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정모씨 영장 발부… 아내도 가담여부 조사

40여 일간 미궁에 빠졌던 ‘인천 모자실종사건’이 돈을 노리고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둘째 아들의 패륜범죄로 드러나며 사실상 마무리됐다. <관련 기사 19면>

▲ 인천 모자살인사건의 피의자 정모(29)씨가 24일 인천지방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인천남부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최민규 기자

인천지법 임태혁 영장전담 판사는 24일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차남 정모(29)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이날 오후 4시 25분께 도주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정 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정 씨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에서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며 혐의 일체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인천남부경찰서는 이날 오전 7시 50분께 경북 울진군 서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 일대에서 실종자 정화석(32)씨로 추정되는 시신을 발견했다.

발견된 시신은 비닐에 싸여 3등분으로 토막난 처참한 상태여서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시신 수습 중 시신이 3등분으로 절단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잔혹한 수법으로 살해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 23일 오전에는 강원도 정선군에서 어머니 김애숙(58)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시신은 손과 발이 청테이프로 묶인 채 이불에 싸여 있었으며 뼈만 남아 있을 정도로 심하게 부패된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은 어머니와 형을 살해한 정 씨에 대해 23일 오후 늦게 구속영장을 신청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은 초기부터 자신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하던 정 씨 때문에 자칫 미궁에 빠질 뻔했으나 정 씨의 아내 김모(29)씨의 심경 변화로 매듭이 풀리기 시작했다.

김 씨는 경찰 조사에서 “남편이 시신을 유기했을 당시 동행했지만 이혼 얘기가 오가던 차에 화해여행인 줄 알고 동행했을 뿐 아니라 정 씨가 차에서 갖고 내린 가방에 시신이 담겨 있는 줄은 몰랐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씨의 범행 가담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 필요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찰청 한 관계자는 “정 씨의 범행 동기, 수법에 관해서도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A씨에 대한 조사도 병행,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인엽 기자 ditto@kihoilbo.co.kr

양광범 기자 ykb@kihoilbo.co.kr

 


 

용의자 주변 파고든 프로파일러의 집요함 ‘증거없는 살인’ 실마리 찾다

실종 40여 일이 지나도록 직접증거를 찾지 못해 미궁에 빠질 뻔한 ‘인천 모자실종사건’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던 데는 범죄심리분석가인 ‘프로파일러’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다.

경찰은 사건이 접수된 지난달 16일 이후 신고자인 둘째 아들 정모(29)씨의 수상한 행적에 의문을 갖고 사실상 범인으로 지목했다.

주거지 압수수색과 금융거래, 범행도구 구입처, 국과수 영상분석 등 강제수사와 임의수사 등을 진행하면서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했으나 정 씨가 살해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며 묵비권을 행사해 자칫 미궁으로 향하는 듯했다.

하지만 프로파일러의 역할이 빛났다. 그 주인공은 인천경찰청 과학수사대 소속 이모(41·여)경사.
이 경사는 심리학 박사 출신으로 범죄자들의 심리를 날카롭게 분석하고 적절한 타이밍에 최면 등 다양한 수사 기법을 적용해 스스로 범행을 시인하고 자백하게 만들었다.

특히 그녀는 정 씨의 부인 김모(29)씨가 경북 울진에 남편과 동행했을 것으로 보고 김 씨의 행적에 집중했다.

남편이 체포된 빈집에 있는 김 씨의 심리를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는 그녀는 두려움도 없이 김 씨와 함께 잠을 자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움직이는 곳마다 동행하면서 두터운 신뢰관계를 쌓았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그녀에게서 “남편이 화해여행을 가자고 해 따라나섰는데 나중에 생각해 보니 시신을 넣은 것으로 보이는 가방을 유기한 것 같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 진술을 토대로 지난 23일 강원도 정선군 신동읍 가사리의 한 야산에서 정 씨의 모친 김애숙(58)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모친의 시신이 발견되자 완벽하게 범죄를 꾸몄던 정 씨마저도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다음 날인 24일 새벽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경찰에 밝힌 뒤 형의 시신이 유기된 장소를 자백했고, 그가 지목한 곳에서 장남 정화석(32)씨의 시신을 찾았다.

시신을 발견하지 못할 경우 5천여 명의 경찰이 투입돼 다양한 증거와 정황을 확보해 놓고도 범인을 눈앞에서 놔줄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프로파일러의 심리수사가 이번 사건을 해결한 열쇠가 된 셈이다.

정회진 기자 jhj@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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