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를 쓰는 이유는 자명합니다. 육성만으로는 소리가 너무 작아 말하는 내용이 제대로 전달될 수 없는 경우에 소리를 크게 증폭시키기 위한 장치입니다.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고성능 마이크도 시중에 많이 나와 있습니다. 음악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이나 강연을 직업적으로 하시는 분들 중에는 본인에게 딱 맞는 마이크를 별도로 구비해 직접 가지고 다니는 경우도 많습니다. 얼마 전 아카펠라 콘서트가 연세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렸습니다.

아카펠라란 잘 아시는 것처럼 무반주 합창을 뜻합니다. 악기 연주 없이 사람의 소리만으로 화음을 만드는 것이지요. 이날 콘서트에는 7명의 여성으로 구성된 라트비안 보이스(Latvian Voices), 네덜란드에서 온 더 정션(The Junction), 그리고 우리나라의 메이트리(Maytree)가 선 보였는데 팀당 10곡 가까이 환상적인 화음을 보여주었습니다.

라트비아라는,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나라에서 온 라트비안 보이스는 최근의 국제대회를 휩쓸고 있는 떠오르는 아카펠라 팀입니다.

멤버가 여성만으로 이루어져 여성적인 섬세한 면만 강조될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기우였습니다. 라트비아의 민속 음악 등을 말 그대로 다채롭게 표현해내더군요.

더 정션은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팀인데 남성 위주의 구성에서 이번에 남녀 각 2명으로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내한공연을 왔습니다.

노래를 청중에게 들려준다는 본래의 목적에 덧붙여 멤버들 스스로가 무대를 참 많이 즐기고 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해 준 팀이었습니다. 자신들이 즐겁지 않으면 절대로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할 수 없으니까요.

그리고 우리나라의 메이트리는 고정 팬도 무척 많고 다양한 장르의 곡들을 독특하게 편곡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습니다.

 특히 다른 팀에서는 볼 수 없었던 보이스 퍼커션(Voice Percussion)을 멋지게 소화해내더군요. 퍼커션은 심벌즈·드럼 등 타악기를 통틀어 일컫는 말인데 사람이 아무런 악기의 도움도 없이 그러한 소리를 낸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습니다. 음악이 끼치는 영향은 참으로 크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 멋진 공연이었습니다.

지금 언급한 아카펠라 팀들은 마이크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잘 쓴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람의 목소리로만 해도 충분히 잘 들리게 할 수 있다면 마이크를 쓰지 않는 것이 최상의 방법입니다만 장소에 따라 그리고 청중 규모에 따라 마이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전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지요.

부산의 대학생들이 실제 법정의 모습을 300회 이상 참관하고 모니터한 보고서를 보니 목소리 크기와 마이크 사용에 대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마이크가 고정돼 있어 증인 등이 자리에서 일어서서 말할 경우 제대로 알아들을 수 없었다.”, “공소 내용을 말하는 검사의 목소리가 작아 알아듣기 어려웠다.” 등입니다. 이해가 되는 대목입니다.

제가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 ‘상쾌한 아침 원기범입니다(월~금 07:00~09:00/FM 90.7MHz)은 시사 정보 프로그램으로 게스트와의 대담이 주된 형식입니다. 요즘은 전화 연결도 많이 합니다만 내용의 중요도나 방송 분량에 따라 직접 스튜디오에 나와 방송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게스트가 스튜디오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마이크 이용법부터 알려줍니다. 어느 마이크를 써야 하는지, 마이크와의 거리는 어떻게 유지해야 하는지, 고개를 돌리며 말할 때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등입니다.

왜냐하면 방송하려는 내용이 아무리 유용한 것이라고 해도 마이크를 제대로 쓰지 못 해 전달되는 데 문제가 생긴다면 낭패가 되기 때문입니다.

말 나온 김에 잠깐 짚어보면 라디오 방송에서는 마이크와 입 사이는 10cm 정도로 유지를 하는 것이 제일 좋습니다. 목소리를 가장 자연스럽게 잡을 수 있는 거리라는 것이 음향전문가들의 설명입니다. 물론 마이크 사용자의 성량에 따라 편차는 있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대담을 위해 고개를 돌릴 경우에는 가능한 입은 마이크에서 입을 떼지 않은 채 적절한 거리를 유지한 상황에서 움직여야 합니다. 가끔 방송을 들으시다보면 목소리가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경우를 느끼셨을 것입니다. 십중팔구는 마이크 사용법을 제대로 익히지 못해 발생한 일입니다.

스피치의 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사 사회를 보러 가면 고정된 마이크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거기다가 준비해 온 원고를 읽느라고 고개까지 숙이면 설상가상 격으로 제대로 이야기가 들릴 턱이 없습니다. 소리가 너무 작으면 이야기에 집중하기가 힘들어집니다.

소통에 문제가 생깁니다. 그래서 경험이 많은 사람들은 마이크를 고정대에서 빼내 손에 들고 사용을 하는 것입니다. 너무 작지도 너무 크지도 않은 목소리의 음량이 스피치의 효과를 배가시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여러분이 평소에 말할 때 성량(聲量)은 어떠한지 살펴봅시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