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간 안에 스피치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방법을 지난 몇 주에 걸쳐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기억하시기 좋게 ‘표·시·제·목’ 이라고 제목을 붙였습니다.

표는 ‘표정’, 시는 ‘시선 처리’, 제는 ‘제스처’, 목은 ‘목소리’를 뜻합니다. 먼저 ‘표정’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웃는 낯이 청중 혹은 청자에게 주는 효과는 생각보다 큽니다. ‘인상’을 바꾸면 ‘인생’이 바뀐다는 말도 있는데 좋은 표정으로 말을 하면 전달력이 더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미소를 지으며 말하기’가 첫 번째 비결입니다. 다음으로는 ‘시선처리’입니다. 사람은 시각을 통해 필요한 정보의 대부분을 흡수합니다.

청중과 눈빛을 적절히 교환하게 되면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쉽고 전달력도 높일 수가 있습니다. 눈으로도 대화가 가능합니다. 눈을 마주치면 역사가 이루어집니다. 단, 눈빛은 부드러울수록 좋겠지요.

세 번째 요소는 ‘제스처’입니다. 제스처는 ‘몸짓’이라는 말로 순화하는 것이 좋습니다만 여기서는 쉽게 기억할 수 있도록 ‘표·시·제·목’으로 이름했기에 ‘제스처’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메시지 자체를 뜻하는 언어적 요소보다 제스처·표정·눈빛·말투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메시지 전달에 끼치는 영향이 두 배 이상 크기 때문에 제스처를 잘 활용한다면 스피치의 목적을 달성하는 데 상당히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제스처는 스피치의 양념 같은 것입니다. 양념이 너무 많으면 음식 고유의 맛을 해칠 것이고 반대로 너무 적다면 싱겁겠지요?

네 가지 요소 중 끝으로 ‘목’은 목소리를 가리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 때 언어적 요소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미치는 영향이 70 : 30 정도로 더 큽니다.

그리고 그러한 비언어적 요소 중에서 70% 정도로 영향을 주는 것이 바로 목소리입니다.

목소리가 듣기에 좋으면 청중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고 호감을 주게 됩니다.

호감도가 높아지면 당연히 그만큼 메시지에 대한 신뢰도도 덩달아 배가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목소리가 좋은 목소리일까요? ‘은쟁반에 옥구슬 굴러가는 소리’가 좋은 목소리일까요? 좋고 나쁨에는 주관적인 면이 많겠습니다만 예전(1970년대 이전)에는 방송 아나운서들의 목소리가 ‘미성(美聲)’이 많았습니다.

 곱고 부드러운 소리를 시청취자들이 더 선호했다는 말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억지로 꾸며낸 듯한 소리보다는 자연스러운 목소리를 선호합니다.

방송사에서 아나운서를 뽑을 때 신뢰감을 주는 목소리인지, 너무 날카롭거나 탁한 소리여서 전달에 방해가 되지는 않는지, 꾸밈없이 자연스러운 목소리인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목소리가 아나운서 시험에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지만 광의로 보아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나운서의 가장 주된 임무이기 때문에 목소리를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듣는 사람에게 호감을 주는 목소리로 바꿀 수 있을까요? 목소리는 선천적인 것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목소리 자체를 완전히 바꾸는 것은 쉽지 않을지 모르지만 호감을 주는 목소리로 훈련을 할 수는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여러분도 상황에 따라 목소리를 조금씩 바꾸어 내고 있습니다.

 친한 친구와의 스스럼없는 대화, 그리고 웃어른과의 대화를 비교해 생각해 보십시오. 두 대화에서의 목소리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목소리에도 온도가 있습니다.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기본으로 해 목소리의 온도를 1도만 올려서 말한다면 호감을 주면서 전달력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소위 제일 잘 나가는 특급 성우 중에 홍승옥 씨가 있습니다. 1972년 MBC 전속 성우로 시작해 지금까지 40년 넘게 왕성하게 활동하며 수많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습니다.

저는 홍승옥 씨와 몇 년 동안 방송을 함께하며 느낀 것이 있습니다. 프로 중에 프로인 그녀도 지금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좋은 목소리를 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을 보고 감탄했습니다.

호감을 주는 목소리, 여러분도 가질 수 있습니다. 단시간에 스피치의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법 네 가지를 살펴보았습니다.

크고 작은 스피치의 현장에서 잊지 말고 꼭 실천해 보십시오. 표! 시! 제! 목!

오늘의 과제입니다. 목소리의 온도를 1도만 높여 가족들과 대화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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