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대호 안양시장

최근 1천만 관객 돌파를 앞둔 화제영화 ‘설국열차’(Snowpierce)에 올랐다. 프랑스 원작 만화에서 모티브를 따와 만든 SF판타지라 하는데, 흥행 결과나 평가에 상관없이 모처럼 여운을 많이 남겨준 작품이었다.

 우리 인간세상을 열차라는 소재로 새롭게 담아냈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추악한 욕망은 결국 인류 파멸을 초래하며 그리고 우리 사회의 윤리와 정의를 다시금 돌아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영화 ‘설국열차’가 주는 단상

대략의 줄거리는 이렇다. 사실상 기후무기 개발로 인해 기상이변이 발생하고 지구는 영하 90도, 빙하기에 빠진다. 영원한 겨울, 온 천지가 얼어붙은 백색세상을 질주하는 설국열차에는 지구 최후 생존자들이 타고 있다.

열차를 이끄는 엔진룸이 있는 맨 앞칸을 차지한 절대 권력자와 그를 추종하며 안락하고 호사스런 생활을 영위하는 앞쪽 황금칸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 핍박받는 힘없는 맨 마지막 꼬리 칸 사람들이 핵심 인물이다.

영화 속 주인공은 꼬리 칸을 벗어나 앞 칸으로 가기 위해 사람들을 규합하고 온갖 난관과 역경을 겪으며 맨 앞칸에 도달하지만 결국은 파국을 맞게 된다.

     변화와 혁신이 요구되는 세상

열차는 또 하나의 지구이자 세상이다. 그저 살기 위해 내달리는 열차에 타고, 마음대로 오가거나 또 내릴 수도 없는 그들이 우리들이다. 처절한 생존 공간인 열차 안에서 기득권층과 무득권층으로 대별되는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진다.

여기서 지난 2011년 미국 뉴욕으로부터 시발되어 전 세계 80여 개국 1천500여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이 겹쳐지는 건 나만의 비약인가. 1%의 탐욕을 일깨우기 위한 99%의 월가(街) 시위가 그것이다.

 소수 최상위 계층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움직이고, 굶지 않고 먹고는 살지만 그 이상 희망이 없는 하위계층이 이 세상을 향한 변화의 외침이었다. 변화 없이는 더 큰 비극을 초래할 것이라는 세계적인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Slavoj Zizek)의 경고가 이어졌다.

오바마 대통령도 월가의 무절제를 지적하며 시위의 긍정적인 면을 보기도 했다. 국내에도 희망버스·비정규직·반값등록금 시위 등을 통해 절대 다수인 그들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다. 그런데 이 모두가 인간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는 점이 아이러니다. 

절대 멈추지 않는 설국열차. 끝내는 전복되고 살아남은 트레인 베이비(Train Baby), 그리고 저 멀리 백곰 한 마리…. 영화는 보는 이의 더 많은 생각을 요구하고 있다. 단순히 가진 자와 못 가진자 그들 간의 대결구도가 아닌, 이 구도 저편의 또 다른 세상, 이제 열차를 멈추고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일깨워준다.

각각의 열차 칸을 이루는 구성원, 내왕(來往)을 허락하지 않는 철갑문, 이 모두를 일거에 관통하는 힘은 무엇인가. 사회 정의는 누구의 몫인가. 인간성을 회복하고 서로 이해하고 감싸는 사회 통합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여기서 나는 소통(疏通)이란 단어를 떠올렸다.

       ‘시민만사(市民萬事)’ ‘소통만사(疏通萬事)’

시장으로서 감회가 남다르다. 시정(市政)의 최우선 가치를 62만 시민과의 소통으로 삼았다. 지난 3년여간 시 구석구석을 누비며 시민 한 분 한 분의 목소리에 귀 귀울이고 진심을 나눠왔다.

 다시금 숲과 나무를 살펴봐야겠다. 각종 시책이나 사업 등 모든 시정을 꼼꼼히 챙겨봐야겠다. 건강한 시민, 따뜻한 안양으로 가는 가을 문턱. 우리 안양시에서 만큼은 설국열차가 아닌 소통열차가 시민철로를 힘차게 달릴 수 있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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