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영조 인천전자마이스터 교장

춘추좌씨전(春秋左氏傳)에 나오는 이야기다. 정나라 자산(子産)이 병이 나자 자대숙(子大叔)에게 말하기를, “내가 죽으면 당신은 꼭 집정관이 될 것이오.

덕이 있는 사람이라야 관대한 정치로 국민을 굴복시킬 수 있고, 그 다음가는 사람으로는 엄하게 다스리는 길보다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이오.

 불[火]은 격렬한 것이어서 백성들은 그것을 무서워하오. 그래서 불을 범(犯)해 죽는 일이 적은 것이오. 물[水]은 연약한 것이어서 사람들이 친근히 여겨 가지고놀아 물 때문에 죽는 일이 많소.

그러기에 관대한 정치로 백성들을 굴복시키기는 어려운 것이오.”라고 했다. 몇 달간 앓다가 자산은 세상을 떠났다. 대숙이 집정관이 되어 엄격한 정치를 하지 못하고 관대한 정치를 했다.

그러자 정나라 환부지방에 도둑이 많아졌고 사람 목숨을 빼앗는 일까지 있었다.

그러자 대숙은 “내 일찍이 자산의 말씀대로 했었더라면 이런 경우를 만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후회했다. 군대를 출동시켜 도독을 토벌하니 도둑이 조금 뜸해졌다. 관대와 엄격을 잘 조화시킴으로써 세상을 평화롭게 했다. 그는 진실한 사랑을 안 사람이었다.

글로벌 시대로 접어든 청소년의 의식구조가 점차 근대적·서구적·개방적으로 변화되고 있다.

이러한 시대의 변화 속에서 청소년들은 전통적 가치와 현대적 가치 간의 갈등을 경험하고 있으며, 가치와 인식 간에 심한 갈등을 보이고 있다. 이에 학교의 학급담임 교사도 이러한 시대적 변환기에 처해 있는 청소년들을 어떻게 지도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불은 격렬한 것이어서 백성들이 그것을 무서움’을 통해 엄격하고 통제위주의 리더십을 떠올릴 수 있고, ‘물은 연약한 것이어서 사람들이 친근히 여겨 가지고논다’라는 대목에서 관대하고 지원 위주의 리더십을 연상할 수 있다.

그러나 불의 리더십은 엄격하고 지시와 통제 위주의 지도방법으로서 학생들의 인격 존중과 자율성을 저해한다는 측면에서는 단점이 되겠으나, ‘불을 범해 죽는 일이 적다’라는 부분으로 보아 전체적인 통솔 측면에서는 실패의 확률이 적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

 또한 물의 리더십도 관대하고 지원 위주의 지도방법으로서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노력과 창의적인 사고력을 길러 준다는 측면에서는 장점이 되겠으나, ‘사람들이 친근히 여겨 가지고놀아 물 때문에 죽는 일이 많소’라는 부분으로 보아 학급 규칙이 잘 안 지켜지고 전체적인 통제력이 미흡한 측면에서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불과 물의 리더십을 비교·분석한 결과, 생활지도에 불의 리더십이 비교적 쉽고, 물의 리더십이 더 어려울 수 있다고 판단된다.

불의 리더십은 지시와 통제, 상의하달식의 엄격한 지도 방법으로서 교육적 요소로는 ‘결정하기, 명령하기, 행동지시하기, 학생들에게 권위 발휘, 지시와 감독, 보상과 처벌하기, 평가하기’등이 있다.

물의 리더십은 영향과 지원, 학생들의 인격과 창의성을 존중하는 관대한 지도방법으로서 교육적 요소로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일을 하도록 자유 부여, 비전제시, 권한 위임, 자발적인 구성원들의 노력, 신뢰와 자긍심 유발, 격려와 지원하기, 자기검토와 자기평가 격려하기’등이 있다.

교사의 리더십과 교육적 요소를 추출해 본 결과 집단지향적이고, 자기절제력이 강한 문자세대의 청소년에게는 불의 리더십이 적절하겠으나, 개성 지향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한 오늘날 영상세대에게는 물의 리더십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

생활지도에 물과 불의 리더십 중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물론 청소년들의 의식구조가 개방화하고, 문자세대가 아닌 영상세대에게는 대체로 물의 리더십이 더 적절할 수도 있다.

 그러나 물과 불의 조화로운 리더십이 한층 더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는 생활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 방향을 두 가지로 요약해 보겠다. 첫째, 비전제시, 합리적인 의사결정, 개별학생에 대한 인권존중, 동기부여, 문제해결력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물의 리더십이 효과적이다.

즉, 월별 학급회의, 분기별 단합대회, 학생 및 학부모의 상담강화, 진로탐색 포트폴리오 등의 구체적 활동을 강화한다, 둘째, 공사(公私)를 분명히 하고, 원칙을 강조하며, 약속과 규칙이 살아 움직이게 하려면 불의 리더십도 때로는 발휘해야 한다. 즉, 그린마일리지제도(상벌제), 단계형 생활지도의 일환으로 학부모 면담, 반성문 쓰기 등을 시행한다.

오늘날의 교육은 창의성과 융통성, 다채널적인 인간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생활지도에 지시와 통제 위주의 불의 리더십이 더 쉬울 수 있으나 학생들의 인격존중과 창의성 신장을 위해서는 어렵더라도 영향과 지원 위주의 물의 리더십을 더욱 강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그러나 집단의 성숙 수준에 따라 중학교 저학년은 ‘지시’로, 중학교 고학년은 ‘설득과 참가’로, 고등학교는 ‘참가와 위임’으로 적절한 리더십을 극대화해야 하며, 학급 상황에 따라 물과 불의 조화로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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