가정에서는 큰 도움이 된다”며 “출산장려 문구는 그럴듯하지만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게 없어 이제는 카드를 발급받았는지조차 잊고 산다”고 말했다.

실제 아이모아 카드 참여 업체 협약 건수는 2010년 646개소에서 2011년도에는 5% 수준인 37개소로 떨어진 후 2012년에는 20개소, 올해는 14개소로 최근에는 거의 협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특히 학원과 식당, 미용실 등 717곳의 참여 업체 가운데 공공기관 부문은 종합문화예술회관과 공영주차장, 장난감대여점 등 약 2.8%에 해당하는 20곳뿐이다.

종합문화예술회관이 제공하는 혜택은 공연료의 20%를 할인하지만 대관공연은 제외되고, 도서관에서도 대출증을 발급할 때 드는 수수료를 감면해 주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이모아 카드의 연도별 발급 증감률도 2009년은 전년 대비 26.8% 늘어났지만 이후부터는 매년 떨어져 2010년 18.8%, 2011년 6.8%, 2012년 5.2% 정도만 늘어날 뿐이다. 다자녀 부모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시 관계자는 “시 산하 공공기관에 협조를 요청해 요금 관련 조례를 바꾸는 절차를 거쳐 혜택을 확대, 다자녀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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