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국성 변호사

국가 명승지 제50호.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청령포, 단종의 어가 일대를 말한다. 조선왕조 제6대 왕이었던 단종은 계유년(1453년) 10월에 숙부 수양대군이 김종서·황보인·남지 등을 제거하는 정변을 일으킨 후 2년 만에 왕위에서 강제로 쫓겨나 삼면이 강물로 둘러싸인 영월의 깊은 산골로 유배를 당했고, 그 유배생활을 하던 역사적인 장소가 영월의 청령포 일대이다.

영월로 추방당한 단종은 겨우 10대 중반의 어린 나이였고 한양에 남겨 두고 온 아내 정순왕후를 늘 그리워하면서 망향의 돌 탑을 쌓았고, 단종과 정순왕후의 한 어린 눈물을 지켜본 소나무들은 지금은 거대한 관음송이 되어 역사의 현장에 그대로 남아 이를 말해 주고 있다.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관상」이 소위 대박이 되어 관람객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고 한다. 어느 시골에 보잘 것 없던 관상쟁이가 있었는데 그는 사람의 얼굴을 보기만 하면 과거의 행적은 물론이고 장래의 운명까지 알고 있으니 그 명성이 드디어 한양에까지 나고 말았다.

그의 신통한 관상 보기 능력이 한양에 널리 퍼지니 결국에는 세종대왕의 뒤를 이어 왕이 된 문종까지 관상쟁이를 찾아 왕이 지명하는 신하들의 관상을 몰래 보고 과연 어느 신하가 반역을 한 것인지를 알아봐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기에 이른다.

 왕의 명을 받은 관상쟁이가 김종서를 만나 본 결과는 호랑이 상에 충신의 관상인데, 수양대군은 역모를 해서라도 왕이 될 관상이었다.

과연 관상쟁이의 예언처럼 수양대군은 역모를 해 겨우 12살에 불과한 조카 단종을 왕위에서 끌어내려 영월로 유배를 보내고 자신의 정치적 권력에 반대하거나 저항하던 대신들은 모두 처형해 버리고 1455년 6월 조선왕조 제7대의 왕에 즉위했다.

왕이 된 수양대군은 검소한 생활을 백성에게 보여주고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하면서 법을 위반하고 뇌물을 받아 부정한 처신을 한 공무원들에게 매우 엄하게 처벌을 한 것은 후대 역사가들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반면에, 계유정란을 일으키고 왕이 되는 과정에서 자신에게 목숨을 걸고 충성을 한 신하 43명을 정란 공신으로 추대한 후 공신들에게 엄청난 권력을 나누어주고 공신들의 부정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감싸주는 소위 측근정치를 한 것에 대해서는 후대 역사가들이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정치권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세력이 모여 측근정치를 하는 경우를 우리는 역대 정권에서 여러 번 보았다. 최근 천문학적인 추징금을 자진 납부하겠다고 아들을 시켜 국민에게 선언한 전직 대통령도 측근정치의 한 예라고 할 것이다. 측근정치의 폐단은 아주 간단하다.

자신들에게는 관대하고 반대 측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는 것이다. 자신들의 이익이 일반 국민보다 더 우선이라는 점도 부작용의 하나이다. 최근 전개되는 정치상황을 보면서 혹여 영화 관상에 나타난 수양대군의 측근정치가 연상되는 것은 자라보고 놀란 가슴이라서 일까?

국가에는 세 종류의 권력이 있다. 입법권, 만민법에 속하는 사물의 집행권, 시민법에 속하는 집행권이 그것이다. 국민의 정치적 자유는 권력이 남용되지 않을 때만 존재한다. 그러나 경험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자는 모두 그것을 남용한다. 그것은 한계점을 발견할 때까지 전진한다.

그러나 그 누가 알겠는가, 덕성조차도 한계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정치적 세력들이 끼리끼리 모여 권력을 행사하려고 한다면 그 통합된 권력은 남용된다는 것은 1748년 몽테스퀴외가 「법의 정신」 제11편에서 인류에게 강조한 격언이다.

영화 관상에서 수양대군과 김종서가 보여주고 있고. 18세기 프랑스 지성인 몽테스퀴외가 영국과 프랑스·독일·로마 등 유럽 제국의 권력을 분석해 내놓은 격언에서 알 수 있듯이 측근끼리의 정치는 우리나라 민주정치의 후퇴를 가져올 것이다.

경제적 번영을 이룬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기관인 국정원, 검찰의 장을 두고 벌어지고 있는 현재의 정치사태가 결국 마음이 통하는 측근들끼리 헤쳐모이기 위함이라면 권력분립의 원칙에 입각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정치에 커다란 위기가 몰려올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나만의 기우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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