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지난 2004년부터 기호일보와 희로애락을 함께해 온 ‘독자위원회’ 위원들을 모시고 기호일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조명하는 자리를 개최했습니다.
본보에 대한 애정을 바탕으로 가감 없는 지적과 대안을 제시해 온 ‘독자위원회’는 올해 이국성 인천경실련 공동대표를 위원장으로 한 4기 위원회에서 8명이 활동 중이며, 앞서는 지역사회 각계에서 활약 중인 오피니언리더 스물세 분이 독자위원으로 활동해 주셨습니다.
25주년 기념 특별좌담회는 1~4기 독자위원회를 대표하는 전·현직 위원들이 참석해 기호일보의 미래를 가늠해 보는 자리로 마련됐습니다. 

일시·장소=2013년 6월 27일 기호일보 본사 대회의실
참석자=이국성 인천경실련 공동대표·변호사(좌장), 문상범 인천개항장연구소 연구위원, 강덕우·강옥엽 인천시역사자료관 전문위원, 박인옥 인천녹색소비자연대 이사, 권도국 계양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

   
 
-이국성 변호사=오늘 자리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기호일보의 발자취를 함께 들여다보는 동시에 현재 기호일보의 위상, 지역사회 내에서의 활동과 평가, 향후 더 나은 신문으로 도약하기 위한 노력 등에 대한 독자위원들의 견해를 듣기 위한 자리다. 본격적인 의견 제시에 앞서 참석 위원들의 오늘 좌담회에 대한 소견을 말씀해 달라.
박인옥 이사=시민편집위원회로 시작한 독자위원회가 벌써 햇수로 10년이 넘었다. 그간 독자위원회를 통해 수많은 의견이 제시된 만큼 그간의 이야기들을 통해 기호일보가 개선해야 할 부분이나 미래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강덕우 박사=사반세기를 맞았다. 대부분 25주년에는 책을 하나 낸다. 이런 거창한 것이 아니더라도 지난 25년간 기호일보가 어떻게 지내왔는가에 대한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다. 과거에 대한 정리가 없다면 우리가 펴내는 시사를 안 쓰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문상범 위원=15년 전 시민단체 활동을 시작하면서 지역신문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또 기호일보 독자위원회 활동을 통해 신문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기호일보를 비롯한 지역신문들이 독자들의 기대만큼 언론의 역할에 충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오늘 자리를 빌려 얘기하다 보면 해법도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강옥엽 박사=올해는 인천 정명 600년의 해다. 이런 시점에 기호일보가 지난 25년을 같이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며, 기호일보 내부에서도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다.

기호일보의 경우 교육신문으로 출발한, 교육신문의 정체성을 갖고 있었는데 요즘 기호일보의 정체성을 무엇이라 말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기호일보가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하나의 사료가 되고, 자료가 되고, 그것이 또 미래를 사는 후손들에게 좋은 근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소 추상적인 부분이 있지만 25주년을 맞은 만큼 이런 부분을 고민해 보자.

권도국 센터장=거창하진 않지만 소소하고, 생생한 지역사회 문제를 고민하는 것은 지역신문의 장점이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25년. 더 큰 도약을 위해 많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좌우로 흔들리지 않는 기호일보를 만들기 위한 중요한 시기라 생각한다.

-이국성 변호사=25주년을 맞은 기호일보에 대한 독자위원들의 짤막한 소감을 들어봤다. 창간 25주년을 맞았지만 그에 반해 독자위원회의 역사는 10년 정도 됐다. 우리가 과거를 소상히 알지 못하니 지난 10년간 기호일보의 변화와 성장에 대해서 얘기해 보자.

강옥엽 박사=그동안 괄목하게 성장했다. 죄송한 얘기지만 독자위원회 초창기만 해도 신문이 알차지 못하다는 인상이 강했고 그래서 내가 인연을 맺은 신문이 성장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이유로 계속해 기고도 했었고. 나뿐만 아니라 여기 계신 독자위원님들 모두가 기호일보의 성장에 대해 이견이 없을 듯하다. 물론 지속적인 발전의 필요성은 남아 있다.

문상범 위원=지역언론의 판도가 수차례 변화했고 이 와중에서도 기호일보는 흔들리지 않고 꾸준히 자리를 잡아왔던 것 같다. 타 언론사가 흔들리는, 외부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지만 내부적인 변화도 컸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의 기호일보가 되지 않았나 싶다.

강옥엽 박사=칭찬할 점은 독자위원회(외부 독자들의 시선)의 지적을 받아들이고 이를 고치려는 노력을 계속해 왔다는 데 있다. 초반의 독자위원회는 서로 얼굴을 붉힐 정도로 직설적인 지적과 제안이 많았다.

회사는 이를 가감 없이 수렴했고 이러한 노력들이 지금의 기호일보를 만들었을 것이다.

권도국 센터장=외형만 놓고 보더라도 과거보다 컬러 지면이 많이 늘고, 기획기사도 계속해 생산해 내고 있다.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부분에 부응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러한 결과물들이 모여 벌써 3년째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우선지원 대상 언론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역행사에 적극적인 후원을 하고 있는 것과 스포츠 부문, 특히 기호일보가 주관하는 ‘코리아오픈국제탁구대회’ 등도 지역민들에게 언론사의 활동상을 알리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박인옥 이사=초창기 독자위원회 시절 회사 측은 ‘강도 높게 비판해 달라. 바뀔 자세가 돼 있다’고까지 얘기했었다. 그래서 정말 신랄하게 비판했었는데 돌아보니 이러한 독자위의 역할이 내부 동력을 제공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당시만 해도 독자위원들이 인터넷 상으로 자주 의견을 주고받고 신문의 발전 방향에 대한 의견을 회사 측과 꾸준히 주고받았다.

강덕우 박사=만평부터 시작해서 첫 면 편집상의 부분까지 독자위원들의 제안을 회사가 받아들였다. 독자위의 제안으로 시작된 만평은 경기도 31개 시·군을 모두 돌며 전시회를 열고 있다. 효자 상품이다.

권도국 센터장=강 박사님 말씀대로 소소한 부분까지 신경쓰는 것을 보면 기호일보가 계속해 외부,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노력해 온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도 창간을 기해 지면 쇄신을 준비하고 있는 등 항상 긴장하고 변화하려는 모습이 눈에 보인다.

-이국성 변호사=‘기호일보’라는 언론사가 시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역할을 잘하고 있는가에 대한 평가도 해 봐야 할 것 같다.

문상범 위원=그간의 노력을 통해 위상도 높아졌고 그 역할도 커졌다고 본다. 기자들도 전에 없이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재정이 풍족하진 않겠지만 여타 신문들보다는 안정적인 상황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기호일보가 시민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지방지가 해야 할 부분들을 온전히 수행하지는 못한다는 생각이다. 조금 더 노력해 줬으면 한다.

박인옥 이사=문 선생님의 지적은 기호일보만의 문제라고는 볼 수 없다. 인천인구가 280만에 이르는데 주요 신문사라고 해야 5개밖에 안 되는 지역언론사들이 펴내는 신문을 보는 시민들이 많지 않다. 부산 등 아래 지방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또 지역신문들이 인터뷰하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10여 년간 바뀌지가 않는다. 결국 언론의 문제라기보다는 지역사회를 관심 있게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과연 20~25년 뒤에는 새로운 사람들로 네트워크가 이뤄질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든다.

권도국 센터장=중앙지·지방지 할 것 없이 종이신문 자체가 저물어 가는 시대에 있는 만큼 언론사의 자구적인 노력만으로는 언론이 바로 서기 힘든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언론이 지역민의 기대에 부응하고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개인, 기업, 관에서도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지역의 문제를 고민하는 신문을 개인 기업으로 치부한다면 남아날 수가 없다는 얘기다.

▶강덕우 박사=기호일보를 비롯해 어느 지역신문이고 간에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담을 수는 없을 테지만 각 언론사의 특징이 드러나지 않는 것은 문제다.

기자들이 발품을 더 팔고 이를 통해 신문에 색을 입혔으면 좋겠다. 남들 다하는 것만 해서는 살아남기 힘들다.

-이국성 변호사=기호일보를 지탱하고 있는 기자들, 이분들은 어느 정도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고 평가하는지도 궁금하다.

박인옥 이사=그간 취재인력들이 수도 없이 바뀌었고 이 과정에서는 전문성을 키우기 어려웠다고 본다. 그런데 최근에는 안정적으로 인력이 운영되고 있다. 전문성을 키우기에 적기라는 생각이다.

이러한 배경에는 경영진이 어떠한 마인드로 언론사를 운영했느냐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본다.

▶강덕우 박사=한 곳의 취재처에서 1년 반을 머무르면 이후에는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지역언론사의 사정상 장시간 한 분야만 팔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얘기다.

전문성을 논하는 것 자체가 현장의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

▶문상범 위원=기자들이 사명을 가지고 일하고 있지만 솔직히 기자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본다.

혼자 맡아야 할 영역도 많고. 한 명의 기자가 이 기사 저 기사를 쏟아내다 보니 전문성이 발휘될 수가 없지 않은가. 심층취재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중앙지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한 부서에만 여러 명이 앉아서 기사를 작성하고 있었다. 인적 자원 자체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 본보 창간 25주년을 맞아 ‘기호일보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주제로 본보 독자위원회 좌담회가 열리고 있다./최민규 기자

-이국성 변호사=이제 기호일보가 한 단계 도약을 위한 시점에 와 있다. 필요한 요소가 무엇이라 생각하시는지.

▶권도국 센터장=개인적으로는 투자를 많이 했으면 좋겠다. 특히 인력 부분에. 여러 방안들을 강구해 시민들이 기호일보를 많이 볼 수 있는 환경을 우선해 조성해야겠다.

▶박인옥 이사=우선 수준 높은 기자관을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해 미래를 일궈 나가는 것이다. 또 대도시 중심의 칼럼진을 섭외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소도시의 알려지지 않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칼럼의 내용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좋을 듯싶다.

▶강덕우 박사=권 선생님의 말에 동감한다. 신문 보급을 확대해야 한다. 경영적 측면에서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문상범 위원=꼭 조·중·동, 한겨레처럼은 아니더라도 지역 내에서의 차별성을 갖춰야 한다. 독자들에게 꼭 기호일보를 봐야 할 이유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박인옥 선생님의 말씀처럼 훌륭한 기자들을 채용해서 보다 좋은 기사들을 생산해야 한다.

▶강옥엽 박사=독자위원회에 참여하면서 느낀 바지만 우리가 말하는 이상과 현실은 큰 괴리감이 있다. 그래도 우리는 이상에 목표를 두고 이야기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언론사의 정체성은 사실 사설과 칼럼에서 드러난다. 이 부분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정론의 실천과 비판 등 신문의 사명을 절대적으로 잊지 말아야 한다.

1945년에 창간된 대중일보는 인천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여전히 귀한 자료로 쓰이고 있다. 기호일보가 후일 그런 역할을 해 주길 바란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베이스 구축과 정확한 보도가 뒤따라야 한다.

▶박인옥 이사=칼럼진 수준이 한층 높아졌지만 글 자체는 신변잡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요논단이면 실제로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글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급하게 글을 쓰는 경향이 있어서인 것 같은데, 앞으로는 칼럼진 전체가 지역사회를 다시 한 번 들여다보고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글들을 썼으면 좋겠다.

-이국성 변호사=지금까지 창간 25주년을 맞이한 기호일보의 발전상과 과제들을 이야기해 봤다. 마지막으로 강조하고픈 조언이나 바람이 있다면.

▶강덕우 박사=지난 25년의 과거는 미래를 위한 큰 자산이다. 지금처럼 성장기록을 남기면서 미래를 준비했으면 한다. 또 그간 쌓아 온 데이터베이스를 가지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는 기획을 이어 나가는 것도 기호일보의 특색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박인옥 이사=기호일보가 인천대와 함께하는 ‘남북경협 아카데미’나 경인여대와의 ‘디자인 경영 CEO과정’ 등은 고등교육기관과 협력해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통로를 만들어 나간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앞으로는 복지 문제에 좀 더 초점을 맞췄으면 하는 바람도 더한다.

▶강옥엽 박사=사람 나이로 치자면 25살은 이제 막 무엇인가를 해 나갈 나이이다. 지난 시간 기호일보가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면 이제는 훨씬 높이 오를 수 있는 도약점에 섰다고 생각한다.

역사의 본질은 교훈이다. 우리가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일 테고. 지난날의 어려웠던 환경 속에서 25주년을 맞은 만큼 계속해 발전하고 또 도약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권도국 센터장=신문의 주인은 독자다. 아침에 눈 뜨면 신문을 찾고 직장에 와서도 신문을 펼치며 일과가 시작된다.

직장인·학생·주부들의 눈높이에 맞는 정보를 담아 중앙지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신문으로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 경인지역의 대표 신문으로 우뚝 서 달라.

문상범 위원=기호일보가 오늘날 새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애정 어린 충고를 아끼지 않은 독자위원들의 역할이 컸고 외부의 충고를 온전히 받아들이고 변화한 회사의 몫도 크다.

앞으로도 이러한 내·외부의 노력이 모아져 기호일보가 지역의 대표 신문으로 거듭났으면 한다. 25주년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린다.

▶이국성 변호사=흔히 말하는 격언 중에 ‘인디언은 말을 타고 달려가더라도 반드시 잠시 말을 세워 뒤를 본다’고 한다. 내 영혼이 나를 따라오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는 것인데, 오늘의 좌담회 역시 그간 쉼없이 달려온 기호일보가 잠시 말을 세우고 자신의 영혼을 점검하는 것과 같은 자리다.

저를 포함한 6명의 전·현직 독자위원님들이 좋은 말씀들을 많이 하셨다. 오늘 의견들이 기호일보의 도약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또 창간 50주년에 옛 독자위원으로 초청받는다면 얼마나 의미가 클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 50주년까지 지금처럼 지속한 발전을 이루고 우리 독자위원들 또한 먼 훗날 다시 초대받기를 고대하면서 마무리하겠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