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일 년 전 이맘때.
세 후보는 서로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허황된 공약과 근거 없는 주장을 남발했다. 박근혜 후보는 대통령출마선언에서 ‘100% 대한민국’과 ‘국민 대통합’을 약속했다.

 나도 이 멋진 ‘100% 대한민국’이라는 구호를 처음 들었을 때 누가 이런 말을 만들었을까 탄복했다. 문재인 후보는 청와대에 2007년 정상회담 대화록이 없다는 말을 듣고 이것이 사실무근의 흑색선전이고 결코 대화록을 폐기한 적이 없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는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 줄이는 게 ‘새정치’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잔재주를 피울 것 같지 않은 인상을 가진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말은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

# 그 일 년 뒤 오늘.
박근혜 대통령의 100% 대한민국에는 야당이나 야당의 지지자들은 빠져있는 것 같다. 아니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대한민국은 100%가 아니라 솔직히 51.6%밖에 안 되는 것인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는 양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우리만 세일즈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해당국과 함께 이익을 보는 ‘윈윈’의 상생접근이 기본전략”이란다. 지난주 6박 8일 간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성과를 설명할 때 이야기다. 참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런데 이것은 먼 곳에 떨어진 외국에 대고 할 얘기보다는 가까운 야당과 함께 정치를 잘하라고 할 때 쓰일 말이다.

외국에서는 상대방의 이익도 봐주면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 상생전략을 쓰는데 왜 야당에게는 못 하는가? 100% 대한민국이 아니라면 그래도 국민대통합이라도 위해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겠다고 약속한 야당과 잘 지내야 하는 게 정치이고 대통령이 아닌가? 이러한 화합과 상생의 정치를 잘해야 야당이 국회에서 협조하고 그래야만 박근혜 대통령의 세일즈 외교 성과는 물론 세재 개편안, 기초연금, 외국인투자촉진법, 부동산거래활성화 등이 빛을 발하고 잘 통과될 텐데….

# 일 년을 넘게 끌어온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논쟁.
문재인 의원은 때때로 너무 성급했고 또 때때로 너무 무모했다. 문재인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너무 믿고 그에 기초해 추정을 한 뒤에 앞뒤 안 가리고 성급하게 말을 쏟아냈다.

귀책사유가 발생하면 다 책임을 지겠다고…. 얼마 전 검찰이 봉하 e지원을 다 긁어본 뒤 정상회담 대화록 파일 가운데 하나가 삭제되었다고 말할 때부터야 문재인 의원이 신중해졌다. 그리고 전 청와대 실무자들이 줄줄이 소환되고 나서야 자기부터 소환하라고 한소리 했다.

그러나 검찰의 소환여부를 당사자가 될 수 있는 입장에서 정할 수 있는 문제인가? 상황이 이렇게 되기 훨씬 오래전부터 문재인 의원은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이 어떠한 상황에 있는지 사실관계부터 철저히 확인했어야 했다.

이미 실무자 가운데 하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화록을 청와대에 보관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인정했는데 문재인 의원은 정작 이러한 상황까지 챙기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아직 최종적인 검찰 수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적어도 문재인 의원의 생각하고 말해왔던 것이 다 맞지 않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문재인 의원은 이제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가?

# 국회에 입성한 지 6개월이 되어가는 안철수 의원.
‘새정치’는 열심히 하고 있는가? 그 한마디로 평지풍파를 일으켜 놓고 그렇게 중요해 끝까지 고수했던 국회의원 정수 100명 줄이기는 잘 풀어가고 있는가? 요새는 새정치란 말이나 국민이란 말을 입에 담지 않는데 왜 그런지 매우 궁금하다.

그리고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멀리 떨어진 호남에는 왜 자꾸 가는지?
다시 일 년 뒤. 세 정치인들은 어떤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국민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있을까? 아니면 국민을 더 실망시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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