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당시 국군이 서울을 탈환한 뒤 수많은 민간인들이 이곳저곳에서 부역 혐의자 또는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처참히 죽었다. 우리 현대사의 참담한 비극이 아닐 수 없다.

고양지역에서는 탄현동 주민 153명이 한꺼번에 총살됐고 역사는 이를 가르켜 ‘금정굴 학살사건’ 이라 부른다. 통한의 세월도 살같이 흘러 어느덧 60여 년을 뒤로했지만 우리는 아직도 그 희생자들의 넋을 제대로 위로하지 못하고 있다.

16년 전 희생자 유해가 첫 발굴된 이후 정부는 비로소 2007년 들어서야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를 통해 이 사건의 진상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정굴 사건은 국가권력에 의해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규정됐고 이듬해 정부를 대표해 경찰청장이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다.

아울러 유족들에 대한 국가의 공식 사과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위령시설 설치 등이 권고된 가운데 법원은 지난해 8월 금정굴 학살사건에 대한 국가의 책임성을 물어 유족들에게 모두 124억 원의 손해배상 판결을 선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양시도 희생자들의 명예회복과 넋을 달래기 위한 노력에 나서 지난해 10월 금정굴 역사평화공원 조례(안) 제정을 공식 선언하며 유가족들에게 큰 위로를 보냈다.

하지만 이를 놓고 지역 내 보수단체회원 대부분이 금정굴 사건은 희생자들의 개별적 용공성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사건인 만큼 희생자 전부를 무조건 역사의 희생양으로 치부할 수 없다며 여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뜻있는 고양시민들은 금정굴 사건 피해자들의 인권이 존중되는 위령사업을 위한 범시민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고양 역사평화공원 조성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유가족들이 아직도 제대로 밝히지 못한 이 사건의 진실규명과 명예회복 및 유골안치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00% 자신들이 출자한 기금을 모아 ‘금정굴 인권평화재단’을 출범시켰다.

앞으로 이 재단의 활동이 부디 희생자들의 넋에게 망매해갈(望梅解渴)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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