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부터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고 있는유럽 최대의 가전.멀티미디어부문 전시회인 IFA 참가 업체들의 관심은 이른바 `디지털 융합'으로 새로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에 쏠려 있다.

또 강력한 반도체 및 디지털 기술을 바탕으로 세계 소비재 전자제품 시장에서도확실한 선두권에 나서려는 한국과 대규모 물량공세를 펴는 중국의 존재가 부각되고있다.

2년 마다 열리는 베를린 IFA는 연간 19억달러 규모의 독일 소비재 가전제품 시장은 물론, 연 3천억달러 규모의 세계 소비재 가전제품 시장 가운데 28%를 차지하는유럽 시장을 겨냥한 각국 업체들의 중요한 마케팅 자리다.

일반 소비자와 업계 관계자들은 IFA에서 세계 가전.멀티미디어 업계의 수많은신제품을 접하고 최신 기술개발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향후 세계 시장 변화를 전망한
다.

▲ 한국.중국 참여 업체 폭증
올해로 44회 째인 이번 전시회에는 37개국 1천7개업체가 참여했다. 2년 전 498개였던 독일 업체 수는 349개로 줄어드는 등 유럽 업체 참여율이 낮아져 오랜 경기침체를 반영했다. 반면 외국 업체는 450개에서 658개로 늘었다. 무엇보다 아시아권업체 수가 464개로 폭발적으로 늘어 전체의 45%, 외국업체의 70%를 차지한다.

이미 소니 등이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일본의 경우 58개로 지난 번 보다 7개 늘었다. 중국(홍콩 포함)의 경우 2배 이상 늘어난 243개가 참여, 주최국인 독일을 제외하고 가장 많다. 중화권인 대만의 참여도 121개로 대폭 늘었다. 한국도 18개에서37개로 배증했다.

현지 언론에서는 이같은 한국과 중국의 참여 업체 대폭 증가에 높은 관심을 표명하면서 중저가 제품과 향상된 기술력을 각각 바탕으로 한 양국의 유럽시장 공략이본격화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동아시아 대폭 설비 투자에 긴장
독일 언론은 세계적 수요 폭증이 예상되는 평면화면 생산공장에 한.중.일 3국이수십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독일 등 유럽 업체의 투자는 미약했음을 지적하 있다.

특히 삼성과 LG가 대규모의 차세대 첨단 생산 공장을 가동할 경우 생산원가가 20-3% 낮아져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지 한델스 블라트는 `베를린에서 서울로?' 제하의 기사에서 "독일은 오랫전 부터 평면화면과 고화질(HD) TV 등의 기술개발과 투자에 소홀해 아시아와 미국에뒤져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또 "현재 거대한 하이테크 공장들은 거의 아시아 지역에 있다면서 "독일이 국가적으로 관련 기술 도입을 장려하지 않으면 몇 년 후 서울이나 상하이에서 열리는 IFA에 대해 보도하는 신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디지털 융합과 한국 업체의 강점
특히 한국은 소니와 필립스로 각각 대변되는 일본과 유럽의 세계 선두주자 자리를 위협하는 것으로 참가 업체들과 독일 언론은 평가하고 있다. 국제 소비재 전자제품 시장에서 삼성과 LG, 대우 등 한국 업체들이 중가 제품 판매업체라는 이미지를 지니고 있었으나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미 LCD와 플라스마 등 디스플레이 제품과 DVD 복합제품에선 한국 업체들의 품질이 호평을 받고 있으며, 삼성의 휴대전화 제품은 품질과 디자인 면에서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제품군별로 다르지만 상당수 소비재 전자제품의 유럽 각국 내시장 점유율도 중상위권에 진입해 있다. 물론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아직 소니와필립스, 톰슨, 파나소닉, 샤프 등에 제품 인지도나 점유율에서 밀리고 있다.

그러나 향후 통신과 반도체. 디지털 가전이 복합된 이른바 `디지털 융합'이 급격히 가속화되면서 세계 소비재 전자제품 시장에서 삼성과 LG 등 한국 업체들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있다는 평가다.

이미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 있으며, PDP 및 LCD TV,DVD 플레이어 등 첨단 디지털 가전 기술에서도 LG 등 한국 업체는 기술력을 축적해놓고 대규모 투자를 해왔다.

무엇 보다 초고속 광역 통신망과 휴대전화 등 이동통신기기의 보급과 이용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등 다양한 콘텐츠가 실린 디지털 융합 제품을 내놓고 소비자반응을 점검,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여건이 강점으로 꼽힌다.

유럽과 세계 경제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부터 성장을 회복할 때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디지털 융합 소비 전자제품에서 한국 업체의 잠재력이발휘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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