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은성 안성시장

  역사는 인생과 닮은 부분이 있다. 아픔 없는 인생이 없듯 고통과 시련 없는 역사는 없었으며, 그래서 역사관은 단순히 과거에 대한 평가기준이나 시각일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현재형 의지’를 포함한다. 아픈 과거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또 다른 아픔이 될 수 있지만, 역사의 아픔이 주는 교훈을 무시하면 역사의 경고는 또다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대한민국이 지닌 ‘반도’라는 지정학적인 특징은 대륙과 해양의 교량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끊임없는 외세의 침략에 노출되도록 한 배경이 되었다. 그리고 100여 년 전 경술국치에 이르러 치욕의 역사는 정점에 섰다.

그 이후 10년, 처음 지식인에서 시작된 3·1운동은 점차 학생들로 불붙었으며 끝까지 항쟁을 멈추지 않는 계층은 농민이었다. 특히 그중에서도 농민들의 참여가 가장 두드러졌던 지역이 안성이다.

일제에 의한 직접적인 수탈을 입은 농민들이 자신들의 삶과 직결된 모순된 현실을 더 이상 버티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안성은 3·1운동의 3대 실력항쟁지 

94년 전 이 땅에 3ㆍ1운동이 전국적으로 일어났을 당시, 전국 3대 실력항쟁지 중 가장 극렬하게 만세 항쟁을 펼쳤던 곳이 지금의 안성시 원곡면·양성면이다. 이곳에서는 2천여 명의 안성 주민들이 ‘대한독립만세’를 부르짖으며 천하를 흔들었다. 지금도 이 길, 원곡면 칠곡리 언덕길은 ‘만세고개’라 불린다.

 안성시는 12년 전 이곳에 ‘안성3·1운동기념관’을 건립했다. 그리고 안성3.1운동기념관은 2013년 6월 12일 제2종 박물관(경기도 등록 제13박-04호)으로 정식 등록되었다.

안성시는 그동안 3·1운동기념관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2008년 실력항쟁 체험관을 추가 개관했고 2012년에는 기념관 운영을 위탁에서 시 직영으로 전환하며 올해 전문 인력을 확충해 시설 개선과 소장유물에 대한 일제 정비를 단행했다.

이러한 노력이 빛을 발하며 박물관 등록이 승인되면서 안성3·1운동기념관은 명실상부한 안성의 중요한 문화시설로 자리매김했을 뿐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의 한 페이지를 고스란히 기록하는 소중한 자원으로 기능할 수 있게 되었다.

기념관 운용에 있어서도 세제 혜택은 물론 크고 작은 행사에도 정부와 경기도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이 나라는 이름 없이 사라져간 수많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희생을 기반으로 세워졌다. 지금 우리가 주권이 있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선조들에게 빚이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갈수록 사라지고 있는 듯하다.

역사적 명분과 관계된 대의적인 명제나 논의 자체는 먹고사는 문제가 훨씬 소중한 대다수 국민들에게 외면받기 십상이고, 아이들의 평생 지적 자산이 될 수능에서조차 ‘한국사’의 응시율은 해가 갈수록 낮아져 2013년에는 12.8%에 그치고 있다.

               후손에게 길이 남겨야 할 항거정신

역사는 교과서 속 낡은 이야기가 아니다. 역사는 진행행이며, 과거 역사에 대한 우리의 성찰 속에는 미래가 담겨 있다.

 더구나 멀고도 가까운 이웃, 일본의 행태는 같은 전범국인 독일과 비교해도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그러기에 우리에게는 역사적 현장을 잘 보존해 후손들에게 보여줄 무거운 책임이 있는 것이다.

안성시는 이번 박물관 등록을 계기로 전시와 유물 수집, 교육과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기념관에 유품, 유물 및 자료 수집을 위한 시민들의 자발적인 기증운동을 펼치고 박물관의 교육적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안성 역사 문화의 소중한 자원으로 일제강점기의 뜨거웠던 항거 정신을 후대에 길이 남겨 우리의 의무를 성실히 수행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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