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25년 전인 1988년은 많은 일이 있었다. 서울올림픽이 열렸고 민주화 열풍과 함께 찾아온 언론자유로 기호일보를 비롯한 많은 언론들이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아낼 창간대열에 나섰다. 이때 태어난 아이들은 올림픽이 열린 해에 태어났다고 ‘88둥이’로 불리며 어느덧 25살 청년으로 성장했다. 본보는 창간 25주년을 맞아 각각의 삶에서 희망을 만들어 가는 3명의 88둥이를 만나 그들이 만들어 가는 희망세상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진달래 -녹색당운영위원장

   
 

진달래(25·인천시 서구 연희동)씨는 취업 대신 대학원을 선택해 오는 9월 입학을 앞두고 있다. 여러 진로를 놓고 고민하다 자신의 신념을 선택했다.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자’라는 오랜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그녀의 선택에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문제를 고민하고 공유하는 사람들과 만나게 된 녹색당이 큰 역할을 했다.

2011년 12월 녹색당에 가입한 그녀는 이듬해 2월 인천녹색당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역사회를 고민하는 사람들과 정보·생각을 나누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신학생, 유학생, 장애인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또래 3명과 함께 인천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녹음해 올해 3월부터 팟캐스트를 통해 업로드하고 있다. 팟캐스트는 우연에서 시작했다.

진 씨는 “녹색당 청년모임에서 나눈 대화를 우리만 듣기 아깝다고 생각해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팟캐스트를 시작했다”며 “에피소드 1개당 많게는 200명, 평균적으로는 70~80명이 들을 만큼 자리가 잡혀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현재까지 인천아시안게임, 인천세계도시축전, 월미은하레일 등 모두 12개의 인천 현안에 대한 에피소드를 담아냈다.

다양한 현안을 다루던 진 씨는 특히 인천지역 환경에 관심이 많다.

그녀는 “인천에서 생산한 전기는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에 전송하고 수도권의 온갖 쓰레기는 인천에서 떠안는 등 인천이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면서 시민 자긍심을 떨어지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진 씨는 최근 가좌동·청천동·연희동 등에서 일어나는 인천마을만들기 운동이 인천시 조례를 근거로 세워진 인천마을넷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는 사실에 시민단체 활동에 희망을 느끼면서 동시에 인천지역 발전 가능성을 자신했다.

센터가 생기기 전에는 관공서와 단체가 일대일로 만났을 때 어설픈 점이 많았지만 이제는 운동단체들이 회의를 통해 네트워크 사례를 공유하고 지원금을 공평하게 배분할 수 있게 됐다는 것에 대한 반가움이다.

진 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부패나 기업과 관공서의 연결 관계 등 비리를 단순 구도 이상으로 볼 수 있도록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다”며 “인천을 배경으로 한 지역경제적인 문제 등에 의식을 가진 학자가 돼 지역과 사회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만 -중앙파출소 1년차 순경

   
 

“감사합니다. 중앙파출소 최승만 순경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인천삼산경찰서 중앙파출소 소속 최승만(25)순경은 인천의 1년차 안전지킴이다. 중학교 이후 줄곧 자라온 인천지역의 치안을 지키고 싶다는 그의 꿈이 실현된 것.

최 순경은 필기시험과 신체검사, 체력검사, 적성검사 그리고 면접 등 모두 5단계에 달하는 전형 과정을 통과해 지난해 7월부터 경찰로 근무를 시작했다.

중앙파출소는 인천에서도 치안수요가 높은 곳으로 꼽힌다. 유동인구가 많고 유흥가가 밀집한 부평역 앞 문화의거리와 테마의거리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다니는 낮에는 흡연 등 청소년 비행과 관련한 수요가 많고, 야간에는 술과 관련한 폭행 등이 자주 발생한다.

실제로 올해 초 최 순경은 한 여성이 성폭행당한 사건을 처리하기도 했다. 최 순경은 파출소장의 지시를 받아 동료 경찰과 함께 현장에서 범인의 도주로를 차단해 붙잡았고 피해자도 신속히 성폭력조사팀에 인계했다.

그는 최근 자신의 아들을 잃어버렸다고 파출소에 달려온 한 어머니를 잊지 못한다. 당시 실종아동이 정신지체 장애인으로 빨리 찾지 못하면 장기 실종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최 순경은 “신속하게 인상착의를 듣고 부평시장으로 가 시장의 작은 골목과 상점까지 샅샅이 뒤져 아이를 찾을 수 있었다”며 “경찰관으로서 당연한 일을 하면서 감사인사를 받는 것이 부끄러웠지만 한편으론 보람 있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앞으로 그는 강력과 지능, 경제 등 경찰서 모든 부서에서 근무하며 경찰 전반적인 시스템을 익힐 계획이다. 이러한 경험을 거쳐 최종적으로는 파출소장을 맡아 주민들과 함께 안전하고 살기 좋은 지역을 만드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국제화되고 있는 인천의 경찰관으로서 능력을 키워 외국인도 안전하게 생활할 환경을 만들겠다”며 “무엇보다 시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경찰관이 어떤 모습인지 고민하고 행동해 인천 발전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안정은 -특성화고 전형 삼성전자 입사

   
 

인천 내 특성화고등학교 출신인 안정은(25·여)씨는 일반적인 잣대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당당한 고졸 출신 취업자다. 그녀는 취업 불황 속에서도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에 취업해 뛰어난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2007년 인천여자상업고등학교를 졸업한 안 씨는 졸업하기 전인 2006년 말 전국에서 5명을 선발하는 전형에 채용돼 입사했다.

그가 삼성전자에 채용될 수 있었던 데는 자격증을 따기 위해 방과 후에도 공부를 하고 기업 분석을 하는 등 남다른 노력과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다.

안 씨는 학원을 다니면서 워드프로세스, 컴퓨터 활용 자격증 등을 취득했고 학교에서는 취업담당 교사의 지도로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될 수 있도록 주력 사업 전망을 분석하는 등 철저히 준비했다. 특히 글로벌 시대에 대응하고자 영어 등 어학 공부에도 집중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그는 서류전형 및 면접을 거쳐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사무직으로 일을 시작한 그는 현재 반도체칩 불량이 발생했을 때 왜 불량이 났는지를 분석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취업을 한 뒤에도 안 씨의 열정과 노력은 그치지 않았다. 기업에서 어학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퇴근 후 사내에서 영어 수업을 듣고 토익과 오픽 등 외국어 시험의 고득점을 위해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대학 졸업자가 대부분인 최근 구직 시장에서 ‘차별화된 강점으로 나만의 무대를 넓히자’라는 신조를 가진 그녀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노력해 나가면서 자신이 맡은 일의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녀는 자신과 같은 당당한 특성화고 출신 20대 청년이 인천에서도 꾸준히 배출되길 희망하고 있다.

안 씨는 “후배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학교에서 취업 관련 강의를 하고 싶다”며 “대학을 졸업하고 저보다 특출한 사람들이 많겠지만 그 사람들과 비교하기보다는 내 자신이 개인적인 능력을 키워 사회와 회사에 긍정적인 에너지와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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