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혜욱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2013년 2학기 연구학기를 맞아 독일 본 대학에 방문교수로 체류하면서 가급적 독일의 형사실무를 많이 접하고자 다양한 기관을 방문할 계획을 세웠다.

그 첫 번째 방문기관으로 독일의 노인교도소를 정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노인범죄에 대한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노인교도소 방문의 계기가 되었다.

독일도 고령화에 따른 노인범죄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40년간 독일 사회의 전체 범죄는 감소한 반면 노인범죄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노인범죄의 유형도 단순절도 등과 같은 육체적으로 활동력이 적은 범죄에 제한되는 것이 아니라 성폭력범죄 등 폭력범죄와 사기·횡령·배임 등의 재산범죄, 교통범죄, 환경범죄 등 다양한 범죄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노인범죄자에 대해 법원도 과거에는 비교적 낮은 형량을 선고했으나 최근에는 노인범죄의 변화에 따라 집행유예선고를 줄이면서 장기의 자유형을 선고하고 있다.

이에 따라 노인수형자가 증가했으며, 노인을 다른 연령대의 일반 수용자들과 같은 교도소에서 동일한 프로그램으로 처우하는 것에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즉, 노인은 일반 수형자와는 달리 작업능력 및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교도소 내에서 항상 주변인으로 생활해야 하고, 젊은 수형자들의 폭력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증가했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함에 따라 독일은 노인만을 위한 교도소를 별도로 설립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었고, 1970년 독일의 바덴 뷔르텐베르크주는 Singen(징엔) 지방법원(Amtsgericht)의 관할 하에 노인(남자)을 위한 특별한 교도소를 징엔에 설립했다.

징엔 노인교도소는 독일뿐 아니라 유럽에서 유일하게 독립된 건물을 설립해 운영하는 교도소이다. 징엔노인교도소는 ‘외부에 대해서는 폐쇄되었지만 내부에는 개방된 교도소’를 운영원칙으로 표방하면서 날씨가 좋은 날에는 기꺼이 산책하고 싶을 정도로 잘 가꾸어진 정원을 교도소 내에 갖추고 있으며, 일반 주택가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에 반해 데트몰트 교도소는 노인범죄의 변화에 맞춰 기존에 운영해 오던 일반교도소에 연결해 2007년 새로운 사동의 형식으로 노인교도소를 신축했다.

 데트몰트노인교도소는 노인수형자들이 다른 젊은 수형자들과 노역시간 등 일과시간 동안의 생활은 분리되어 있지만 자유시간을 이용한 공동생활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노인들만 수용되어 있을 때 나타나는 사회교류의 문제점을 해결하고자 하고 있다.

노인교도소에의 수용은 원칙적으로 1인 1실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수형자의 개별거실 이외에 노인들이 모여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여가활동실, 부엌, 운동 및 오락이 가능한 공동생활공간, 휴게실, 노인용 샤워의자와 손잡이가 설치되어 있는 공동 세면장, 컴퓨터실, 작업실, 세탁실 등을 갖추고 있다. 노인들은 교도소에서 사복을 입고 생활할 수 있기 때문에 의복을 개별적으로 세탁실에서 세탁한다.

 독방에는 분리된 화장실이 있고, 세면대, 냉장고, 노인의 신체적 특성을 고려한 노인용 침대가 각각 제공된다. 거실이 개방되는 7시부터 21시까지는 다른 수형자의 방을 방문할 수 있으며, 교도소 내에 있는 정원을 자유롭게 산책할 수 있다.

 노인의 경우 특히 건강상의 문제와 죽음에 대한 불안감이 크기 때문에 정기적으로 진료 및 심리상담이 이루어지고 있었으며, 데트몰트노인교도소에는 집중치료실이 설치되어 치료가 필요한 노인에게 적절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독일의 노인교도소를 방문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교도소가 주택가에 설치되어 있다는 점과 노인의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교도소가 주택가에 설치되어 있음에도 주변 거주자들이 시설에 대한 혐오감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우리나라와는 구별되는 특이한 점이었다. 이는 노인과 같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일반 사람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해 본다.

우리나라 역시 노인범죄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독일처럼 노인만을 위한 독자적인 시설을 갖추기는 어렵지만 노인이 출소한 이후 기본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노인의 특성을 반영한 적절한 프로그램을 수립·시행하는 방안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방안에 대한 연구는 필요할 것이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