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정제 인천귤현초등학교 교장

현 사회를 지식으로 부를 창출하는 사회, 즉 지식기반사회라고 한다. 지식으로 부를 창출한다는 것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듯한, 무언가 새롭고 거창한 것처럼 들리지만 반드시 그런 것만은 아니다. 미래를 선도하는 지적인 삶이란 이미 고대부터 동서고금의 철학자나 여러 사상가들이 살아온 삶인 것이다.

 생각해 보면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가 세웠던 아카데미와 지금 사람들이 학원을 세워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이나 원론적으로는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어느 시대나 법률가와 사상가, 교사와 의사처럼 지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것이 바로 대표적인 지적인 삶이다.

지식으로 부를 창출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지식을 수단으로 해 돈을 버는 사람들로 전문직이라는 의사나 법률가, 교사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그들은 상당한 시간을 전문지식 축적에 투자한다. 하지만 그들은 대체적으로 그 지식을 쌓는 자체가 행복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자신들이 쌓은 지식을 이용해 살기 위함이 목적인 것이다.

그 지식을 이용해 명예를 쌓거나, 부를 창출하거나, 또는 어려운 사람을 돕거나 모두가 자신의 삶을 위함이다. 둘째, 지식을 수단이 아닌 목적 그 자체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자신이 학습하는 것들을 정말로 사랑해 자기 내부에 지식과 지혜를 쌓는 삶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대체로 사상가나 철학가, 작가 등이 그런 부류로, 이런 사람들은 지식으로 경제적 활동을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다. 이 때문에 현실에서 그런 직업들을 뚜렷하게 정립된 상태로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지식을 사랑해 자신의 많은 시간을 책을 읽고 공부하는 데 쏟는 사람들을 그런 지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로 정의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의 지적기능은 두 갈래로 맥락되어 진다. 일반적으로 머리가 좋다고 표현하는 지능적(Intelligence) 머리가 있고, 흔히 머리를 잘 쓴다고 말하는 지혜적(Intellect) 머리가 그것이다. 필립 해머튼은 「지적생활」이란 저서에서 지능을 지상에서 가장 빨리 달리는 타조로, 지혜를 지상을 유유히 관조하며 나르는 독수리로 비유했다.

즉, 타조는 앞을 향해 달리기는 매우 잘하지만 독수리처럼 전후좌후를 살펴보지 못한다. 따라서 과거와 미래를 집약시켜 현실을 파악할 수 없고 연상력·응용력·창의력이 형성되지 않은 가치없는 지성이 되고 만다는 것이다.

교육이란 다른 한편으로 말하면 지능적인 머리를 지혜적인 머리로 발전시키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남보다 앞서거나 우위를 점하기 위한 경쟁과 성적이나 실적 중심의 교육은 지능적 머리만 비대화시키고 지혜적 머리의 발달은 무시되거나 오히려 축소되게 만드는 것이다.

진화론을 주창한 찰스 다윈의 어린 시절, 그의 아버지는 ‘다윈이 누이동생 머리만 같았던들…’하고 곧잘 한탄했다고 한다.

 공부도 잘하고 부모 말도 잘 듣는 누이에 비해 다윈은 학교 성적도 형편없고 공상력만 강해 이따금 엉뚱한 짓을 저질러 놓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진화론의 발상은 타조가 아니라 다윈의 머릿속에 도사린 독수리였다. 인류문명을 획기적으로 발달시킨 에디슨의 머리 또한 독수리였음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오늘날 우리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원은 학생들을 앞만 보고 열심히 달리는 타조로 기르기에 급급한 것에서 기인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우리 교육이 시급히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학생들의 지혜적 머리 계발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와 달리 오늘날 교육은 어느 특정한 기관이나 사람들만의 노력으로 변화시키거나 성공할 수 없다. 교육기관은 물론 부모와 교사, 사회가 국가가 공동의 이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때 성공적인 교육의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여름방학이 다가오고 있다. 실내생활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겨울방학과 달리 실외나 야외활동을 최대화 할 수 있는 시기이다. 정형화되고 틀에 박힌 일상에서 벗어나 무한히 넓고 한없이 자유로운 사고와 생활을 할 수 있는 기회이다.

지식의 습득과 지능적 머리의 비대화를 촉진하는 학습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창의적인 생활로 지혜적 머리를 발달시키는 기간이 되도록 해야 한다. 지식기반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재란 타조가 아니라 독수리임을 명심해야 한다.

각급 학교는 물론 가정에서도 자녀들의 여름방학 계획을 수립하기 전에 다시 한 번 생각하기를 기대해 본다. 미래사회를 살아갈 아이들을 타조로 기를 것인가, 독수리로 자라도록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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