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론(Theory of Mind)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의식적으로 판단하기 전에 느낌으로 다른 사람의 감정과 의도를 알아내는 능력을 일컫습니다.

사전상의 뜻은 ‘신념·의도·바람·이해 등과 같은 정신적 상태가 자신 또는 상대방의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이것은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교수이자 심리학자인 울프 딤버그(Ulf Dimberg) 박사가 주창(主唱)한 것입니다.

그는 1980년대 초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이 이론을 입증했습니다. 다양한 얼굴이 나타나는 화면을 실험 참가자들에게 보여 주면서 화면이 바뀔 때마다, 다시 말해 화면 속 사람들의 표정이 바뀔 때마다 참가자들의 얼굴 표정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한 것입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실험 중에는 무표정 상태를 유지하게끔 했습니다. 드디어 실험이 시작되었습니다. 화면에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 한가지 표정이 나타났고, 다른 표정으로 넘어갈 때마다 적절한 시간 간격을 두었습니다. 무표정한 얼굴에는 당연히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음에는 웃는 얼굴을 잠깐(약 0.03초간) 보여주고 무표정한 사진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이때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실험 참가자들의 얼굴에서는 웃음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이번에는 화가 난 찡그린 얼굴을 역시 0.03초 동안 비추고는 다시 표정 없는 사진을 보여주었습니다. 웃는 얼굴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면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무표정을 유지하지 못하고 화난 표정의 근육이 움직이는 것이 관찰되었습니다.

0.03초라면 눈 깜짝할 사이도 되지 않는 찰나의 시간이기 때문에 실제로 참가자들은 자신들이 어떤 표정의 사진을 보았는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자신들이 본 화면 속 표정과 같은 표정의 얼굴 근육이 움직였다는 것입니다.

딤버그 박사는 이 실험에 대한 결과를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얼굴 표정에 즉각 반응한다. 심지어 무엇에 대한 반응인지도 알지 못한 채 무의식적으로 반응한다.”

상대방의 표정이나 행동에 반응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체험합니다. 일부러 의식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항상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주목하고 그에 따라 순간적으로 반응합니다.

타인의 표정·시선·몸짓·태도 등을 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순간적으로 예측한다는 것입니다. 하품을 한다든지 다리를 꼰다든지 머리를 만진다든지 다른 곳을 쳐다본다든지 하는 행동은 함께 있는 상대방에게도 영향을 미쳐 무의식적으로 그 행동을 따라하게 합니다.

상대방의 시선을 보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지 아는 능력은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표정이나 몸짓을 보고 앞으로 어떤 일이 진행될지 순간적으로 예측하지 못한다면 사회는 혼란에 빠지게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면 사람은 누구나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의 의도나 욕구 등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이론입니다.

마음이론이 잘 발달되어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마음 상태를 인지하고 이해하는 공감 능력이 우수하겠지요. 반면에 마음이론에 결함이 있는 사람은 타인의 입장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시각에서 상황을 이해하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는 데 어려움을 보이게 됩니다.

스피치의 관점에서 이것은 상당히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메시지 자체인 언어적 요소보다 비언어적 요소가 소통에 훨씬 더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은 여러 차례 말씀드렸습니다.

말하는 사람의 표정이나 몸짓·태도·시선 등이 더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마음이론에 따르면 나의 표정이 무의식적으로 상대방에게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피치의 현장에서 나의 표정과 몸짓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어떻게 설정되느냐가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분은 말할 때의 태도가 어떻습니까? 여러분이 웃음을 지으면 상대방도 무의식중에 미소를 짓게 됩니다. 여러분이 적극적인 태도로 스피치에 임하면 상대방은 여러분의 열정을 인지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숨기려고 해도 다른 사람들은 비언어적 요소를 통해 여러분의 진짜 마음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오늘의 과제입니다. 스피치의 현장에서 어떤 표정과 몸짓으로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일지 생각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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